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드 웨딩과 장수사진

부부라는 이름, 가족이란 이름으로

by 류재민

내년이면 장모님 칠순입니다. 장모님의 하나뿐인 딸인 제 아내가 가족사진 촬영을 제안했습니다. 장인 장모님을 비롯해 손위 처남 식구들 모두 동의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수능 전에 서둘러 찍자며 지난 주 사진관을 예약하고, 드디어 오늘 식구들이 모였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큰 처남네 식구 넷, 작은 처남 식구 셋, 저희 식구 넷까지 열세 명입니다.


아침 일찍 미용실에 가서 꽃단장하고 사진관으로 향했습니다. 가족들은 차례로 사진관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의상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대가족 사진을 먼저 찍은 다음 소가족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장인 장모님이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으셨습니다. 일명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한 건데요. 두 분 모두 새신랑 새색시 같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황혼의 부부나 그걸 바라보는 자식들이나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웨딩 컷을 찍고 나자 장모님께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독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족사진을 찍기 전, 장인어른도 정장을 입고 독사진을 찍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 그제야 저는 그 사진이 무슨 용도인 줄 알았습니다.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뭔가 모를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조금 더 예쁠 때, 조금 더 건강할 때, 행복한 마음으로 차분히 다음을 준비했던 겁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어르신이 계신 집들은 미리 수의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야 무병장수한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장례문화가 발달해서인지 수의를 준비하는 집은 드문 것 같습니다. 영정사진도 이제는 ‘장수사진’이라고 부른다지요.


장인 장모님! 장수사진도 찍었으니 건강하게 30년 더 사세요. 오늘 두 분은 세상에서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선남선녀’였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노래는 박혜경의 ‘하이힐’입니다.

*영상 출처: 박혜경 하이힐 (가사 첨부) - YouTube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딸과 함께 ‘독서 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