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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Apr 06. 2024

벚꽃이 3일 연속 상한가를 달린다.

As good as it gets

   결국 다시 봄은 왔다.

   3월이 다 지나가도록 추위는 여전했지만, 어느새 따뜻한 봄은 오고야 말았다.


   눈 감았다 뜨니 아침이다.

   푹 잤다. 왼손을 이불 밖으로 꺼내어 손목시계를 본다. 아직 7시 전이다.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하기에, 잠시 꾸물대다가 부인님 깨지 않게 살며시 나온다.


   일어나자마자 밤새 뛰놀다 잠든 테슬라 주가를 확인하고, 아침식사(샐러드, 벤나주스, 닮은 살걀ㅋㅋ, 구운 통밀빵, 커피)를 준비한다. 지도 살아보겠다고 우적우적 아침을 먹는 못난이 아들 얼굴을 빤히 보다 괜스레 울컥한다.


   갱년기다. ㅋㅋ

   아이는 학교에 가고, 느긋하게 설거지를 한다. 와이프와 번갈아 화장실 거사를 치르고 나서, 쏙 들어간 배를 각자 내보이며 서로에게 성공(?)의 축하 인사를 건넨다.ㅋㅋ


   사전투표를 마치고, 우리는 천변으로 달리러 간다. 날이 좋아서 달리기 딱 좋다.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핀 벚꽃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으니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낼 건지에 대한 생각을 문득하게 되는데, 하나 정한 게 있다면 매일 오전에는 이렇게 밖에 나와 햇빛 속에 있는 것이다. 오전에는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아침 햇빛 속을 걷거나 달리는 일은 축복이다.

   이때 햇빛을 보고 활동을 하면 밤에 멜라토닌이 쏟아져 나와 빠르게 그리고 깊이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을 잘 자야 좋은 컨디션에서 살 수 있는 것이고, 좋은 컨디션은 내가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우거지가 이렇게 맛있는데 우거지상이라니


   달리기 반환점을 돌고 식당으로 향한다.

   등뼈해장국 집인데, 정갈하고 맛이 좋다. 그걸 먹고 우리는 살살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출근길에 '우리 동네 누드비치'도 간다.


https://brunch.co.kr/@jaemist/231


   신음소리를 내며 43도 열탕에 들어간다.

   어렸을 땐 이런 용암 같은 뜨거움이 너무 싫었는데, 이런 앓는 소리는 뜨거운 커피의 첫 모금을 마시고 '아으~~'하는 현상과 궤를 같이 한다. ㅋㅋ


   탕에서 어떤 70 쯤 되어 보이는 분이 연신 흥얼거리던데 나도 나중에 저럴라나?


   적당히 몸을 샤브샤브한 다음에는 수건 하나를 챙겨 내가 애정하는 노천탕으로 나간다. 대한민국에서 벌거벗고 실외에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아마도 몇 없을 것이다.


   눈이 부시지 않게 머리는 그늘에 놓고, 잘 익은(?) 몸은 햇빛 아래에 널어 말린다. 조금 춥기도 하지만 바람에 물기가 다 마르면 이내 따뜻해진다.


   벌거벗은 원초적인 모습으로 벌러덩 누워 두둥실 떠가는 하늘의 구름을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을 즐기는 이 기분은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기분이다.

   (유럽에 있는 누드비치에 가보고 싶어 졌다.)


   요즘 '끝말잇기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써보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뭘 쓸까를 고민하다가, 이렇게 '던져진 주제'를 가지고 쓰는 것도 꽤 괜찮은 경험이다. 다음엔 '워리어'인데 ㅋㅋ 매번 막막하긴 한데 뭐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든 써지겠지 싶다.


   다음 주부터는 일이 한동안 바빠진다.

   이러쿵저러쿵하다 보면 또 한마디 지나서 또 어느새 5월이 될 것이다. 여지없이 다시 찾아온 이 짧은 봄을 다시 즐기기 위해서는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벚꽃 3일 연속 상한가


   꽃은 지천이고, 냇물은 시원하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이 아름답고 짧은 봄을 닮았다.


꽃 etf


   활짝 웃는 꽃들도 조만간 진다.

   꽃이 이쁜지도 모르고, 날이 좋은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목적지만 향해 속력만 높이는 건 아닐까 싶다.


   이 찰나의 봄 같은 인생,

   이 흔하고 소중한 것들의 예쁨을 더 많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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