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스트 Jul 07. 2022

버거킹에서는 킹받지 않아요.

   오늘은 운전이 좀 불안하다.

   아파트를 나오는데 ‘쿵’하고 연석을 타버렸다. 신호등 좌회전 신호에 직진할 뻔하기도 했다. 주의집중력이 저하된 것을 보니 컨디션이 조금 떨어진 모양이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그래서 머리를 밀고(나는 이 표현이 어울린다), 출근하는 길에 버거킹에 들렸다. 기분전환이 필요한 나에게 맛있지만 못된 힐링 음식은 햄버거 세트다. 아직 오전 10시이기 때문에 (제로) 콜라도 마신다.


   술, 담배, 커피를 삼가는 나에겐 이 햄버거 세트가 아주 가끔은 필요하다. 물론 다른 맛있는 점심을 사 먹으며 기분을 풀어내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이 못된 녀석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버거킹은 음악도 괜찮다.

   적당한 백색 소음도 있고, 에어컨도 빵빵하다. 밖은 뙤약볕에 도로는 오전부터 지글지글 끓고 있지만, 실내는 무척 시원하다. 직원들의 친절하고 밝은 목소리가 듣기 좋다.


   5개월간의 긴 프로젝트를 마치고, 요즘은 여유가 찾아왔다. 점심시간에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디즈니 플러스에 덜컥 가입도 했다. (한 달 잽싸게 보고 탈퇴할 예정이다.)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취업이나 성공이 나에게 주요 화두였는데,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생산성과 성장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경제적) 자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니 이제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다.


   세월이 흐르며 감사하게도 상황이 좋아지니 화두가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다.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이런 주제로 와이프와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이런 이야깃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이제는 여유가 조금 생겼으니 틈틈이 사유하며 글로 정리할 기회를 가져보려고 한다.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런 시원한 곳에서 자유롭게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먹고 쉬는데 만원도 안 들다니. 그런 돈을 내가 벌어서 쓸 수 있다니 문득 감사해진다.


   아, 누군가 그랬다.

   카페는 엄밀히 말해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니고,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이라고. 앞으로는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해 콜라와 프렌치프라이만 시켜야겠다. 아침도 먹고 와서 배부르고, 햄버거 안 시킨다고 자리에 앉지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 물론 가게가 한가한 오전에만.



“세상사에 감사합니다.”

“부족한 제 글 읽으러 와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보여지는 것들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