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도깨비(29화)

#29. 놀이동산 가는 길

by 류재민

도깨비는 체에 거른 마를 연료통에 조심스럽게 들이부었다. 약 1.5리터의 액체가 연료통에 주입됐고, 곧이어 연료게이지에는 ‘FULL’ 표시에 불이 들어왔다. 나와 아이들은 그 광경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드디어 이륙에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도깨비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이륙 일정을 조율했다. 무엇보다 기체가 이륙하기 위해선 기상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3월이긴 했지만, 때때로 눈이 내렸고, 꽃샘추위가 매서웠다.


도깨비는 인터넷을 검색해 주간·월간 날씨를 살폈다. “그래, 이날이 좋겠어.” 도깨비가 ‘D-day’로 잡은 날짜는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었다. 그날까지는 이주일 남짓 남아 있었다.


나와 아이들은 도깨비와 헤어지기 전 기억에 남을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놀이동산에 놀러 가기로 했다. “설레면서 떨리는데. 난 놀이동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거든.” 아이들뿐만 아니라 도깨비는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3월 셋째 주 일요일. 나와 미호는 전날 오후 차를 깨끗이 닦아 놓았다. 오전 9시, 우리 가족과 도깨비가 탄 차가 촌평리를 출발했다. 운전은 내가 했고, 미호가 조수석에 앉았다.


도깨비는 미리와 바리 또래로 둔갑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셋 다 우리 부부 아이인 줄 알 정도였다. 차가 촌평리 어귀를 빠져나갈 때 눈앞에 엽총을 든 강 포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촌평교(橋)에서 우리 쪽을 마주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내 차를 발견한 강 포수가 손짓했다. 아는 척을 해오니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속도를 천천히 줄인 뒤 강 포수 앞에서 잠시 정차했다. 운전석 창문을 내려 강 포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무기 기자, 어디 좋은 데 가는가 보네?”

“네, 식구들이랑 놀이동산에 다녀오려고요.”

“아이들 방학인데, 그런데도 한번 다녀오면 좋지.”


강 포수는 차에 탄 사람들을 쭉 훑어봤다. 미호의 눈과 마주쳤을 땐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뒷좌석의 아이들을 보며 “요 녀석들, 얼마나 신나? 잘 다녀오너라”라고 말했다.


잠시 후 강 포수는 짐짓 놀란 듯 “못 보던 애가 있네?”라고 했다. 도깨비를 두고 한 말이었다. 룸미러로 보니 도깨비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사촌이에요. 방학이라 놀러 왔어요”라며 강 포수의 시선을 내게 돌려세웠다.


그제야 강 포수는 “사촌? 아, 사촌이구나. 그놈 참 똘똘하게 생겼네”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는 얼른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많이 잡으세요”라고 한 뒤 중립 기어를 주행으로 변속했다. 강 포수는 “그래, 운전 조심하고, 잘 다녀와”라며 몇 발짝 더 뒤로 물러났다.


강 포수가 시야에서 멀어지자 우리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리는 “강 포수 아저씨한테 걸릴까 봐 조마조마했어요”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리도 놀란 듯 얼굴이 발개졌다.


미호는 “이제, 지나갔으니까 괜찮아. 아무 걱정할 것 없어”라고 아이들과 도깨비를 안심시켰다. 나는 차 안 분위기를 바꾸려고 음악을 틀었다. 미리가 좋아하는 ‘포레스텔라’ 노래가 CD에서 흘러나왔다. 미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노랫가락을 따라 흥얼거렸다.


내 님이 오다 날이 흐려/그 길을 잃지 않도록/ 밤이 새도록 부르다/ 낮이 또 저 물어도/

/내 님을 목 놓아 부르는 노래/ 멈출 길이 없다오/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춥지나 않을까/

달이시어 높이 돋으소서. -‘달하 노피곰 도다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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