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 가난, 절약, 최적화
지난 주말 아들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코로나가 많이 누그러진 분위기라 친구 부모님도 이제는 친구네 놀러 가는 것을 허락하신 모양이었다. 아들은 신이 났고, 나는 조금 긴장되었다.
우리 집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다.
간소하게 사는 우리 집을 보고 우리를 가난하게(?) 생각하여 거리를 두는 것은 아닐지 또 그 아이의 부모가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와 와이프와 관계된 사람들 누구든 우리 집에 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원래 간소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고, 또 모르더라도 '우리 이렇게 살아'라고 오히려 자랑하듯 말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 친구가 온다니 조금 긴장되고 걱정도 되었다. 아들에게 엄마 아빠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자산을 모아가는 이유를 아이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 1%의 확률로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 친구가 와이프에게 '되게 검소하게 사시네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이의 눈에 보였을 것들을 상상해봤다.
우리 집엔 소파와 식탁이 없고, 작은 냉장고, (아들 닌텐도 용으로 산) 작은 중소기업 TV, 바퀴 달린 옷가게 행거가 있다.(이 바퀴 달린 옷가게 행거는 작은 집에 굉장히 유용하다.) 딱히 소품도 없다. 전기밥솥이 없는 것도 봤으려나?
아, 집이 좁다.
그 친구네는 45평이라는데 우리 집은 24평이다. 게다가 세입자다 보니 벽에 뭘 걸지도 않는다. (이런 것을 설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의 것을 빌려 쓰는데 깨끗하게 쓰고 돌려주는 것이 맞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가족의 물건은 좀 들쭉날쭉하다.
없어도 되는 것은 아예 없고, 필수품은 가능한 최소한으로 가지려고 한다. 대신 원하는 것에는 예산이 더 배정된다.
우선 수입이 생기면 주식부터 산다. 그냥 매월 기계적으로 산다. (요즘은 정말 세일 기간이다.) 물건은 웬만하면 안 사는 대신 경험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주요 소비 대상은 여행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 못 나갔지만, 예전에는 가능하면 아이를 데리고 외국으로 나갔다. 현지 숙소와 항공편만 예약하고 알아서 돌아다니는 자유여행을 즐겼다.
요즘엔 가깝든 멀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주말에 떠난다. 편도 200킬로 범위는 1일 생활권이다. 그런 장거리 운행이 많아서 나는 국산 대형 세단 중 가장 큰 것을 탄다. 3800cc 가솔린이라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아서, 당일로 멀리 다녀와도 피곤함이 덜하기 때문이다. 또 크고 튼튼한 차로 가족을 보호할 수 있어 더욱 만족한다.
그렇다 보니 지향하는 바가 ‘미니멀’이라기보다 ‘최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보여지는 것은 잘 안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과 경험에 주로 지출하니 집에 뭐가 없는 것이다. 아, 이사 올 때 이삿짐센터 직원이 여기가 숙소(?) 같은 곳이냐고 나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간소한 삶과 투자에 대한 상식을 아이에게 자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을 믿지만, 행여나 있을지도 모를 아이의 상처 한올마저 생각하는 것은 그저 아비에 마음이랄까?
음, 아들 친구가 온 김에 저녁까지 먹여 보낼 걸 그랬다. 작고 둥근 밥상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스뎅 그릇으로 밥을 먹는 경험도 시켜줄 걸 그랬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