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짐’이 아니라 ‘인생의 힘’
잠시 외출을 다녀온 사이 문 앞에 택배가 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휴대폰입니다. 드디어 녀석이 ‘통신’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입니다.
값비싼 스마트폰은 아니고요. 두 살 터울 누나와 같은 ‘알뜰한 폰’입니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같은 기본적인 기능만 갖추도록 했습니다.
그냥 ‘아들’이라고 하기엔 재미가 없잖아요. 재미 삼아 ‘인생의 짐’이라고 저장했습니다. 그걸 본 녀석이 복수에 나섰습니다. 녀석은 저를 ‘아빠’가 아니라 ‘나 잡아봐라’라고 입력했습니다. 요즘 저만 보면 자꾸만 자기를 잡아보라면서 달아납니다. 잡으려고 뛰어가면 어느새 저만치 내달려서 ‘메롱 메롱’하며 약을 올립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가 어디 놀러 가자고 할까봐 겁이 났다고 합니다. 노는 것이 아니라 중노동을 하는 기분이었겠지요. 아이가 어려서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꼼짝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했지만, 중학생이 되어 힘이 세졌다고 생각하자 아버지에게 억울한 기분을 토로하고 대들기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이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힘과 권위로 자신을 윽박지르며 밀어붙인 아버지와 일찌감치 정서적 연대를 포기했던 겁니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노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