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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r 02. 2024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소멸도시

   나의 살던 고향은 소멸도시다. 시 전체 인구는 약 30% 감소했고, 그나마도 아파트가 들어선 신도심(?)으로 점점 인구가 몰리다 보니 과거에 번성했던 구도심은 상가에 붙어있는 임대문의 마저 낡고 빛바랠 정도다. 공실은 지금도 늘어나고있고 유동인구도 별로 없다. 이곳은 이미 초고령사회가 된 지 오래다.


00시 통계지리정보서비스 SGIS / 이제는 곧 전국이 초고령사회가 된다.

   많은 젊은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 대도시와 신도시로 떠났다. 이곳은 일자리도 적고, 돈을 벌고 소비할 만한 젊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니 도시의 활력이 사라진 것은 당연하다.


   구도심 곳곳에 있던 동네마트는 거의 다 폐업했고, 시장만이 남아있다. 시장 상인들도 대부분 60~70대가 되었고, 소비층 역시 대개 그 연령대이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구도심 주택가에는 마트가 없어 편의점이 마트의 기능을 대신한다. 차가 없거나, 온라인 주문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동네 편의점에서 비싸게 장을 보는 모습도 자주 본다.


   외지 청년들이 구도심에서 시의 지원을 받고 뭔가를 차리기도 하는데, 딱히 사업성과 영속성은 없어 보이고, 지원이 줄면 곧 떠날 것처럼 보인다. 구도심 활성화, 청년사업 지원(밑 빠진 독)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표심 달래기(물 붓기)와 전시행정으로 속사정을 가리는데 급급해 보인다.


   내가 살던 구도심의 번성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나로서는 이런 세상의 무심한 변화가 생경할 따름이다. 친구들과 시끌벅적 어울리며 마시고 놀았던 번화가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그때도 사람들의 소득은 적었고 생활도 불편했고 금전적 여유도 없었지만, 오히려 그때가 풍요의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어제 경북 고령군으로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나의 소멸도시 고향보다도 더 한적하고 더 조용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인구가 약 3만 명이다.) 고령군청으로부터 10분 거리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의 플래카드가 인상적이었다.


벚꽃 엔딩이라는 말은 대학에만 해당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세상이 언제부터 흉흉해졌는지"에 대한 연구조사를 기억한다. 사람들 마다 그때가 언제인지 답변이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흉흉해졌다고 생각하는 시작한 시기는 자녀의 출생시기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자녀가 태어나고 세상의 흉흉함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합계 출산율이 어떻고, 경제 전망이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피부로 느끼고 내 이야기가 되어야 비로소 체감을 한다. 그리고 자기의 이야기가 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 투표에 영향을 줄 때가 되어야 정치인들이 나서기 시작한다.


   세상은 뭐 늘 그래왔다.


   합계출산율은 0.6대로 떨어졌지만 당분간은 인구감소의 영향을 느끼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갑자기 세상살이가 따끔하게 느껴질 때가 되어서야 '어이쿠 큰일이다' 할 것이다.


   타시도 정책 베끼기와 그동안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비용은 헛수고로 돌아갔고, 어쩌면 쓸만한 아이디어는 기존의 관성과 저항에 부딪혀 반대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호미로 막을 일을 트랙터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결론은 각자도생이다. 그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큼 각자 준비하고, 또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나의 살던 소멸도시 고향에도 어느새 봄이 왔다. 겨우내 잠자던 싹이 움트고 꽃도 필 것이다. 꽃피고 조용하고 잔잔한 세상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세상이 발전하고, 성장하고, 건물이 쑥쑥 올라가는 게 늘 좋은 것만도 아니다.


   그건 세상 이야기지 내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

   다만 먹고살 걱정이 문제지.

   에라 모르겠다.ㅋㅋ


찹쌀떡 개당 1천원
  아구찜, 갈치찌개, 청국장은 각 5천원 /  아구찜+갈치구이+청국장=정식 6천원

   근데, 고령에 다녀오면 나도 고령이 되는 걸까?

   ㅋㅋ 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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