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주신 글은 정말 감명 깊게 봤어요. 이렇게 작가 입장에서 바라보는 출판인이 몇 안 되는 것 같은데, 작가님의 가치와 철학에 대해 존경심이 느껴져서 저도 공모를 해볼까 합니다."
"어떤 책을 쓰고 싶으세요?"
"제가 써 놓은 에세이가 있는데요. 제가 40대 중반이다 보니 마흔 살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소소하게 쓴 게 있어요. 분량 기준과 맞는 거 같아서 보내볼까 하고요."
"좋습니다. 그럼 열세 번째 작가입니다."
"그래요? 130번째 작가였으면 했는데."
"하하하."
그는 야심 찬 편집자였다. 내게는 ‘대표’도 ‘편집자’도 아닌, ‘작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라는 듯 자세를 낮췄다. 그는 브런치 작가를 대상으로 첫 공모전을 시작했다. 지난 10일부터 오는 4월 11일까지. 장르 불문, 자유롭게 모집 중이다. 공모한 작품은 전부 상반기 전자책으로 출간을 약속했다. 그중 5편은 종이책으로도 출간한다고 ‘미끼같은당근’을 던졌다.
“보내면 전자책으로 다 내준다고 해서 보냅니다. 5편 안에 드는 건 기대도 하지 않고요.”
“에이, 그럴 리가요. 읽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그건 ‘기자’라는 직업을 밝힌 데 따른 ‘경계’ 내지는 ‘립 서비스’였으리라. 그는 내게 공모전 응모 요령을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함께’ 하자고 했다. 무엇보다 제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책은 읽혀야 하고, 독자는 표지와 표제를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책은 표지와 표제에서 90%가 떨어져 나갑니다. 기자도 제목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야 하잖아요. 원고가 어느 정도 추려지면 저한테 던지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그래서 나는 미련 없이 던졌다. 앞뒤 볼 것 없이 일단 그를 믿고 던졌다. 되던 안되든, 그건 글 쓰는 작가로서, 책을 내고 싶은 작가로서, 기필코 내야 할 용기이자 도전이었으니.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그가 공모전 요강 첫 줄에 내건 10년 후의 비전에 경탄했다. 그는 10년 후, 2034년 강가 출판사의 출판인으로서 메타버스 인터뷰를 이렇게 미리 써놨다.
“초창기 저와 강가 작가님들의 선생님은 책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책에서 모든 것을 배웠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두드리면 열릴 것이요. 함께 가면 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나는 ‘강가’에서 ‘이지성’이란 미래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적인 편집자와 한배를 탈 생각이다.
배는 이미 떠났고, 노는 저 멀리 던져 돌아갈 수 없다. 이제 앞만 보고 가리라. 넉 달 뒤, 내 에세이가 독자들의 손에서 마르고 닳도록 읽힐 그 날을 꿈꾸며. 강가에 글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