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를 보고 있으면, 다 진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왕왕 있다. 초반에는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승산이 없어 보였는데, 어느 순간 추격에 성공해 역전승을 거둔다. 앞서던 팀은 안일하게 경기를 운영하다 덜미를 잡히고 만다. 다 잡은 게임을 놓친다. 권투 경기에서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선수가 코너에 몰리던 상대 펀치에 일격을 맞고 K.O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도 있다. 이 말은 운동 경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상대를 얕잡아 보다 뒤통수 맞는 경우, 남을 무시하고 조롱하다 낭패를 보는 경우처럼. 그래서 잘났다고 거만하거나 앞서고 있다고 경계를 늦추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왜 유명한 이솝 우화에도 나오지 않는가.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주. 거북이를 우습게 봤던 토끼가 여유를 부리다 지고 말았다는. 우화 속 거북이는 엉금엉금 기어가도 토끼를 이길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했다. 반대로 거북이를 우습게 보고 업신여겼던 토끼는 패자가 됐다. 그때 얼마나 울었는지, 지금도 토끼 눈은 빨갛다.
재벌이나 권력가는 ‘절대 반지’를 낀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돈과 권력이 언제까지 영원할 순 없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많은 걸 갖고도 더 가지려고 욕심부렸다가 하루아침에 토끼 신세가 되는 수가 있으니.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도전하고, 이겨낸 자만이 끝내 성공을 쟁취할 수 있으리라. 두드려서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도 없다. 두드리지 않으니 열리지 않고, 찍지 않으니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아,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가끔은 있다. 그때는 한 나무만 패지 말고, 다른 나무로 빨리 이동하는 게 차라리 낫다. 주로 연애할 때 그렇다. 그렇다고 내 얘기는 아니다.)
야구에서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9회까지 큰 점수 차로 끌려갔더라도, 마지막 공격에서 ‘빅 이닝’에 성공하면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농구도 4 쿼터 9분 59초를 이겼더라도, 마지막 1초를 지키지 못하면 지고 만다. 그전까지 리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인생도 공이 울리기 전까지, 9회 말이 끝나기 전까지, 4 쿼터 종료 부저가 울리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순간 반전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러니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헛되이 흘려보내선 곤란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백날 ‘열려라 참깨’만 외쳐봐야 문은 꿈쩍하지 않는다. 때로는 절박하게, 때로는 끈질기게, 때로는 용감하게, 때로는 겸손하게 두드리자. 그런 다음 스르륵,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거다.
인생은 계속되는 경기와 같다. 그러니 연이은 실점을 하거나 1세트를 잃었다고 주저앉지 말자. 누구에게도 정해진 승패가 없으니 가만히 있다는 것 자체가 포기하는 것이다. (중략) 아무것도 안 하고 백기를 드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다. 그것은 구덩이에 빠졌는데 이대로 있겠다고, 더 들어갈 거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미래는 불안하지만, 그래서 역전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정신을 집중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역전을 노려라. **
남들이 뭐라고 욕하든 괘념치 말자. 무소의 뿔처럼 가는 거다. 열등감이란 개나 줘버리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는 거다. 부딪쳐 보는 거다. 부딪혀 깨질지언정, 나답게 사는 거다. 그러고 나서 얻는 성취감이란, 그야말로 꿀맛이리라.
혹시 아는가. 한두 번 만에도 문이 열릴 줄. 사람 인생 모르는 거다. 인생을 다 알면 사는 재미가 있겠나. 재미없는 삶을 사느니 열정적으로 날고뛰면서 사는 삶이 더 멋지고 아름답지 않을까. 불나방처럼. 아, 불빛에 가깝게 가는 건 금물이다. 타 죽을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삶의 실속을 빼먹으며 사는 거다. 그것이 인생에서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아닐까. 그것이 곧 ‘훌륭한 인생’을 사는 지혜로움 아닐까.
나도 남들처럼 훌륭한 인생을 살고 싶었다. 어떻게 사는 인생이 훌륭할까. 일단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자.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자.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자. 이것이 성공하는 인생 아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나는 ‘먹물’인 게 확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