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 배변훈련
아침 6시 30분~7시 사이면 일어난다.
알람이 없이 충분히 자고 일어난다. 그다음 옷을 입고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달리고 와서 바로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8시 30분이면 주방 라디오를 켜고 방송을 들으며 설거지를 한다. 이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이상하게도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서 설거지를 20여분 해야 배에서 신호가 오기 때문이다.
40년 변비 인생에 이런 신호는 긴 가뭄에 단비다.
예매한 고속버스가 1분 뒤에 출발해도 나는 버스를 놓치고 화장실에 달려갈 것이다.
물론 아침 공복에 따뜻한 물 한잔 마시기, 달리기, 샐러드와 벤나주스, 밀가루 음식 최대한 안 먹기 등을 실천하고 있지만, 배변의 신호는 대개 설거지 마무리 즈음에야 찾아온다.
참으로 슬픈 운명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다른 배변의 트리거를 찾지 않는 한 나는 평생 설거지를 해야 할 팔자다. 와이프에게 '평생 설거지는 내가 해줄게'라는 사탕발림을 선사하고 속내를 숨겼어야 하는데, 와이프에게는 늘 근질거리는 내 입 때문에 와이프에게 사실을 고하고야 말았다. (와이프는 그래도 '고맙다' 해준다.)
나는 배변에 공을 들인다.
40년 만에 변비에서 탈출했다. 건강하게 먹기 시작하면서 배변이 좋아지고, 배변이 좋아지니 심신이 더 건강해졌다. 서로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뱃속이 가볍고 편안한 느낌이 이런 거라니!
나는 그런 기분을 아마도 대장내시경 약 먹을 때만 느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긴 그땐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지쳐서 그게 가벼운 느낌이라곤 생각 못했다.
물론 어쩌다 정신줄을 놓고 밀가루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로 장운동이 멈추는 것 같을 때가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빈도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배출이 원활하니 속이 편하고, 속이 편해지니 어깨 뭉침 같은 스트레스성 불편함들이 사라졌다.
먼저 들어온 놈들이 나가야 뭔가 돌아간다.
내 몸도 마찬가지다. 먼저 들어온 놈들이 얼른 나가줘야 몸이 제대로 돌아간다. 잘 배출할 수 있는 배변에 공들이는 삶은 건강한 삶과 일치하기에 내 생활의 포인트는 여기에 맞춰있다.
뭐든 순환이 중요하다.
참 단순한 사실인데 멀리도 돌아왔다.
몸보다 뭐 세 치 혀의 즐거움과 게으름의 유혹에 빠졌던 거다. 나이가 들며 나를 생각하고 나를 알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참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참 잘 지낸다.
아 그런데, 마흔다섯에 배변훈련이라니...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