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인데,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전국이 거리두기, 집에서 뱃속 편하게 책이나 봤다

by 류재민

남은 연차를 쓰려고 이틀 휴가를 냈습니다. 막상 어디를 가려고 해도 갈 데가 없습니다.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 어마 무시한 코로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적으로 거리두기도 격상했습니다. 수도권은 2.5단계로 올렸고, 서울시는 ‘저녁 9시 이후 멈춤’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 역시 2단계 거리두기로 밤 9시 이후 골목골목이 텅텅 빕니다.


카페도 포장만 가능한데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실 만한 곳이 없습니다. 날씨가 추워 어디 돗자리 펴고 앉아 있기도 어렵습니다. 오늘따라 미세먼지도 심해 아이들과 함께 하려던 산책도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별수 없이 수제 빵 한 봉지 사 집에서 먹으면서 책을 보기로 했는데요. 뱃속은 편했지만, 갑갑함은 떨칠 수 없네요.


아이들은 태블릿 PC로 유튜브 삼매경입니다. 아빠와 함께 책 좀 보자고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수없이 저 혼자 책장을 넘깁니다. 김탁환 전 카이스트 교수가 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라는 책인데요. ‘도시소설가, 농부과학자를 만나다’라는 부제에 끌려 샀습니다.


작가가 친환경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농부를 만나는 과정을 담았다고 합니다. 지방 소멸, 농촌 소멸, 벼농사 소멸, 공동체 소멸 등 ‘소멸’해가는 것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그 소중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를 썼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휴가인 아빠는 집에서 책을 보고, 아들딸은 유튜브를 봅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에 일상을 내주었습니다. ‘애프터 코로나(after COVID-19)’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확진의 터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일상에 소멸하는 것들과 인간 군상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생각을 해 봅니다. 늘 곁 있어 그 소중함을 몰랐던 기후와 자연환경, 공기가 인간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이었는지.


거실 한쪽에 앉아 독서의 바다를 유영하며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습니다. 이렇게 사회는 변화하고, 변화하는 사회는 또 다른 생활과 문화를 만들어내는 모양입니다.


유튜브 시청을 마친 아들과 딸이 방으로 들어가 책을 봅니다.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는데, 그걸 못 참고 닦달하는 부모가 잘못됐다는 자책과 문제의식을 깨달으며 다시 책을 들여다봅니다.


이제 겨우 목차를 지나 1장 ‘발아’ 첫 문장입니다. 2장 모내기와 3장 김매기, 4장 추수를 거쳐 5장 파종을 끝내면 올해 제 독서도 파장(罷場)입니다. 겨울 잘 견디고 다시 ‘씨앗’ 뿌릴 준비를 하겠습니다. 내년 추수 때쯤엔, 코로나도 우주 밖으로 멀리 물러가기를 바랍니다.


오랜만에 들려드립니다. BTS(방탄소년단)이 부릅니다. <Black Swan>

*영상 출처: BTS: Black Swan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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