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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Apr 12. 2023

주방 장악 5개년 계획(1)

아침식사 준비

   나는 와이프를 주방에서 몰아내고, 내 주방으로 만들어 장악하려는 5개년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오늘은 아침식사 준비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1/ 아침 준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스타우브 무쇠솥을 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근 3개와 사과 1개를 가지고 벤나주스를 만든다. 그 사이 무쇠솥이 달궈지면 냉동실에 얼려둔 통밀치아바타를 꺼내어 솥에 넣고 불을 끈다. 아침 준비를 하는 내내 그대로 두면 타지도 않고 솥 안에서 잘 데워진다. 어느 정도 익었을 무렵 뚜껑을 살짝 열어두면 습기가  빠져나가 겉바속촉이 된다.



   벤나주스를 완성하면 달걀을 삶는다.

   편수 냄비에 물은 2cm 정도의 높이만 받아 물을 끓인다. 물이 적기 때문에 물은 금방 끓는다. 뚜껑을 열고 달걀 4개(아들 2개)를 손으로 넣는다. 올라오는 수증기에 손을 2초만 펴고 있으면 손에 습기가 묻어 달걀 끝을 잡아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물 높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손을 데일리도 없다. 달걀 표면에는 살모넬라균이 있어 비누로 손을 깨끗이 닦는 것을 잊지 않는다.



   뚜껑을 덮고 손목시계로 미리 세팅되어 있는 6분 타이머를 시작한다. 냉장고에 만들어둔 그릭요거트를 한수저씩 그릇 3개에 나눠 담는다. 아들 요거트에는 꿀 한 바퀴 돌려준다. 벤나주스도 그릇에 각각 나눠 담고 올리브오일 한 바퀴, 꿀 한 바퀴 돌리고 상에 올린다.


   달걀 타이머 6분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끄고, 뜨거운 물을 따라내고 찬물을 몇 차례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한다. (이 편수냄비는 매일 아침마다 담금질을 해서 아마 10년 정도 뒤면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묠니르 같은 무기가 될 것 같다.) 잠시 식히는 동안, 요거트와 벤나주스를 상으로 옮긴다.


   달걀껍질을 까서 그릇에 담아낸다.

   내가 쓰는 편수냄비, 중불 화력, 그리고 그 물의 양을 기준으로 6분을 가열하면 딱 적당한 반숙이 된다. 입으로 절반을 베어 물면 납작하게 눌릴 정도로 연한 반숙이다. 따뜻하고 고소한 노른자가 입안으로 흘러들어올 때 행복이 밀려든다.


   삶은 달걀은 수요예측이 어렵다.

   아들은 달걀을 4개 하는 날에는 1개 먹는다. 그래서 3개를 하면, 그날은 2개 먹는다. 아, 이 사춘기 녀석을 어느 장단에 맞춰드려야 하나.


   어느덧 와이프께서 일어나실 시간이다.


   커피잔 2개에 뜨거운 정수기 물을 담아 컵을 데운다.

   그리고 씻어 말려둔 모카포트를 꺼낸다. 보일러 통에 뜨거운 물 120cc를 받는다. 그 위에 바스켓을 넣어 커피를 채운다. 커피를  꾹꾹 눌러 담으면 추출이 오래 걸려 탄맛이 난다.


   적당히 티스푼으로 분쇄원두를 바스켓에 담고, 불룩 올라온 원두가루를 티스푼 줄기로 빈곳을 채워가며 슥슥 깎아낸다.(가루를 흘리지 않고 딱 맞아떨어지게 채워지면 재미있다.) 그 위에 동그란 거름종이 한 장을 얹고 컨테이너를 조립하여 가스불 위에 올린다. (거름종이를 한번 대면 카페스톨도 걸러지고 맛도 깔끔해진다.)


   모카포트에서 '크르르'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커피가 추출될 때, 커피 냄새가 주방에 퍼진다.



   "커피 냄새 좋다."

   와이프가 어느새 일어나셨다.


   유리 서버에 뜨거운 정수기물 450cc를 담고, 추출된 커피를 섞는다. 커피잔을 데워준 물은 모카포트를 헹구면서 싱크에 버린다. 그리고 커피잔 2개에 커피를 나눠 담는다. 약간 내 커피의 양을 조금 더 담는다. 가끔 진하게 추출되기도 하는데 와이프는 그럴 때 뜨거운 물을 조금 섞기도 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아이는 학교에 간다.

   와이프와 나는 잠시 빈둥댄다. 그리고 나는 설거지를 시작한다. 아이패드를 싱크대 앞에 세우고 볼만하거나 들을만한 것을 켜놓고 설거지를 한다. 주둥이가 넓은 유리병에 따뜻한 물 500cc 정도 담고 세제를 2~3회 펌프질 한다. 손이나 수저로 잘 섞는다. 수세미를 연신 적셔가며 그릇을 닦는다.


   냄비나 큰 그릇부터 작은 그릇 순서대로 거품질을 한다. 그리고 작은 그릇부터 물로 헹궈 건조대의 왼쪽부터 기울기를 맞춰 세운다. 겹치게 되면 사이사이가 건조되지 않기 때문에 겹치지 않게 주의한다. 아, 수저는 뒤집어서 건조해야 한다. 수저에 물이 담겨있으면 뭔가 찝찝하고 얼룩도 남기 때문이다.


   무쇠솥은 빵이 묻은 것이 잘 떨어지면 설거지 생략이고, 떨어지지 않으면 물로 닦는다. 물로 닦은 후에는 약불로 잠시 데워서 묻어있는 물을 모두 증발시킨다.(녹방지)


   설거지를 마치고 그릇이 뭔가 착착 테트리스한 것처럼 잘 정리가 되어있으면 기분이 좋다. 나는 이렇게 기분이가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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