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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Nov 24. 2022

나를 아끼려는 마음이었습니다.

1.4mm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리고 우연히 제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안녕하신가요?


   달력으로는 겨울이지만, 여전히 날이 따뜻합니다.

   11월에도 모기가 있다는 뉴스를 봤는데, 사실이었습니다. 방금 전 사무실 책상에서 모기 한 마리 잡았습니다. 기온이 여름 같지는 않아서인지 모기의 움직임이 둔하더군요. 박수 한방으로 쉽게 잡았습니다.


   일주일만 지나면 벌써 12월입니다.

   시간이 빠르다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더 체감합니다. 짐작컨대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습니다. '생각과 마음은 그대로 인 것 같은데, 몸만 늙어간다'는 아버지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저는 제가 쓴 글을 종종 다시 읽습니다.

   52개의 서로 다른 글을 썼다고 생각했지만, 주로 '파이어'와 '미니멀 라이프'라는 큰 주제 아래 여러 소재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이 모든 것이 결국 한줄기에서 나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아끼려는 마음'이었습니다.


   20대 어린 시절,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자유인 줄만 알았습니다. 30대에는 취직하고, 창업하고, 돈 많이 벌고, 경쟁하고, 성공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20대의 습관이 남아있는 채로, 30대에 가열차게 욕망을 좇으려니 가랑이가 찢어지기 시작하더군요. 20대 때처럼 몸이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착각을 했습니다. 점점 몸이 지치고 아프니 마음도 같이 병들었습니다.


   30대에는 낭비하는 습관마저 들면서, 심신은 지쳤지만 일을 줄이거나 멈출 수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버렸습니다. 욕망하는 만큼 자유를 내줬더군요. 그래서 낭비를 '인생'으로 갚아야 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벼랑 끝에 섰을 때 번뜩 정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몸이 어떻게 하면 견딜 수 있는지를 궁리했습니다.

   욕망은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내 몸을 '더 견디게'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견디게'하는 방법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지름길이었습니다.


   물론 먹고살아야 하기에 경쟁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성공도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경쟁하고, 돈을 벌고, 성공을 하는지를 잊었더니 '나'는 수단이 되었고 더 빨리 소모될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몸에 해로운 습관부터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불필요한 낭비를 오려내며 생활 규모를 계속 줄였습니다. 또 사업을 최적화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고 조용한 퇴직을 하며 파이어로 흘러가고 있는가 봅니다.


   내가 중심에 서지 않은 인간관계도 무의미했습니다.

   그것은 부모형제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관계를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나의 손해와 희생으로 지탱하는 관계는 어부가 그물을 털듯 거침없이 털어버리고 있습니다.


   개도 영양소가 부족하면 풀을 뜯어먹는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도 부족한 인생의 영양소를 얻으려고 그렇게 본능적으로 풀을 뜯고 있나 봅니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니 파이어니 하며 살고 있나 봅니다. 써놓은 글들을 보니 이제야 제 마음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주변을 보면 죽음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팍 꺼질지 모르는 삶의 전원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껏 누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죽음 앞에 무섭고, 부끄럽고, 고민될 게 뭐가 있을까요? 머뭇거리지나 말아야겠습니다.


   제가 요즘 평안해지니 와이프도 아이도 점차 평안해짐을 느낍니다. 늦어서 참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들도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을 아끼는 마음만큼은 꼭 기억한다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읽는 곳에(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제가 읽으려고 쓰고 있었네요. 그동안 독백을 하듯 혼잣말로 글을 써왔지만, 오늘은 말하듯 쓰고 싶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그리고 모든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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