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금지
20년 가까이 시달려왔다.
별일 없이 잘 지내다가도 수시로 엄습하던 불편함과 고통은 나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똑바로 앉지도 못해 누운 것도 아니고 앉은 것도 아닌 채로 방바닥에서 얼굴을 찌푸리며 나 뒹굴었다.
고통의 시작은 스트레스였다.
과하게 응축된 스트레스는 내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아프게 했다. 그럴수록 나는 나를 돌봐야 했다. 더 악화되지 않도록 몸도 마음도 살펴야 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나는 그러지 않았다. 되려 술을 마셨고, 몸을 혹사했다.
이제 내일을 마지막으로 끝내려 한다.
드디어 내일이면 길고 길었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다.
조금 더 버텨볼까? 아니다. 버텨봐야 고통만 더 길어질 뿐이다. 고통은 이미 충분히 느꼈다.
아, 마지막의 고통은 짧게 끝날 것이다.
지나온 세월에 비하면 분명 그럴 것이다. 짧은 고통으로 나는 자유의 몸이 된다. 더 이상 피 흘리며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좌불안석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이제 나는 그곳으로 가면 된다.
무섭다. 무섭지만 덜덜 떨리는 손으로, 쿵쾅거리는 심장을 끌어안은 채 그곳으로 갈 것이다.
내일이면 안녕이다.
머리를 빼꼼히 내밀며 나를 고통스럽게 만든 너를 이제 용기 내어 도려낼 것이다.
나의 오랜 4도 치핵이여!
가즈아, 항문외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