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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Dec 19. 2023

어디 밥 먹고 할 짓이 없어 낙서질

똘 짓도 풍년이라고

전염은 바이러스에 국한하지 않는다. 나쁜 짓과 못된 행동 역시 강한 전파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따라하게 되고, 그 결과는 엄청난 피해와 손실로 이어진다. 최근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어디  먹고 할 짓이 없어 문화재에 낙서질인가.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하루 전 경복궁 담장 일대 낙서 사건을 보고 따라했다고 진술했다. 첫 번째 낙서 용의자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똘짓도 풍년이다. 어디 할 일이 없어 조상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문화재에 락카 칠이라니. (천벌 받을 것들을 봤나)    


돌+I들만 탓해 무엇하랴. 문화재를 부실하게 관리한 정부도 도낀 개낀이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고궁 담장에 이틀연속 ‘낙서테러’가 자행됐는데, 1차 사건 용의자는 나 잡아봐라~하면서 도망다니고 있으니.   


문제는 경복궁 내·외부를 감시하는 429대의 CCTV를 야간 근무시간인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고작 2명이 감시한다는 점이다. 2023년 12월 18일, 서울경제, <경복궁 CCTV 429대 감시에 고작 2명…순찰 강화에도 예견된 경복궁 담장 ‘낙서테러’>     


고작 2명이 15시간 동안 수백 대의 CCTV를 감시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 혀를 내두르다못해 목도리처럼 돌돌 감을 정도다. 애꿎은 문화재청 직원들만 엄동설한에 달달 떨며 복원작업을 하고 있으니. 세상에!  


출처: 노컷뉴스

2008년 2월.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정신 나간 70대 남성이 말도 안 되는 이유(택지 개발에 따른 토지 보상액 불만)로 불을 질렀다. 70대 노인은 복역 중 “내가 그때 바보짓을 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15년 전 그 일을 당해놓고도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꼴이란.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거늘, 고칠 생각을 안 하니 자꾸 소만 다.      


나는 얼마 전 장편소설을 탈고했다. 출판사 수십 곳에 투고했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그래서 아직도 빛을 못 보고, 노트북 파일에 봉인돼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세상 밖으로 나와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 굳게굳게 믿고 있다. 나는 소설에서 우리 문화재의 숭고한 가치를 담았다. 어느 나라건 문화재는 그 나라의 정신과도 같다.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재는 국가를 지탱한 민족정기나 다름없다. 그런 소중한 유산에 어찌 함부로 낙서하고, 훼손할 수 있단 말인가. 젊은이나 노인이나. 오호, 통재라!              

 

“오늘 문을 연 장천 문화재 전시관은 장천 문화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전국 각지에서 기증한 귀한 문화재 100여 점이 3개 전시실에 나뉘어 있습니다. 문화재 하나하나 모두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재산이고,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줘야 할 유산입니다. 이곳에 전시된 문화유산을 만든 선조들의 공을 기리고, 후손으로서 그들의 숭고한 얼을 기리는 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전시관을 열 수 있어 참으로 감회가 깊습니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류재민 장편소설 ‘장천’ 중

 

어떤 이들은 처벌이 약해 그렇다고 한다. 이러면 어떨까. 직접 낙서를 지우게 하고, 담벼락에 꽁꽁 묶어놓고 얼굴에다 똑같이 낙서하는 거다. 얼마나 쪽팔릴까. 그렇게라도 해서라도 못된 짓을 따라하지 않는다면 할 필요도 있다아아아아. 똥멍청이들한테는 그것도 약하다.      


#이 글을 쓴 날 저녁 경복궁 1차 낙서테러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쌤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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