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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민 Nov 02. 2023

신춘문예,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할 일은 ‘진인사 대천명’

신춘문예. 신문사에서 매년 ‘상금’과 ‘등단’이란 선물을 걸고 옥 같은 글과 작가를 찾는 공모전이다. 신문사마다 단편소설부터 시, 수필, 평론 등을 접수한 다음 심사를 거쳐 새해 첫날 지면에 당선자를 발표한다. 보통 11월부터 공모가 시작된다. 중앙지 조중동부터 지방일간지까지 대략 스무 곳에서 한다.    

  

혹자는, 스무 곳 넘는 곳에 다 넣어보라고 할 수도 있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중복 투고 사실이 밝혀지면 당선된 곳 모두 ‘당선 취소’이기 때문이다. 신문사는 많아도 공모를 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밖에 안 되는 이유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원고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봉투 겉면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정성껏 작성했다. 한쪽에 큰 글씨로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응모작’이라고 쓰는데, 감정이 묘했다. 설렘과 기대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했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소설 분량은 원고지 80장 안팎이 기준인데, 나는 80장하고 1장이 조금 넘었다. ‘안팎’의 오차범위 이내.     

난생처음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단편 '아버지의 무좀 발' 일부분. 두 달 뒤 당선작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며.

사실 내가 쓴 원고는 최초 분량이 90장을 넘었다. 그런데 웬만한 신문사는 단편소설 분량 기준이 80매 내외였다. 대개 글의 분량이란-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게 더 어렵다. 나 역시 그렇다. 엑기스만 뽑아 축한 에서 뭘 더 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지난해 단편소설 분량이 90매 내외였던 신문사를 찾아냈다. 꾸역꾸역 다듬어서 정확히 ‘90장’을 맞췄다. 그리고 올해 공모전만 기다렸다. 이윽고 공모전 알림이 떴고, 준비한 원고를 내려는 찰나, 소사 소사 맙소사! 올해는 80장 내외로 바뀐 거 아닌가. 이 무슨 변고인고. 하는 수 없이 나는 다시 꾸역꾸역 10여 장을 덜어냈다. 정말, 아주, 매우, 몹시 힘든 작업이었다. (참고로, 기준을 넘어서는 분량은 '접수는 하되, 작품이 탁월하지 않는 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요즘 신춘문예 명성은 과거만 못하다. 공모전도 많아지고, 작가 데뷔 코스가 워낙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브런치도 얼마 전 ‘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접수를 마감했다. 내로라하는 대한민국 유명 출판사 10곳이 참여했다. 나도 그동안 쟁여둔 브런치북을 죄다 끄집어내 지원했다. 벌써 3번째 도전이라는.     


신춘문예든, 브런치든 뭐 하나 걸리면 된다. 걸리지 않으니 서운한 거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세상에는 나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니까. 그러다가 로또처럼 한 방에 ‘꽝’ 터지면 인생 피는 거다. 글쓰는 건,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      


2024년 1월 1일, 내 인생의 새날이 밝을까. 기도하고 기도하며 기도한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어느 신문사 신춘문예에 도전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힌트라면 ‘세계적인 신문사’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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