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도깨비(31화)

#31 놀이공원에서 생긴 일

by 류재민


휴일 놀이동산에는 인파로 북적였다. 주차장 들어가는 입구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차례를 기다려 겨우겨우 주차장 한쪽에 차를 댔다. 나는 미호와 아이들, 도깨비와 함께 놀이공원 입구로 향했다. 놀이공원 입구에는 예매권을 사려는 입장객들로 주차장만큼이나 줄이 길었다.


미리는 재빨리 달려가 줄을 섰다. 그리고 바리에게 “넌 저쪽 줄로 가서 서 있어. 먼저 빠지는 쪽으로 합치자”라고 말했다. 미리의 제안에 도깨비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와 미리도 다른 줄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완연한 봄 날씨였다. 놀러 온 아이들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고, 부모들 역시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20여 분 기다림 끝에 예매 창구에 다다랐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한 표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며 방문객들의 흥을 돋웠다. 나 역시 오랜만에 온 놀이공원에 설레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금세 기운이 쑥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놀이기구마다 늘어선 줄 때문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리가 좋아하는 바이킹과 대관람차가 저 멀리 보였다. 미리는 “난 오늘 저거 하나만 타도 되니까 탈 때까지 기다릴 거야”라고 말했다. 바리는 “난 범버카 타러 갈래요”라고 했다.


미호는 미리를 데리고 바이킹을 타러 갔고, 나와 도깨비는 바리를 데리고 범버카 타는 곳으로 향했다.


“여보, 한 시간 뒤에 스낵코너에서 만나요.” 미호는 바리에게 “이런 데서 길 잃으면 큰일 나. 아빠 손 꼭 잡고 다녀”라며 단단히 일렀다. 바리는 “걱정 마요”라며 내 손을 잡고 어서 가자고 재촉했다. 도깨비는 실실 웃으며 뒤에서 나와 바리를 쫓아왔다.


범퍼카 타는 곳 역시 인산인해였다.


“아휴, 바리야. 이거 한 번 타려면 한 시간은 기다려야겠다.”

“기다릴 수 있어요.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 하나도 안 힘들어요.”


바리의 당당함에 나는 혀를 내두르며 대기 줄에 가서 섰다. 나와 바리는 범퍼카를 타는 사람들에 시선이 쏠렸고, 도깨비도 처음 보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다행히 우리 순서는 빨리 왔다. 30분 만에 나와 바리는 빨간색 범퍼카에 같이 탔고, 도깨비는 초록색 범퍼카에 혼자 올랐다. 나는 도깨비가 처음 타보는 범퍼카를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도깨비는 염려하지 말라는 듯 엄지 척을 하고 차에 올랐다.


이윽고 출발 신호음과 함께 차량이 하나둘씩 움직였다. 나와 바리는 ‘야호’하며 신나게 핸들을 조작했다. 곧이어 이리 쿵, 저리 쿵 부딪치기 시작했고, 코너를 돌면서 옆 차와 부딪치며 빙그르르 돌기도 했다. 바리는 어찌나 재밌는지 깔깔대고 웃기 바빴다.


나는 도깨비 상태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도깨비는 저만치 떨어진 구석에서 꼼짝하지 않은 채 어쩔 줄 몰라했다.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도깨비를 향해 “발 밑에 페달, 페달을 밟아. 핸들도 움직이고”라고 소리쳤다.


그제야 도깨비가 탄 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에 오던 다른 차와 충돌하며 다시 코너에 몰렸다. 도깨비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막무가내로 액셀을 밟고, 핸들을 놀리며 위기 상황을 탈출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탄 범퍼카는 단 몇 분 만에 끝났다. 바리는 종료를 알리는 방송에도 아랑곳없이 핸들을 돌리고 있었고, 도깨비는 정신이 없는지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바리는 범퍼카가 멈추자 못내 아쉬워했다.


“아빠, 한 번 타면 안 돼요?”

“이걸 한 번 더 탄다고? 그럼 또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아요. 난 다른 건 관심 없다고. 이거 한 번 더 타고 싶어요. 아빠 제발.”


바리의 고집은 웬만해선 꺾기 어려웠다. 나는 도깨비의 눈치를 살폈다. 도깨비에게 한 번 더 타겠냐고 물었더니, 정색하며 손사래를 쳤다. 별수 없이 나와 바리만 한 번 더 타려고 줄을 섰다. 이번에도 거의 30분을 기다렸고, 다시 탄 범버카에 바리는 연신 환호성을 지르며 질주했다.


범퍼카를 두 번 타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 범퍼카에서 내려 보니 미호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두 번 와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스낵코너로 달려갔고, 먼저 와 있던 미호와 미리는 용케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어온 우리에게 미리는 “어떻게 된 거야?”라며 핀잔을 줬고, 바리는 “응, 아빠가 범퍼카 한 번 더 타고 싶다고 해서 늦었어. 미안해 누나”라며 능청을 떨었다.


나는 바리의 머리에 꿀밤을 주는 척하며 자리에 앉았다. 미호는 “여기도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맘대로 주문했어. 맘에 안 들어도 그냥 먹어. 늦게 온 벌이야”라고 말했다. 우리 셋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스낵코너 전광판에 우리가 갖고 있던 대기 번호 숫자가 떴다. 미호와 미리가 주문해 놓은 버거와 콜라가 나왔다.

바리가 버거를 크게 한입 베어 물며 “우왕, 엄마랑 누나는 내가 이거 먹고 싶었던 걸 어떻게 알았지?”라고 말했다. 바리가 말을 할 때마다 입 속에 들어있던 양배추 조각이 튀었다. 미호는 “먹을 땐 말하지 말고. 밖으로 다 튀어나오잖아”라고 타일렀다.


도깨비는 콜라에 빨대를 꽂아한 모금 마실 뿐 버거는 먹지 않았다. 버거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될 것 같다고 사양했다. 내가 도깨비 몫으로 시켰던 버거까지 먹었다. 배가 부르니 일어서기 싫었지만, 아이들의 등쌀에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 했다.


“아빠, 언제까지 그렇게 앉아만 있을 거예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욧.”

“그래 알았다. 간다, 간다고.” 놀이동산에 도착한 지 겨우 2시간 남짓 지났고,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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