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치가 아니다
나중에 나는 그때의 암담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이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 가야죠. 상점 측에선 최선을 다한 겁니다. 광고도 하고, 진열창에 선전 문구도 붙이고, 한쪽 코너를 잘 정리해서 테이블도 갖다 놓고 그 위에 테이블보도 씌우고, 또 내 책도 쌓아 놓고……. 제대로 못한 사람은 바로 납니다.」 내 첫 세 권의 작품을 읽어 본 사람이 거의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내가 작가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그러니 책을 사서 내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는 독자들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아직도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나는 마치, 은혜를 갈구하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내 반지에 키스하기를 기다리는 교황처럼, 그렇게 앉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나타나질 않았지요.」 약 40분이 지난 뒤, 상점 지배인이 점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서 줄들을 서라고. 책을 사려는 것처럼 하란 말이야.」 그러나 그래도 책이 팔리질 않자 지배인은 다시 점원 둘에게 말했다. 「자, 여기 7달러씩 줄 테니 가서 줄을 서서는 책을 사라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돈을 흔들면서 말이야.」 그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날 팔린 책이라곤 딱 두 권이었다. 제임스 A 미치너 장편소설 <소설 상> 54p
그녀에게 책은 전국 아니 전 세계 서점의 서가에 꽂혀 독자들이 뽑아 주기를 기다리는 미적 목적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종종 작가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어떤 책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책의 장점을 발견해서 책을 구입하고 또 나중에 가서는 <이 작가가 다음번에는 무슨 책을 낼지 궁금한데>라고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바로 글쓰기고 또 출판이에요.」 우리는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통찰력, 재능, 언어에 대한 사랑, 이야기에 대한 정열, 그리고 좋은 책을 만들려는 노력 등을 나누며 서로에게 감화를 주는 짝이었다. 우리에게는 또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그렌즐러 시리즈를 멋지게 매듭짓겠다는 신념이었다. 제임스 A 미치너 장편소설 <소설 상> 70~7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