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독서 데이트’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좋았다

by 류재민

이틀 연차를 내고 쉬었습니다. 하루는 ‘집콕’ 했고, 또 하루도 같은 일정을 보낼 참이었습니다. 아내는 일하러 갔고, 초1 아들은 학교에 갔고, 초3 딸은 온라인 수업을 합니다. 책이나 보러 나가볼까 하는데 대뜸 딸이 수업 금방 끝나니까 같이 가자고 합니다.


오전 10시쯤, 온라인 수업을 마친 딸과 나왔습니다. 집 근처 빵집으로 향했습니다. 저와 딸 모두 한 손에 책 한 권씩 들고 걸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 오후를 향해가는 이곳의 날씨는 딸과 함께 걷기에 적당했습니다.


빵집에 들어가 저는 커피를, 딸은 핫초코, 서로가 먹을 빵 하나씩을 집어 건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은 동네다 보니 마스크를 썼어도 실내에 있기 꺼림칙했습니다. 그래서 숲이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행히 날이 봄날처럼 포근했습니다.

딸과 함께 독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딸과 함께 따뜻한 차와 빵을 먹으며 독서 데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딸은 “엄마가 추천한 책”이라며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를, 저는 두 달 전 사놓고 무심했던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를 읽었습니다.


책을 읽던 딸이 저에게 얼마 전 읽은 책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멋지게 이기는 대화의 기술》입니다. 책의 내용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목처럼, 내가 상대방을 힘으로 이기지 않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넌 어떻겠느냐. 네 말대로라면 내 마음은 어떻겠느냐고 얘기해서, 상대방 마음도 상하지 않고, 내 마음도 상하지 않게 대화하는 법을 쓴 책이야.”
딸과 함께 찾은 빵집에서 읽은 책 중간 표지입니다.

딸은 또 초등과학 학습만화 《Why?》에서 읽었다며 ‘익충과 해충’ 얘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아빠, 거미는 익충인 거 알지?” “그렇지, 거미줄을 쳐서 해충을 잡아먹으니까 익충이지.”
“그럼 개미는 익충일까, 해충일까?” “음.. 사람한테 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익충 아닐까?”
“아냐, 해충이야.” “그래? 와이(Why)?”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진딧물 있잖아. 진딧물을 잡아먹는 게 무당벌레인데, 그 무당벌레를 개미들이 다 쫓아버려. 왜냐하면 개미가 진딧물에서 나오는 즙을 먹으려고 서로 한편이거든.”

제가 오히려 딸한테 앎의 지식을 얻었습니다. 언제 날아왔는지 참새 한 쌍이 딸과 앉은 나무 테이블 아래에서 장난을 치고 놉니다. 산 쪽에서 서걱거리는 소리에 쳐다보니, 낙엽 쌓인 나무들 사이로 까치와 고라니가 지나다닙니다.

산을 끼고 있는 동네 빵집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딸과 함께 책을 읽습니다.

딸이 또 말합니다. “집에서보다 책이 더 잘 읽히네.” 제가 “산이랑 나무가 있는 데서 읽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라고 했더니, 딸이 그럽니다. “아니, 아빠랑 같이 읽어서 그런 것 같애.”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딸과 함께라서, 기분 좋았던 하루입니다. 연차 휴가, 자주 써야겠습니다.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를 아빠와 딸이 부릅니다.

*영상 출처: " 아빠가 딸에게 " | 원곡: 양희은 - 엄마가 딸에게 | 울까 봐 미루고 미룬 최다 신청곡 | COVER BY NIDA With Dad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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