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에서 대작 나온다.
피카소는 15만 점의 작품을 만들었다.
피카소의 천재성은 어쩌면 다작 속에서 피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흔히 접하는 '다작 속에서 대작이 나온다'는 말은 아마도 천재화가 피카소에게서 비롯된 말인 듯 하다.
그 방대한 양의 작품들은 떠오른 영감이나 생각을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습관이 피카소에게 없었다면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천재는 괜히 천재가 아니다. 역시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의 중요함을 여기서 또 배운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
글을 잘 쓴다는 기준은 매우 모호하긴 한데, 나에게 있어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에 거침없으면 좋겠다'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은 그렇다.
내 생각의 냉동고에 얼려있는 많은 글감(사유) 들을 어떻게 해동해서 요리할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해동하려고 꺼냈다가 다시 얼리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다.
'기술이 예술을 완성시킨다'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영감이 있어도 화가에게 붓과 물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면 표현에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리는 즐거움도 멈출 것 같다. 나의 글쓰기도 그럴 것이다.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는 후배에게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쓰레기도 팔 수 있어야 프로입니다'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떤 책들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 수준까지 가면 글 쓰는 게 얼마나 재미있을까?
오늘부터 다짐하건대 그냥 써야겠다.
천하의 피카소도 15만 번의 실행을 했는데 나는 그동안 고작 87개의 습작을 내놓았을 뿐이다. 피카소처럼 15만 편의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작의 길로 나서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겠다.
목표는 대작도 걸작도 아니다.
오래도록 글을 쓰는 즐거움, '글로장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