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나면 산책을 즐기곤 한다. 국회에 있을 땐 사랑재라는 작은 동산을 걷고, 용산 대통령실에 있을 땐 전쟁기념관 둘레길을 한 바퀴 돈다. 늘 하다 보니 나만의 루틴이 됐다. 비나 눈이 오면 빼먹는 날도 있지만, 그런 날에도 웬만하면 걸으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몸에 뱄다. 걷는 습관은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바로 ‘사색’이라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걸으면 파란 하늘도 볼 수 있고, 예쁜 꽃과 나무도 볼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멋지고 예뻐 보인다. 심지어 지나가는 자동차와 날아가는 새들, 상점, 건물, 바닥에 떨어진 휴지까지 다 멋지고 예쁘고, 깨끗해 보인다. 노여움과 시기, 질투의 감정도 누그러진다. 깊고 넓은 사색의 시간을 만끽하며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사색을 예찬하는 이유다.
사색이란 걸으면서 하라는 법은 없다. 기차나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할 수 있고, 마라톤을 하면서 할 수도 있고, 한적한 곳에 잠시 주차해 놓고 좌석을 뒤로 살짝 젖혀놓고 할 수도 있다. 혼자서, 가만히, 조용히. 있던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생각을 불어넣는다. 있던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마음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어느새 내 정신과 육체는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덩달아 건강해진다.
국회 사랑재 동산에 있는 사색의 길 모습.
사색이란 ‘고독’과 다르다. 사색이란 ‘우울함’과 다르다. 사색이란 ‘외로움’과 다르다. 사색이란 ‘활력’이다. 사색이란 ‘재충전’이다. 사색이란 ‘즐거움’이다. 내가 내린 사색의 규정은 이렇다.
사색을 하고 나면 써지지 않던 글이나 기사도 척척 써지는 마법 같은 일이 생긴다. 걱정과 고민, 근심거리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해법을 찾기도 한다.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색은 계절을 가리지도 않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같은 거리에서 나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사색의 시간을 갖지 않는 자는 삶을 리프레시할 기회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색의 맛을 모르는 이는 참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대, 사색하고 싶은가?그럼 당장 밖으로 나가시라. 그리고 아침이슬의 촉촉함과 상쾌한 기운을 느껴보시라. 한낮의 태양을 피해 나무 그늘 밑의 공기를 맡아보시라. 아니면 밤공기의 청량함과 시원함을 마셔 보시라. 그것도 아니라면 방구석에 조용히 앉아 가만히 있어 보라. 사색이란 두 글자가 그대의 몸과 마음을 맴돌다, 갑자기 쑥 들어오는 놀라운 경험을 할 테니. 그러면 그냥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눈은 감지 마라, 사색 대신 잠이 올 지 모른다.
뭐라? 그럴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다고? 오호통재라. 그럼 어쩔 수 없다. 그냥 되는 대로 살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