안녕, 도깨비(26화)

#26. 경찰서장의 비밀 지시

by 류재민

오 경감은 결재판에서 서류를 꺼내 서장 앞에 내려놓았다. 결재 서류를 들여다보던 김칠현서장은 오 경감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다.


“얼마 안 있으면 대학 졸업이겠군. 어때, 할 만합니까?”

“네, 요즘 졸업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그래요? 논문 주제는 뭡니까?”

“외계와 행성으로 정했는데, 실력이 부족한지 나이 탓인지 글이 잘 써지지 않습니다.”


김 서장은 오 경감의 난처한 표정을 읽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김 서장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잘 될 겁니다. 오 경감은 늘 엄살이 심하다니까”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런 김 서장의 마음을 잘 아는 오 경감은 머쓱한 듯 웃으며 감사하다는 표시로 고개를 숙였다.


김 서장은 오 경감이 그동안 경찰에서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 알고 있다. 배움의 한이 많아 대학에 진학한 걸 알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근무에는 한 치의 틈도 없었다는 것 역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오 경감을 배려하려고 애썼다.


결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오 경감에게 김 서장이 무왕산 도깨비 얘기를 꺼냈다. 오 경감은 김 서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 서장님. 이미 서에는 소문이 다 돈 것 같습니다. 마을에도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요.”

“그럼, 조사를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더라도 조용히, 그리고 조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차가 자주 동네를 드나들고, 수사관들이 다니기 시작하면 소문이 눈덩이처럼 커져 민심이 흉흉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겠군요. 그럼 이번 일은 오 경감이 조용히 좀 알아보고 보고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서장님.”


서장실 문을 닫고 나온 오 경감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김 서장에게는 알겠노라 보고했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수사를 진행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경감은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다이어리를 펼치고, 볼펜을 들었다. 사건 개요와 수사의 방향을 차례로 적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사팀을 어떻게 꾸리고, 무엇부터 시작할지 여전히 알 길이 없었다. 오 경감은 ‘아휴’ 하며 긴 숨을 내쉬며 머리를 한번 쥐어뜯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흡연실로 향했다. 담배라도 피우면서 정신을 가다듬어볼 작정이었다. 흡연실은 찬바람만 들썩일 뿐,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간간이 민원을 보러 온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만 유리문 밖으로 보였다. 오 경감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길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 내쉬었다.

오 경감이 담배 한 대를 거의 다 피웠을 무렵, 경찰서 정문으로 순찰차 한 대가 들어왔다. 박 순경과 순찰을 나갔던 김석환 경장이 돌아왔다. 김 경장은 주차장에 차를 댄 다음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순찰을 나갈 땐 박 순경이 운전대를 잡았는데, 김 경장이 운전석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오 경감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나갔다. 김 경장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 경감은 김 경장에게 “무슨 일이냐”라고 물었고, 김 경장은 박 순경에게 일이 생겼다고 대답했다. 김 경장 말에 따르면 순찰차를 타고 이무기가 사는 촌평리 어귀에 이르렀을 때 사고가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박 순경이 갑자기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 박 순경은 이내 의식을 잃었다. 조수석에 있던 김 경장이 재빨리 핸들을 잡고 한쪽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재빨리 운전석으로 이동해 박 순경을 차에서 내렸다. 김 경장은 박 순경을 길바닥에 눕히고 심폐 소생술을 시작했다. 김 경장은 멀리서 지나가는 이무기를 발견하고 다급히 소리 질렀다.


“이무기, 이무기 기자. 날 좀 도와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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