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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r 08. 2024

중성화 수술 완료한 40대 유부남

정관수술

   길냥이의 귀 한쪽이 살짝 컷팅이 되어있으면, 그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증식을 막고자 한다던데, 나도 몇 년 전에 무분별한 증식(?)을 막기 위해 비뇨기과에서 나의 중성화 수술을 완료했다.


   요즘 미혼인 청년들이 많다. 아이를 낳지 않는 MZ세대 딩크족이 늘어나고, 같이 살더라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그러니 더더욱 아이를 낳지 않는) 사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X세대 끝물인 나와 밀레니얼 초기 세대인 와이프도 연애는 곧 결혼이고, 결혼은 곧 출산임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MZ들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시대가 비슷하게 흘러갔다면 이들도 윗세대들처럼 어떻게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겠지만, 그러질 않는 것을 보면 이들이 성장할 때 영향받은 시대 환경은 '라떼'와는 다른 것 같다.


   하긴 나도 공감은 한다. 아이가 둘 이상이 흔한 윗 세대와 아이가 없는 아랫 세대의 딱 중간인 아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둘째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육아에 정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낳으면 어떻게든 키운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도 윗세대와 다른 것은 그렇게 까지 해서 가뜩이나 힘든 내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속내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 이런 삶에 내 아이마저도 경쟁력 있게 키워내야 하는 또 다른 경쟁에 다시 뛰어들고 싶지 않다.


   입시 경쟁, 취업 경쟁, 창업 경쟁. 그리고 연애와 결혼도 경쟁력이 있어야 하기 십상이고, 내 집 마련도 경쟁, 노후대비와 은퇴하고 나서도 생존 경쟁을 이어나가야 하는 요즘 세상이다.


   우리도 생존하기 바쁜데, 자식들에게도 그런 준비를 시킨다는 거 자체가 숨이 가쁘다. 자신의 노후를 포기하면서 까지 자식의 경쟁력을 준비해 줄 수 있는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그들은 차라리 그런 고민 자체를 할 필요가 없는 딩크나 미혼을 선택하는 건 아닐까 싶다.


   이미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우리 부부도 둘째에 대한 고민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증식(?)을 막기 위해서 결국 나의 중성화 수술(정관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 귀를 자르지는 않았다. ㅋㅋ)


   물론 이런 이유만을 가지고 한 선택은 아니다. 우리에겐 말 못 할 다른 사정도 있었다. 사회가 개인의 고통을 받아줄 수 없는(받아주지 않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이 촘촘하지 않음을 알아버린 우리에겐 더 어려운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갓난아기였던 아들은 벌써 중학생이다. 긴 방학을 보내고 개학하고 또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이 보인다. 말투, 쓰는 어휘, 행동이 또 달라지고 있다. 신기하다.


   아이를 키우는 재미가 또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사람들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또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이런 말을 했다.


   "바로 이 여자다" 싶을 때, 그때가 제일 위험하다고ㅋㅋㅋ 그래서 그 순간을 잘 넘겨야 한다고 말이다. 둘째 셋째도 비슷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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