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불개입과 체계적 학문으로서 저널리즘
기자 지망생이 현직 기자에게 묻다-8,9
기자라는 직업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나눴던 대화. 오늘은 여덟 번째와 아홉 번째 질문에 한 답변을 공개합니다.
‘현장 불개입’ 원칙으로 인해 생기는 트라우마, 어려움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그런 트라우마는 없는데요. 아마도 전쟁터를 취재하는 종군기자들은 심할 것 같습니다. 총을 맞아 죽는 사람을 가서 구해줘야 하지만, 기자는 현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어린 아이나 노인, 장애인이 죽는 모습이나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트라우마가 생기겠지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자라도 위급하고 급박한 환경에 처한다면 상황에 맞는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고요. 내 도움이 없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큰일이 벌어지겠구나, 하는 판단이 서면 현장 불개입 원칙은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기자 본연의 역할이 기사를 써서 세상을 이롭게 바꾸고, 보다 나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니까요. 세상에 사람의 목숨이나 삶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다릅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대구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을 때, 신천지 발(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을 때를 예로 들면요. 감염 우려로 현장 취재를 제한하거나 현장에서도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양해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이나 관계자 모습을 취재하고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는 열정과 사명감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로 인해 기자가 감염의 전파자가 된다면 더 많은 피해자와 희생자를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판단도 지혜롭게 해야 하는 것이 기자라고 봅니다.
기자님이 생각하기에 저널리즘이 체계적 학문으로 다뤄지기 위해 갖춰야 할 점이나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거나 전문적으로 저널리즘을 공부하지 않아서 체계적 학문이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난감한데요.
그냥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제가 여러분에게 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독자나 시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채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이 강의를 하겠다고 한 이유도 같은 연장선에 있습니다. 학교에서 텍스트로 배운 교육이나 학문이 현장에서 100%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넘버원’ 기자를 꿈꾸고 공부해서 유명 대학을 나와 유력 언론사에 입사한 기자가 몇 달 만에 그만둡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마치면서 몇 년을 준비하고, 바늘구멍보다 더 뚫기 어렵다는 언론고시를 보고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방송사나 신문사에 들어왔는데 말입니다.
왜일까요? 막상 현장에 나가 취재하고 기사를 쓰다 보면, 학창 시절 상상했던 언론과 기자의 세계가 ‘이게 아니다’라는 걸 체감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곳에서 내가 10년 20년 일할 순 없겠다 싶으니, 얼른 마음 고쳐먹고 그 좋은 스펙으로 다른 직업을 찾아보겠다는 거죠.
언론을 공부하고 언론인이 되기를 바라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에게 현직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취재 현장이나 소규모 언론사가 얼마나 열악하고 힘든지 실체를 공유하고, 전달함으로써 기자 직업을 선택했을 때 부딪치는 저항과 그걸 참아내는 역치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