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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l 09. 2023

백화점은 모든 게 완벽하다.

돈낭비 하기에

   오래간만에 백화점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웬만하면 평소에 얼씬도 하지 않는 곳이다. 오늘은 하필이면 가려는 식당이 백화점에 위치하고 있어 방문하게 되었다.


   와, 모든 게 완벽하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나 여기 있어요'라며 매장과 상품들이 시선에 들어온다. 조명, 음악, 사근사근한 안내방송 목소리, 천사가 따로 없는 점원의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실내 공기질이나 온도 습도도 아주 쾌적하다. 밖은 덥고 비도 오고 습한데 이곳은 정말 신세계다.


   자, 이제 나는 언제든 카드를 꺼낼 준비가 되었다.


   상품들은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서있는 연예인 같다.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 이리보고 저리 본다. 다른 것도 보지만 아까 첫눈에 꽂혔던 것을 잊지 못하겠다. 다시 돌아가 들어보고 만져도 본다.


   내 눈빛을 읽었는지 점원이 다가온다.

   세일 중이고 이거 하나 남았다고 한다. 하아, 어쩜 내가 맘에 드는 것은 하필이면 늘 세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까 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 물건을 보자마자 전에 없던 필요성을 갑자기 느낀다.


   음, 너무 크지도 않고 내가 원하던 딱 적당한 사이즈다.

   가격도 18만 9천 원짜리인데 하필이면 오늘까지 13만 9천 원이고 이거 하나 남았단다. 가방을 열고 내부를 본다. 내 맥북, 책, 노트와 필기구, 충전기, 텀블러, 그리고 얇은 점퍼를 상상하며 하나씩 넣어본다. 오, 쏙쏙 들어간다. 그리고 지퍼를 채우고 등에 메어본다.


   “잘 어울리네. 괜찮다.”

   다른 곳에 있던 와이프가 스윽 다가와 한마디 건넨다. 그렇다. 나는 이 백팩을 메면 손에 이것저것 거추장스럽게 들지 않고 아주 간편하게 출퇴근을 하는 거다. 그리고 가끔은 스벅에 가서 맥북만 쏙 빼서 글을 쓰는 거다.


   오, 아주 끝내준다.


   불현듯 집에 있는 다른 가방이 떠오른다.

   아, 그건 너~무 크고 좀 수납도 잘 안 되는 느낌이다. 텀블러 넣는 곳도 따로 없고 말이다. 그래, 이거 하나 사서 오래 쓰는 거다. 만져보니 박음질도 꼼꼼하니 꽤 견고해 보인다.


   게다가 유행도 안타는 아주 심플한 디자인이다.

   10년은 뭐 너끈히 쓸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저 가격은 아무것도 아니지. 10년 쓰면, 1년에 1만 3900원 밖에 안 하네.


   으아, 나 이거 필요하다.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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