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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Dec 12. 2023

깡통시장 대장 떡볶이와 토핑즈

‘서울의 봄’ 후속작 ‘부산의 겨울’

대박은 때로 엉뚱한 데서 터진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과 장소에서, 뜬금없이.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어하면서 입을 쩍 벌리다가도 마음 한구석에 찰나의 부러움을 새기곤 한다. 인간의 본성일까? 아니면, 부질없는 버릇일까?     


전청조.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름이지만. 글을 쓰려니 어쩔 수 없다. 본질은 ‘사람’이 아니니까. 사건으로 인해 화제가 된 강화도 돈가스집이다. 전청조가 과거 자주 찾았던 식당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난리가 났다. 폐업을 계획했던 식당 사장은 갑작스러운 ‘역주행’에 영업 연장을 결정했다.     

 

이처럼 ‘희대의 사기꾼’이 저지른 사건이 누군가에는 뜻하지 않은 행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고, 장사도 오래 하고 볼 일이다. 물론 ‘전청조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대통령실 홈페이지.

지난 6일 부산 깡통시장. 윤석열 대통령이 나타났다. 혼자 간 건 아니고. 삼성, 현대, LG, 한화, SK 같은 재벌 대기업 총수들을 앞세운 건 아니고, 뒤에 세우고.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대기업 그룹 총수 등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하기로 유명하다.   

   

부산에 간 그들은 떡볶이를 먹었다. 어묵도 먹었다. 일렬로 나란히 서서 사진도 찍었다. 반란에 성공한 군인들이 군복을 차려입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끝난 어느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실패하면 반란,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이날 시장 방문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불발에 지역 민심 다독이기 성격이었다. 정·재계가 함께 부산 경제 발전에 힘쓰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은. (“유치를 위하여~ 다 함께 외쳐라~2030 부산월드엑스포~”. 출근길 KTX 서울역 도착 직전 기차 안에서 흘러나오던 유치한 멘트를 얼마나 지겹도록 들었던가.)     


대기업 총수들을 민심 달래기에 동원하는 것도 기막힐 노릇인데, 이날 참석한 기업인들이 이끄는 그룹 총매출액은 자그마치 ‘1천조’에 달한다니. 재벌 총수들이 지금 단체로 재래시장에 달려가 떡볶이 ‘먹방’이나 찍는 한가한 시국인가?      


별셋 회장이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을 향해 ‘쉿!’하는 포즈는 인터넷에서 ‘짤’로 돌고, 그들이 찾은 식당은 대박이 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장사는 오래 하고 볼 일이라는 성공담을 또 한 번 목격한 순간이다.   

   

해당 가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회장이 어묵을 먹는 영상과 함께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님께서도 부산어묵을 방문하셔서 맛있게 드시고 가셨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또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발 빠르게 홍보전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 소식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누리꾼들은 "사진 한 장으로 10억 어치의 홍보 효과를 본다" "나도 먹어보고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2023년 12월 11일, 뉴시스, <이재용이 국물 더 달라던 어묵집…“홍보 효과 대박”> 중  

뜬금없이 식당만 떴다. 경제위기 속에 자영업자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작 문제의 본질은 덮밥처럼 덮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박은 때로 엉뚱한 데서 터진다. 쪽박도 그렇다.     


그렇게까지 하고 왔는데, 부산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애석하게도.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에는 ‘로또’가 될 수도 있지만, 대놓고 웃지 못할 ‘웃음거리’도 될 수 있다. 한 시장 상인은 재벌 총수들을 ‘토핑’이라고 칭했다. 부산을 다녀온 대통령은 또 해외 순방에 나섰다. ‘그때 그 사람들’이랑. 앗! 그러고 보니 오늘이 역사의 그날인 ‘시비시비(12.12)’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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