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적성에 맞아서, 원하던 직업이어서,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별로 없을까, 아니면 의외로 많을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지, 만 내 맘대로 다 되는 건 아니니, 그게 세상이려니. 이것은 인생의 법칙이다.
그래도 나는 다행이다. 원하던 기자가 됐고, 국가 최고 권력기관을 출입하고 있으니. 다달이 돈까지 받으면서 말이지. 음, 정말 괜찮은 일이다. 쓰고 싶은 글도 이렇게 맘껏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그런 재주가 있다는 게, 또 그걸 봐주는 독자가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기자와 작가의 매력은 아마도 그런 게 아닐까.
쓰기까진 머리가 뽀사지고, 뇌가 쭈그렁 방탱이가 될 것처럼 고통스러워도, 쓰고 나면 반갑게 읽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쓰기의 맛'은 거기에 있으리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하고, 그 맛을 느끼도록 유전자를 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그것은 DNA의 법칙이다.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천안고등학교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기자란 무엇인가, 를 열심히 떠들고 있는 류 기자.
내가 알고 있는 걸 나만 알아야 한다는 건, 욕심이다. 놀부심보다. 그걸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잘 알게 만들어서, 사회에 도움이 되고,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리라.
직업특강 두 번째 학교는 천안고였다. 69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천안고는 중앙고·북일고와 함께 천안지역 '빅3'로 유명했다. 평준화가 시행되고, 신도시 지역에 신흥 고등학교가 개교하면서 그 입지가 퇴색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천안을 대표하는 학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진로지도에도 뜻이 깊어 ‘멘토링’ 프로그램에 남다른 열의를 갖고 학사 운영을 했다. 내가 특강을 하러 간 날, 학교장이 직접 참석해 25명 강사와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명예 교사 위촉장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준 강사들에 고마움과 배려를 느낀 순간이었다. 위촉장 내용 중 ‘재능을 기부하는’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확 와 박혔다. 내가 지역의 학교를 돌면서 강의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위촉장까지 받고 보니 학생들에게 내가 아는 걸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다는 의지와 열정이 샘솟았다. 내가 맡은 언론인 특강에는 12명이 신청했다. 25개 강의 중에서 가장 인원이 적었다. 기자가 이토록 인기가 없는 직업이었나 싶었지만, 온전히 언론과 기자에 관심 있는 소수 인원만 놓고 강의하는 게 오히려 강의 효과도 그렇고 학생 집중도도 높을 것으로 판단했다.
내 직감은 맞았다. 이순신과 12척의 배처럼, 나와 12명의 학생은 강의에 집중했다. 학생들의 눈빛에선 사즉생의 결기까지 느껴지진 않았지만, 집중력 만렙의 클라스로 80분을 불태웠다. 서로 질문을 하려고 손도 번쩍번쩍 들었다. 그 모습에 신이 났고, 흥도 났다. 이것은 강의의 법칙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매사가 맘대로 안 되고, 안 풀린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성적이 안 좋은 건, 시험일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고, 부모님께 혼나면 부모님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이고, 이성 문제로 힘들다면 딴 친구를 만나면 된다고. 죽을병에 걸린 암 환자도 날마다 아픈 건 아니라고. 아프지 않을 때, 컨디션이 괜찮을 때,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친구도 만나라고, 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웬만큼 진심이 통했던가. ㅋㅋ
몇 년 뒤, 어쩌면 이 중에서 기자가 되어 취재현장에서 나와 만나는 친구도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친구들은 진심으로 고맙게, 뜨겁게, 나를 향해 박수를 보내줬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와 사진을 찍기를 요청했고, 내가 출입하는 국회와 대통령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했다.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했다. 강한 천고! 파이팅!
아뿔싸, 춥파춥스는 나눠줬는데, 연락처는 나눠주지 못하고 왔다. 끙. 기자가 되겠다는 꿈과 열정이 있다면, 어떻게든 알아봐서 연락하리라. 그것은 취재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