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X5 신형 산타페를... 그것도 하이브리드로 비싸게 뽑아 놓고, 애초에 꿈꿨던 차박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하다가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이불이랑 전기장판 그리고 책한권 싣고서 당진으로 새벽에 눈뜨는 대로 출발을 했다.
서해대교 뒷편으로 여명이 시작하는걸 지켜보며 카메라만 들이댈 뿐 선뜻 차문 열고 밝으로 나가지 못한다. 맑고 추운 아침공기를 마주하기 싫은 탓이다. 목둘레를 확 감싸는 싸늘한 기운이 밖에서 내가 나오기만을 벼르고 있는걸 알기에 나는 포근한 이불과 떨어질 생각 없이 운전석 너머 유리창을 뚫고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을 맞이하고 있다.
새해 맞이도 지난지 한참이건만 불그레 떠오르는 햇살을 보니 올해를 어떻게 보낼까 저절로 생각해본다. 집에서 삼일을 딩굴딩굴 보낸 새해 연휴 때 이리저리 생각했으면 좋았을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그때는 무뇌인간으로 세월을 허송하고서는 펜도 없고 경치 즐기는 이시간에 생각이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