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씨 집안 삼 남매 ‘김장 대작전’

김장김치에 우애를 담다

by 류재민

올해는 예년에 비해 일찍 김장을 담갔습니다. 어제 배추를 뽑아 소금에 절여놓고, 무도 깨끗이 닦아 채칼로 밀었습니다. 마늘이랑 생강도 갈고, 갓이랑 파도 다듬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직접 심고 기른 채소들입니다.


아침 일찍 절여놓은 배추를 씻어 비닐 선반에 척척 쌓아 물기를 뺐습니다. 고춧가루와 젓갈, 찹쌀풀 등 양념을 넣고 버무렸습니다. 두 여동생이 지원군으로 출동했습니다. 배추 고갱이 하나 뚝 잘라 버무려진 김장 속을 넣고 먹어보니 매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류 씨 집안 삼 남매 이른 김장을 담다.

추울 거라던 날씨는 봄날처럼 포근했습니다. 어머니와 이모 주도로 작은 매제까지 합류해 빚어낸 맛의 예술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배추 120여 포기가 반나절 만에 김장 통 안에 담겼습니다. 점심은 돼지고기 수육을 삶았습니다. 굴도 한 상자 사다가 겉절이에 넣어 먹었습니다. 야들야들하고 싱싱한 맛이 산해진미 저리 가라입니다. 금세 밥 두 그릇을 뚝딱 비웠습니다.


막내 동생이 김장 때 신자고 털 신발 네 켤레를 사 왔는데요. 어머니와 아내, 두 동생이 나눠 신었습니다. 신발 네 켤레 모두 같은 사이즈라 제게 맞는 건 없었네요. 그래도 오랜만에 삼 남매가 한데 모여 김장을 담그니 기분 좋았습니다.


아버지 떠나고 어머니 혼자 무슨 김치를 그리 드시겠습니까. 다 자식들 나눠 주려고 밭 갈아 모종 심고, 물 주고, 거름 주고, 풀 뽑아가며 애쓴 결과물이지요. 삼 남매 기르듯 애지중지 키웠을 것들입니다.


힘드니 그만 하시라, 조금씩 사 먹으면 된다고 말려도 어머니는 해마다 김장거리를 심습니다. “사 먹는 김치가 뭔 맛이여. 직접 길러해 먹는 게 좋지. 농약 하나 안 준겨.” 이게 바로 부모 마음이겠지요. 그 마음 잘 아는 삼 남매는 맛있게 김장김치를 입안에 욱여넣습니다.


“늬들 건강하고 우애 좋게 지내면 되는 겨.” 손자 손녀, 외손자까지 챙겨가며 어머니는 늘 당부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속으로만 답장을 씁니다. ‘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어머니께서 직접 심고 기른 배추밭 모습입니다.
삼 남매 우애를 담아 만든 김장김치 맛보세요.

오늘 류 씨 집안 삼 남매는 김장김치만 담근 게 아닙니다. 그보다 소중한 ‘우애’를 마음에 담았습니다.

빗자루로 마당을 쓸며 뒷정리를 합니다. 올려다본 가을 하늘이 파랗습니다. 파란 하늘에 아버지도 흐뭇하게 웃고 계시네요. 2년 전 오늘, 우리 가족은 아버지 49재를 지냈습니다. 훈훈하고 따듯한 일요일 오후입니다.


가족사진

나 결혼 전까지
변변한 가족사진 한 장 없었다
찍지 않았으니 있을 리 없고
찍자, 하지 않았으니 있을 리 없었다
하루 버스 서너 대 들어오는
시골마을에서
삼 남매 길러내랴 농사일하랴
어디 사진관 갈 새 있었으랴
사대 독자 귀남이 장가들던 날
가족사진 처음 한번 찍었다
한복 입은 동생 둘, 양복 입은 매제 둘 뒤 서고
턱시도 입은 나와 드레스 입은 아내 가운데
맨 앞줄 의자엔 엄마 아버지 나란히 앉았다
우리 집에도 가족사진이 걸렸다
엄마 아버지 결혼 33년 만에
<가족사진, 류재민>

오늘은 SG워너비 김진호가 부른 <가족사진>을 골랐습니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i1l9VeVDk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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