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한 저 자신을 칭찬하며 나이 먹으러 갑니다

다사다난 한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는 기도

by 류재민

살다 보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방안을 기어 다니던 아이가 어느새 일어나 걷고, 뛰고, 말하고, 쓰고, 가방을 메고 학교에 다닙니다.


요즘에는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주문도 많습니다. ‘아이는 크고 부모는 늙는다’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리는 세밑입니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 후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군요.


어르신들이 젊은이들한테 기분이 상했을 때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너도 어디 한번 늙어 봐라.” 나이가 마흔을 넘고, 학부모가 되고, 부모님 연세가 늘어나다 보니 말의 뜻을 실감하게 됩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젊은이들과 격의 없이 함께하는 노인들에게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자기를 과시하지 않고 젊은이들의 말을 경청하며, 자신의 리듬을 젊은이들의 리듬에 맞춘다는 점이다.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정여울>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겸손하고, 남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고, 리더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철딱서니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을 깔보고, 업신여기며 무시합니다.


힘과 권력이 있다고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괴롭힌다면, 언젠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날이 올 겁니다. 부모가 어린 자녀들에게 착하고, 바르고,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요.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고,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고,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서 미래세대에게 똑바로 살라고 가르칠 순 없는 노릇이죠.


2021년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힘차게 저 길을 걸어가요, 우리 함께.

코로나에 지치고, 고달프고, 외롭고, 힘들고, 어지러웠던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쥐의 해가 가고, 흰 소의 해가 오고 있습니다.


지난 1년을 돌아봅니다. 일말의 부끄러움이 없었는지 반성하고 성찰합니다. 괜한 말과 행동으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나. 불의에 눈감고 귀 닫거나 현실과 타협하려고 들진 않았나. 기자로서 얼마나 세상을 이롭게 바꾸었는가.


이제는 가끔이라도 나 자신을 맘껏 칭찬해주고 싶다. ‘그만 하면 정말 잘한 거야. 한 해 동안 너, 정말 수고했구나.’ 타인의 시선에 짓눌리지 않고 싶다. 올해 연말에는 좀 더 나에게 너그러워지고, 타인에게는 더욱 너그러워졌으면 한다. 진정한 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으니까.
<그때, 나에게 하지 못한 말, 정여울>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겠습니다. 나만 잘났다고,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보다 ‘나다움’을 지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집에서는 좋은 아빠, 이웃에게는 좋은 어른, 직업적으로는 기자다운 기자가 되도록 분발하겠습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저 자신을 맘껏 칭찬하면서 나이 한 살 먹으러 갑니다.


마야가 부릅니다. <나를 외치다>

*영상 출처: 마야 - 나를 외치다 (2006) - YouTube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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