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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세무회계 사무소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세금이 꽤 나와서 조금 미안하다거나 눈치가 보이는 듯한 말투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긴 말없이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고 전화를 끊는다.
메일을 열어본다.
첨부파일에 있는 고지서에서 세금을 확인하고 즉시 세금을 납부한다.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금과 수입은 비례하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낸다는 말은 그만큼 수입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므로 나는 늘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낸다.
세상에 있던 돈이 감사하게도 나에게로 흘러들어왔고, 그로 인해 회사가 돌아가고, 그 덕분에 내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
나만 잘나서 돈을 번 것은 아니다.
내가 소비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서 매출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 밑바탕에 생태계(국가)가 살아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이 마련되고, 사회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등의 기본적인 사회시스템 내에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선배 세대들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생태계에서 성장했고, 지금 내가 내는 세금으로 세상이 돌아가며 앞으로 내 자식이 살아갈 더 발전된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전쟁이 나거나, 무질서한 사회이거나 하다못해 도로나 전력, 통신과 같은 기본 인프라가 없는 생태계에서 우리가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얼마를 벌었다면 그중 일부를 떼어 이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금을 낼 필요가 있고, 바라건대 잘 쓰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10을 냈다면 5는 제대로 쓰이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선거 때 내 희망대로 세금을 쓸 사람에게 투표를 한다.
그렇다고 세금 내고 싶어 환장한 것은 아니다.
세무회계사무소에서 내 수입과 지출내역을 들여다보며 잘 정리해서 신고를 해주었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믿고 청구된 세금에 만족하며 군말 없이 납부한다.
세금을 낸다는 것.
사업이 잘 돌아가고 있고, 그만큼 돈을 더 벌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금 줄인다고 쓸데없는 지출 역시 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첨부파일 고지서를 출력해 파일에 끼우며 오늘도 다짐한다.
내년에는 세금 더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