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동출판 책을 받다
내 맘대로 다섯 그릇 책을 출간한 감동
집으로 가는 길에 자꾸 이리저리 새치기하듯이 운전을 하고, 가슴이 콩닥거려서 초보운전처럼 서투른 조작에 차가 울렁거린다. 수년째 다니는 길이라 서둘러도 매번 그 시간인 걸 알면서도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놨다 하고, 핸들을 돌려 빼꼼히 이쪽을 내다봤다 저쪽을 내다봤다 하며 운전을 서두르고 있다. 첫 출간한 책이 택배로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기에 노란 표지에 그릇 다섯 개 놓인 겉장이 눈에 아른거리고, 택배를 뜯어 손에 쥐었을 때 감동이 어떨까 상상하며 어쩔 줄 모른다.
드디어 기대한 공동저작한 초판 책을 집어 들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있구나! 하며 한껏 흥분하고, 블로그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소란을 떨고, 카톡방에도 난리를 피워 지인과 가족들께 격한 감동을 전하려고 애쓰고 있다. 책 한 권을 혼자 쓴 것도 아니면서 뭐 그리 소란이냐고 하겠지만 처음이란 게 주체할 수 없이 아드레날린을 쏟아놓고 그래서 감정조절이 불가하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4월에 처음 글을 써보겠다고 수강료 내고 들어온 네 명의 예비 작가와 박민하작가님을 화상으로 만났을 때는 글이 써질까? 너무 서투른 글 솜씨를 염려해서 대학교 때 영어 전공서적 복사본 만들 듯이 제본한 어설픈 책자라도 감사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격이 만 육천 원이나 하고, ISBN 979-11-6003-618-3이라고 고가의 서적과 비교해도 손색없이 표준 양식으로 책 뒤편 겉장이 갖춰져 있는 걸 본 순간 감동은 열 배가 되었다.
다섯 명이 각자 삶에 대한 얘기를 적었기에 공동의 제목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내 맘대로 다섯 그릇" 제목 아래 나는 "반갑다 퇴직"이라는 제목으로 퇴직 후 느끼고 경험한 얘기와 마음에 두고 있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었다.
1. 퇴직을 만나는 마음
2. 얼떨결에 놀고, 대처한 일들
3. 퇴직을 칭찬하자
4. 모르면 따라 해 보자
5. 은퇴, 불안은 기회다
6. 눈에 쌍심지 켜고 아내와 친해지기
7. 이런저런 생각들
표현이 서투르고 어떤 문구는 누구 어게인가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빼고 적은 다음 글을 읽어보면 모르는 제가 봐도 밋밋하고 그보다 더 문제는 사실이라 하기에 뭐 했다. 진실된 자기만의 얘기를 토해내야 한다는 작가님의 가르침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몇 날을 거듭하고 몇 번을 고쳐 썼는지 나름 최대한 정제된 고백이라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루한 반복을 포기할 수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책장 넘기다가 생각지도 못한 멋진 머리말을 만나게 해 주신 박민하작가님과 어찌 그리 우리 맘을 잘 헤아렸는지 같이 처음부터 토론하고 피드백했으면 좋았을 거 같은 서평을 올려준 출판사까지 책이 나오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짬짬이 옆에서 간식 챙겨주고 느낌을 일러주던 아내에게도 처음 받은 책으로 감사를 전했다.
누군가 문득 뭘 하면 좋겠냐? 고 내게 물으면 거침없이 글을 써보라고 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