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큼은 첫눈을 기다립니다

겨울을 좋아하냐고요?

by 류재민

당신은 겨울을 좋아하나요? 저는 별로입니다. 추워서 싫고, 감기 걸릴까 무섭고, 눈 쌓이면 운전하기 힘들어 썩 내키지 않는 계절입니다. 그런 제가 올해만큼은 첫눈을 기다립니다. 눈사람 만들고, 눈썰매장이라도 가려느냐고요? 그건 아니고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올 겨울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공포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트윈데믹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겨울이 서둘러 지나가야겠지요.


눈이 와야 겨울이고, 겨울이 끝나야 공포심도 어느 정도 가실 테니까요. 눈이 얼마나 와야 겨울이 지날까요? 스무 번? 아니면 서른 번? 올해만큼은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겨울은 코로나 대유행의 마지노선이 될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니 코로나 백신 개발에 이어 국내 항체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어제 하루에만 20만 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닷새째 세 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희비가 엇갈리며 여전히 혼란스러운 세상입니다. 어떻게든 우리는 이번 겨울을 무사히 ‘버텨내야’ 합니다.


서울역 서부정류장에서 463번 버스를 타고 국회로 가는 길에 공덕역 오거리를 지나는데요. 에스오일 건물 외벽 글 판에 새겨진 시구(詩句)가 감동적입니다.


손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463번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목필균 시인의 <함께하다>라는 시 중 일부인데요. 어른과 어린아이가 손 잡고 있는 배경이 인상적이면서도 뭉클합니다. 요즘처럼 힘들고 어려울 때 손잡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 손잡을 수 있는 친구와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한편으로는 악수조차 꺼려지는 바이러스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에 속도 상합니다.


청와대로 가는 종로 11번 마을버스는 광화문을 지나갑니다. 교보생명 건물 글 판에는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 가사 한 대목이 걸렸습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내일부터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입니다.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약국 같은 다중 이용시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턱스크’도, ‘코스크’도 안 됩니다.

나와 가족, 이웃이 손잡고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면, 마스크가 답입니다.

첫눈 올 때 맨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랍니다. 첫눈 올 때 고백하면 성공할 확률도, 결혼할 확률도 높다고 합니다. 저한테는 감수성 뿜뿜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올 겨울은 쏜살같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눈이 내리면 바이러스도 함께 녹아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 꽃피는 봄이, 코로나 없는 봄이 나비처럼 오기를 기도합니다.


'시인과 촌장'이 부릅니다. <풍경>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3O4zH3UJYUI

*상단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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