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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l 21. 2022

남은 인생, 폰이나 보다 죽을 순 없다.

유튜브 프리미엄, 스크린 타임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왠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좀 머뭇거렸는데, 그러다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렸다. 그동안 많은 재미와 정보를 얻은 통로였지만, 이제는 내 인생을 위해 없애기로 했다. 휴대폰에서 유튜브 어플은 지난주에 이미 삭제했다.


   지금 탈퇴하면 재가입 시 기존의 금액으로 구독이 불가하며 인상된 금액으로만 구독해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냐, 확실하냐(진짜냐), 진심이냐(제정신이냐)는 몇 차례의 알림 창을 클릭하고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취소할 수 있었다.



   아직 8월 9일까지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 8월 10일 이후에 추가 결제되지 않는 것만 확인한다면 계정 자체를 삭제할 생각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백그라운드 재생이 되기 때문에 나는 틈만 나면 유튜브를 틀었다. 쉬면서, 운전을 하면서, 청소를 하면서, 병원 등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언제든 접했다. 8,690원으로 한 달 내내 불필요한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어(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 유튜브 프리미엄을 시작했을 때에는 중간에 끊김 없이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매우 편리했다. 흐름도 끊기지 않고 보거나 들을 수 있어 집중이 잘 되었다. 손쉽게 볼 수 있다 보니 점점 구독 채널이 늘어나고, 시청시간이 늘어나고, 알고리즘은 나를 관심 있어할 만한 영상으로 나를 인도했고, 그렇게 나는 그 소용돌이에 갇혀버렸다.



   그렇게 나의 하루 평균 휴대폰 사용시간은 4~5시간이 되었다. 나는 카톡 같은 메시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므로 나의 휴대폰 사용량의 대부분은 유튜브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나 재미 이외에도 좀비처럼 새로운 영상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1/ 유튜브 프리미엄을 가입했던 만 2년의 시간 동안 유튜브에 갇혀있던 시간을 따져본다. 각 경우마다 지난 2년간 내 인생이 삭제된 기간이다.


- 하루 평균 2시간 시청 :

2시간 X 365일 X 2년 = 1,460시간

약 60일 (약 2달)


- 하루 평균 4시간 시청 :

4시간 X 365일 X 2년 = 2,920시간

약 122일 (약 4달)


► 1년 기준으로 환산하고 하루 8시간 수면을 고려하여 현실감 있게 조정해본다.


ㅡ 하루 평균 2시간 시청 :

     2시간 X 365일 = 730시간


눈 뜨고 잘 때까지 하루 16시간을 연속 시청한다고 가정하면


총 730시간 ÷ 일 평균 16시간 = 약 45일


  ,   하고도 보름동안 잠잘 때 빼고 유튜브만  셈이다.


ㅡ 하루 평균 4시간 시청 :

     4시간 X 365일 = 1,460시간


역시 눈 뜨고  때까지 하루 16시간을 연속 시청한다고 가정하면


총 1,460시간 ÷ 일 평균 16시간 = 약 91일


  , 3 동안은 하루 종일 한 일 없이 유튜브만  것이다.



   최근 하루 평균 사용량(4시간)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1 중에서 3 이라는 인생을 통편집 해버린 것이다. 어쩌면 실질 수명을  25% 감축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3 ÷ 12 = 0.25)



2/ 지난 2년간 지출된 금액은 8,690원 X 24개월 = 208,560원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난 2년간 무엇을 얻었을까?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물론 좋고 도움이 되는 정보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 필요했던 정보라기보다 대부분 '언젠가' 필요할 정보였다. 좋은 정보라 생각한 것들은 좋아요를 눌러 따로 정리를 해두었는데, 얼마 전 다시 훑어보니 저장했던 기억조차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늘 책을 가까이하던 나였는데, 언젠가부터 글을 읽는 것이 너무 힘들어졌다. 문해력이 떨어져서 조금만 긴 텍스트를 읽으면 글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이러다가 책을 못 읽게 될 것만 같다.


   결국 유튜버들도 책, 뉴스, 보고서 등의 텍스트를 영상으로 재생산한 것이다. 몇 분이면 읽을 내용을 10~20분을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 영상의 팩트 여부도 단지 그 유튜버를 신뢰한다는(신뢰하고 싶다는) 이유로 듣고 맹신하고 있었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남이 먹고 마시고 노는 모습이 나에게 뭐가 유익하다고 내 인생을 소모해가며 보고 있던 걸까?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나에게 정말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유튜브 광고는 순기능이었다.

   영상을 볼 때마다 성가시게 느껴지도록 만들고, 몰입을 방해했다. 그래서 계속 보기 어렵도록 만들어줬다. 그것이 얼마나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된 것인지를 이제야 알았다. 그 몇 초간의 광고가 싫어서 돈을 쓰고 엄청난 시간을 날려버린 것이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검색을 유튜브에서 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유튜브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유튜브를 앞으로도 이용할 것이다. 다만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검색해서 광고와 함께 불편하게(?) 볼 예정이다.


   그리고 나는 텍스트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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