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태닝, 풍욕
개도 영양이 부족하면 풀도 뜯어먹는다고 한다.
요즘 그렇게 햇빛이 좋은 걸 보면 나의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높지가 않은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우울감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햇빛은 멜라토닌 작용과 관련한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니 아니 쬘 수가 없다.
햇빛의 따뜻한 기운을 받으며 길을 걸으면 기분이 꽤 나아지는 것을 보면 우울감 해소에 좋다는 말에는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햇빛의 파장이 몸 속까지 들어와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도 든다. (아는 분은 햇빛보며 2년을 매일 꾸준히 걸었는데, 완전 다른 사람이 될 정도로 우울증에서 많이 회복을 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비타민D 보충제는 결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양제로 섭취하기가 조금 겁이 난다. (결석의 고통은 정말 엄청났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햇빛을 쬐는 방법으로 흡수를 하고 싶은데 옷을 입은 채로는 한계가 있다.
따뜻한 계절에야 짧은 옷을 입고 실외활동을 하면 된다지만, 추운 계절에는 아무래도 짧은 옷을 입고 나가기 꺼려진다. 그래서 겨우내 우울했다가 봄이 되면 살아나는가 보다.
가장 좋은 것은 최대한 벗고 햇빛을 충분히 쬐는 것인데, 내가 프랑스 어느 누드비치 해변 근처에 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었다.
그래서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근래에 벌거벗고 햇볕을 쬘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인근 목욕탕 옥상에 노천탕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기 때문이다. 그 노천탕 옆에는 썬베드가 몇 개 있는데 은폐 엄폐가 꽤 잘되어 있어서 공중에 드론을 띄우지 않는 한 이용자의 행동에는 제약이 없다.
열탕에서 속을 충분히 데우고 밖에 나가 선베드에 누우면 추운 바람은 선선한 바람 정도가 되고, 햇빛은 몸을 식지 않게 해 준다. 바람이 불어도 추운 듯 춥지 않다. 요즘엔 실외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서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다.
잘 익은 고기 뒤집어주듯 앞뒤로 뒤집어가며 20여분 '자이글' 해주면 햇볕 쬐기가 완성된다. 살을 태우려는 목적은 아니다. 행위는 태닝과 같지만, 햇볕 쬐기와 풍욕이 나의 목적이다.
예전에는 목욕탕에 몸을 뜨끈하게 '샤브샤브' 하러 갔는데, 최근에는 이렇게 '반건조 오징어'가 되기 위해 목욕탕을 찾는다. 행복지수가 한 뼘 더 높아졌다.
아, 선베드에 누울 때 요령이 있다.
옥상 외벽으로 인해 드리워진 그림자 쪽에 머리를 넣고, 목 아래는 햇빛에 노출시키면 눈부심이나 얼굴 피부노화를 다소 막을 수 있다.
불어오는 바람, 조용함, 새소리, 바람소리, 따스함, 그리고 자유로움을 느끼며 잠시 동안의 '하늘멍'을 즐긴다.
우리 동네 누드비치, 00 목욕탕.
요즘 너무 사랑하고 있다.
행복하다.
"행복한 삶이 사람들의 상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행복은 저절로 굴러들어오지 않고, 끊임없이 쟁취해야만 찾아온다."
"행복은 의미있고 만족스러운 삶의 부산물이지, 그 자체를 직접 추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