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 예능 ‘나 혼자 산다’ 기안 84가 42.195km에 도전했습니다. 청주에서 열린 ‘제21회 대청호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는데요. 첫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이 무척 결연해 보였습니다. 대회 참가 전 크루들과 훈련 모습을 보니, 마치 제가 대회 준비를 하던 때가 떠오르기도.(콧잔등 시큰, 갑자기 울컥)
저는 풀코스는커녕 하프 코스도 뛰어보지 못했습니다. 10km만 4번 완주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다니는 언론사가 공동 주최하는 대회라 회사 대표로 뛰어보자는 맘으로 나갔는데요. 뛰어보니 달리기 특유의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몇 번의 대회를 더 나가다가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퇴근 이후나 주말, 휴일을 이용해 집 근처 운동장에서 틈틈이 달렸습니다. 마라톤을 뛰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뛰다 보니 알았습니다. 저들은 마라톤에 진심이구나, 경외심마저 들었습니다.
운동화 끝에 이걸 붙이는 순간, 뭔가 모를 비장함이 샘솟기 시작합니다.
출발선 앞에 섰을 때의 긴장과 설렘. 그 기분은 뛰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가도 가도 끝없는 오르막길처럼 보이지만, 그 길을 지나면 영광과 희열을 느낄 결승선이 보일 겁니다.
5km든, 10km든, 하프든, 풀코스든 마라톤 대회에 나가는 건 나름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훈련과 준비도 필요합니다. 준비 없이 뛰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위해 참가했던 대회에서 부상당하면 안 하니 못합니다. 운동화 끈에 스피드 칩을 붙이고, 출발선 앞에 섰을 때 드는 긴장과 설렘. 안 해 본 사람은 절대 모를 겁니다.
평소 운동장 트랙을 달리는 것과 대회 코스를 달리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운동장 트랙이야 평평한 직선 주로지만 있지만, 실제 대회에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평지가 나올라치면 다시 오르막이 나오고, 오르막이 끝나면 다시 내리막.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입니다. 기안 84도 달리면서 욕을 하던데요. 어찌나 힘들면 그렇겠습니다. 저 역시 뛰면서 나오는 게 욕입니다.
“내가 왜 지금 여기 있나. 마라톤을 하면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다시는 뛰나 봐라.” 이런저런 욕지기를 해봐야 말짱 도루묵입니다. 꾸역꾸역 결승선을 들어오고, 기록증과 완주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그 모든 힘든 순간은 기억에서 하얗게 지워지기 때문이죠. 그러니 다음 대회를 또 나갈 결심을 하나 봅니다. 물론 그때마다 또 같은 욕을 하면서 달리지만.
마라톤이나 우리네 인생이나 중요한 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려는 의지와 도전입니다.
물론 욕도 나오는 순간이 있겠죠. 차라리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면 다시 뛸 에너지가 생깁니다.
오로지 내 페이스대로 달리기. 욕심부리지 않고, 무리하지 않으면, 마라톤이든 인생이든 완주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마린이(마라톤+어린이)이지만, 뛰면서 깨달은 교훈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오르막도 가다 보면 어느새 끝나고, 평지와 내리막으로 이어집니다. 그 순환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결국 골인 지점이 나옵니다. 두 팔 벌려 결승선을 들어올 때 드는 감정, 그건 결코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거든요.
마라톤은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나와의 승부에서 이겼다는 것에 주체하지 못할 희열과 통쾌함을 느낍니다. 그것이 ‘마라톤의 맛’인가 봅니다. 인생살이에 지칠 때, 헐떡거리며 오르막을 오를 때를 떠올립니다. 그러면 다시 헤쳐 나갈 수 있는 에너지가 생깁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 보세요. 5km부터 시작해 보세요. 달리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던 제가 지금은 마라톤 전도사가 다 됐습니다. 그만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도 얼마 들지 않는 대신 가성비는 그야말로 ‘갑’입니다. 기안 84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죽기밖에 더 하겠어”라고 했지만, 죽지 않습니다. 내 페이스대로만 달리면 됩니다.
1등 못하면 어떻습니까. 일도, 공부도 1등을 한다고 인생까지 1등 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어디서든 '퐈이팅'하는 자만이 진정한 1등입니다.
저도 저와의 승부에서 이겼습니다.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는 저 순간, 여러분도 함께 느껴보지 않으실래요?
인생 역시 페이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오버페이스(욕심, 무리) 하지 않으며, 포기하지 않으면, 골인 지점은 반드시 나타납니다. 그런 기대감에 뛰는 마라톤이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러너스 하이’ 한번 느껴보세요. 마라톤의 세계가 새롭게 보일 겁니다.
기안 84가 풀코스를 뛴 일주일 뒤, 저는 같은 이름으로 대전 대덕구에서 열린 ‘제22회 대청호 마라톤 대회’ 10km를 완주했습니다. 대회 이후 무릎이 좋지 않지만, 쉬었다가 다시 달릴 생각입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뛸 수만은 없는 건,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면 쉬었다 가면 됩니다. 가다 보면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퐈이팅!”하며 응원도 보내 줄 겁니다. 그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힘을 내면 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쨍하고 해 뜰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러니, 신나게 뛰어보자고요. 으쌰으쌰, 헛둘헛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