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도깨비(30화)

#30 이무기와 무왕산에 커지는 의심들

by 류재민

강 포수는 이무기 가족과 헤어진 뒤 촌평교 다리를 건너며 생각에 잠겼다. 최근 만난 이무기의 행동이 영 미덥지 않았다.


오두막에서 낯선 스님을 만났을 때나, 무왕산 심마니가 오두막 근처에서 도깨비를 봤다는 얘기를 전했을 때도 그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초조한 안색이었기 때문이다.


강 포수는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표정을 지을 사람이 아닌데”라고 혼잣말했다. 강 포수가 엽총을 들고 무왕산 입구에 다다랐을 때, 산 입구에 순찰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순찰차 옆에서는 오진환 경감이 종이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오 경감은 저쪽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강 포수를 발견하고 아는 체를 했다.


“어이, 강 포수. 오랜만이야. 사냥 가는 길인가?”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오 경감님 아니십니까. 네, 오늘은 허탕만 안 치면 다행일 것 같습니다.”

“사냥으로 유명한 강 포수가 오늘따라 왜 엄살을 부리시나?”

오 경감은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강 포수의 눈치를 살폈다.

“근데, 자네 무슨 일 있는가?”

“네? 왜요?”

“표정에 뭔가 근심이 있어 보여서 말이야.”

“근심은요. 오늘은 왠지 허탕을 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강 포수는 오 경감이 건네는 말에 뼈가 들어있음을 직감했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무기에 대한 의구심을 오 경감에게 털어놓아야 하는지 순간 고민했다.


“별일 없으면 됐네. 사냥은 잘 될 걸세. 명포수가 시작도 하기 전에 겁부터 내서야 쓰나.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면 어서 가보게나.”


강 포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오 경감을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휴일에 이 동네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아, 그게 말야. 요즘 무왕산에서 정체 모를 물체가 출몰한다는 민원이 있어서 와 봤네. 무슨 도깨비가 나타났다는 얘기도 들리고. 혹시 자네도 그 얘기 들었나?”

“저도 심마니한테 들어서 알고는 있죠. 그런데 요즘 세상에 도깨비가 어딨겠어요. 산짐승을 잘 못 본 거겠죠.”

오 경감은 강 포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렇겠지”라고 대꾸했다. 오 경감은 “강 포수, 혹시라도 사냥하러 다니면서 이상한 걸 보면 나한테 연락 좀 해 주게”라고 당부했다.


강 포수는 허공을 향해 빈 총구를 겨누면서 “그런 게 있으면 이 총으로 ‘탕’하고 잡아야죠”라고 한껏 폼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보던 오 경감은 히죽 웃으며 총을 잡은 강 포수의 팔을 끌어내렸다. “그래, 그래. 그건 강 포수가 알아서 하고, 오발탄이나 날리지 말게. 잘못했다간 산짐승이 아니라 사람을 잡을 수도 있으니.”


강 포수는 “제가 누군데 오발탄을 날립니까.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라고 살짝 발끈했다. 오 경감은 “알겠네, 다 알지. 그냥 하는 소리였네. 자네 실력이야 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나. 그런 자신감으로 오늘 맘껏 실력 발휘해 보시게. 아까처럼 실없는 소리는 하지 말고.”


강 포수는 이내 부드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드립죠. 경감님도 조심히 다니십시오. 도깨비한테 잡혀가지 않으려면. 흐흐흐.”


강 포수는 아까와는 달리 힘찬 걸음으로 무왕산 초입을 향해 걸어갔다. 흘러간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몰래 사랑했던 그 여자, 또 몰래 사랑했던 그 남자.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그 누굴 사랑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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