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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로 Aug 02. 2023

초심, 거기 있었어?

"낯선 것과 어려운 것은 다른 것이다."는 말에 나는 넋이 나간 듯이 화상회의 줌 화면 속 선생님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골프에서 짧게 친 퍼팅은 200년을 기다려도 들어가지 않는다말처럼, 낯설다는 것은 시도하지 않은 것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고, 어려운 것은 나로호 우주선 발사처럼 돈과 시간과 노력투자하면 다 극복한다는 것이다. 

글을 써보겠다고 배우면서 '과연 내가 작가라 불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는데, 일단 시작했기에 시간과 노력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은 것이었다. 이어지는 "왜 블로그를 하고 싶은 신가요?"라는 질문은 '그저...'라고 늘 대답해 오던 나의 생각이 담긴 머리통을 야구방망이로 한방 갈기는 느낌이었다. 그저... 가 아닌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것이다. 흔한 얘기와 질문을 가지고 뭐 그리 썰이 심한가?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술술 펼쳐내강의를 보다가 깨달음을 얻은 듯 저절로 놀라고 감동하는 나 자신을 보고 처음엔 나도 이유를 쉽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목표를 가져라'는 흔한 얘기를 책에서 흘깃 눈으로 보거나 혹은 주위 분들의 충고로 들을 때는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다. 그런데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하면 인기를 얻고, 수익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직접 체험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풀어놓는 강의를 듣는데, 자신감 있는 설명과 함께 목표를 분명히 가져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선생님의 주장에는 온 맘을 뺏겼다.   이유는 비록 화면이지만 생생한 경험을 쏟아놓고 있는 선생님의 열정에서 감동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때 기록해 둔 메모를 찾아 읽는 지금,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두 가지 초심이 그때의 감동을 고스란히 불러냈고, 거침없이 키보드를 두들겨 글로 옮겨놓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던 차에 글이 당겼고, 글을 쓰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멋져 보였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알게 된 "우리 아이 완벽한 읽기 독립" 저자 박민하작가님의 여러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먼저 칼럼 쓰기를 통해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배우고 느끼는 와중에 주기적으로 게다가 무료로 해주는 강좌에서 블로그 운영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칼럼 쓰기가 끝나고 나서는 공동출판 프로젝트에도 참가하였다. 아무 준비가 없던 상황에서 여기까지 물 흐르듯 진행이 되니 글 쓰는 게 나와 천생연분이다 싶었다. 그 흐름에 휩싸여 완장이라도 찬 듯이 들뜬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자랑질하고, 만나는 지인마다 최근 나의 동정이라고 나대면서 글쓰기 방법과 현재 진척상황얘기를 할 정도로 즐겁게 열정을 바쳐 배웠다.

그 과정에서 브런치 스토리 작가되는 법도 배우고, 도전하고, 합격하여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참가했던 공동출판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어 7월에 출간을 마쳤다. "내 맘대로 다섯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노란 바탕에 가지런히 놓인 그릇들 아래에 적혀있는 다섯 명의 이름을 보노라면 어렵게 올라간 산 정상에서 "야~호"를 목이 메도록 외치고 싶은 감동이 북받쳐온다. 지금도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 활발히 브런치 스토리며 블로그며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설이 길었는데, 반면 나는 요즘 브런치 스토리와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지 못하고 왠지 자꾸만 망설이는 시간이 있다. 이제껏 열심히 배우고, 따라 하고, 자격을 갖추는 데에 모든 열정을 쏟고 보니, 해냈다는 자만심과 다른 한편으로는 솔직한 자신만의 이야기와 느낌을 풀어놔야 한다고 배웠지만 나의 민낯 드러내기를 꺼리기 때문인 거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고민하던 차에 글쓰기를 시작하던 그때의 마음을 되짚어보자는 생각으로 수업 노트를 찾아서 살펴본다.

바쁘게 손글씨로 갈겨쓴 몇 개의 칼럼 뒤로 블로그 강좌 메모를 접하고서는 머릿속에서 부싯돌 부딪힌 양 번쩍하며 '이런 맘으로 시작했었구나' 하며 그때의 감동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초심을 발견한 지금 걷잡을 수 없는 감격의 쓰나미기 가슴에서 요동친다. 나이 들며 자꾸 말라버리는 손가락 끝에 연신 침을 묻혀가며 노트를 넘겨서 그때 쓰고자 했던 내용과 그때 배웠던 기술 그리고 그때 마음에 새겼던 목표를 찾아본다. 박작가님이 "글쓰기는 이렇게 하라."가르친 내용을 남긴 메모에 다다르자 겉으로 흘러내리지는 않지만  화면이 흐려지는 정도의 눈물이 눈가에 맺힌다.

아래 각 문항은 '무엇을 글로 쓰는가'에 대한 작가님의  가르침이고, 그때 나의 답변이 각 질문의 아래에 적혀있다. 글을 쓰고자 한다면 참고가 될 것이라 생각되어 부끄럼 감추고 옮겨 적어본다.

<무엇을 글로 쓸 것인가?>
1. 내가 잘 알고 있는 주제/사업과 관련된 주제
   - 연구소 운영, 신제품 개발, 골프 치는 법
   - 은퇴 후 삶 설계, 진짜 좋아하는 것 찾는 과정
2. 내가 겪었던 삶의 경험
   - 평범했던 학교 생활, 군생활
   - 생활고로 눈물겹게 보냈던 신혼 생활
   - 객지에서 혈혈단신으로 회사 적응
   - 신입과 이직 시 동료들과 친해지기
   - 유연한 조직 관리
3. 나의 열정이 샘솟는 일 또는 1만 시간 이상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일
   - 자동차 부품 설계, 조직관리, 가족, 골프(?)
4. 내가 즐겨하는 일 그리고 더 배우고 싶은 일
   - 기술 개발 및 신기술 동향 분석
   - 미래 기술 예측 및 계획 그리고 토론과 협력
   - 가족과 친해지기
5. 나의 인생철학
   -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한다.
       즉, 자기가 편하고 이익이 되는 쪽으로 해간다.
       이것을 인정하자.
6.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보는 일
   - 문제 경험 및 결과
   - 딜레마 탈출 방법
   - 기술 동향


제목과 같이 “초심, 거기 있었어” 하고 글을 배우기 시작한 그때의 열정 어린 마음을 찾아낸 기분이다. 선생님의 질문에 떠오르던 대로 금세 술술 적어 내려갔던 저 얘기들을 앞으로 다 적어내지 못할지라도 글을 쓰는 거에 이젠 머뭇거리지 않을 거 같다. ”왜 려고 했는지 “와 “뭘 려고 했는지” 마음이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수원문산고속도로의 수리산을 통과하는 기나긴 터널을 지날 때마다 만나는 바깥 햇살처럼 이제 마음이 환해진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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