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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Apr 10. 2023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오래 볼 수록 화가 난다.

내차도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오래 볼수록

화가 난다.


내차도 그렇다.


제   목 : 문콕

지은이 : 재미스트

글속성 :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표절함



   어느새 내 차에 문콕 자국들이 꽤 늘어났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주차장에서는 차들은 이렇게 상처를 입는다. 뭐 나도 문콕을 가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렇게 도장이 벗겨지거나 철판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찍은 적은 없던 것 같다.


   모른 척하기로 했다.

   어디든 내 차의 전용공간을 따로 둘 순 없는 노릇이다. 차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면 서로 간의 크고 작은 '문콕'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람들 속에서 산다는 것은 그렇다.

   대개는 사람 간의 문콕을 대화로 풀어가지만, 그중에는 절대로 그 간극이 좁혀질 것 같지 않은, 대화전개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그런 사람을 만났다.


   그의 이해력 부족으로 꼬이기 시작한 문제였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그의 잘못)을 언급한 것이 상처를 줬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고객이었기 때문에, 더욱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완곡하고 부드럽게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속상한 감정만 계속 지저귄다.


   문콕으로 이 상황을 비유하자면, "(내가 문콕 한 건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문콕을 한)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그래서 너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로 빗대어 말할 수 있겠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이 대화주제가 되지 않게 프레이밍 하는 대화법(딴소리 풍년)은 매우 거침없고 당당했지만 처연했다.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 같았다. 뒤돌아 보면 이런 사람들 꽤 있었다.


   비단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상대와 나의 입장차가 확고할 때가 있다. 때로는 서로 강대강으로 치닫으며 대치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기서 인연이 다하기도 한다.


   저래서 어떻게 정상생활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뭐 그들도 다들 잘 살아간다. 그들 눈에도 나 역시 정상생활 가능한지 의심스럽겠지만, 나도 뭐 매우 멀쩡히 잘 살고 있다.


   EBS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정말 다양한 문화와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나 생활 풍습이라도 그곳에서 그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그래서 삶에는 반드시 정해진 O, X는 없는 것 같다.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산다.

   (내 눈에는 극한으로 보이는) 자기 환경과 상황에 순응하고 밝게 웃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삶에 정답이 있다면 아마도 세상에 있는 사람 수만큼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분별하려는 내 마음이 문제인 것 같다.

   살아온 환경(자연, 사회, 사람들)이 각자 다르니 '맞는' 것도 각자에게는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기준으로 맞고 틀림을 따지려는 '분별심'일랑 저만치 던져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인격수행이 부족해서 마음속에 O X 깃발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평균대를 걷는 상상을 해본다.

   화가 난다고 한쪽을 과하게 반응하면, 다른 쪽이 균형을 맞추느라 나는 한동안 크게 허우적 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고객과 강대강으로 부딪히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다.


   '똥이 무섭거나 더러워서'의 논리는 아니다.

   그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제압했다면, 그때는 어딘가 '쾌'한 느낌이 있겠지만, 아마도 두고두고 생각났을 것이며, 다시 균형을 잡느라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돈 때문은 아니다. 그따위 고객은 상대하지 않아도 먹고살만하다.)


   이제는 누군가와의 논쟁을 좀 피하게 된다.

   불편하면 상대와의 거리를 한걸음 두 걸음 멀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싸우느라 힘들고 또 잊느라 힘들다. '가던 길 가시라'가 최선인 것 같다. 게다가 요즘엔 격해져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슨 봉변을 당할지 또 어찌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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