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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n 21. 2024

나의 건전한 19금 라이프

뻔한 19금 아님

   백화점에 가면 나는 중간에 몇 번이나 백화점 밖으로 나와야 했다. 담배를 피워야 했기 때문이다.


   와이프가 외출한 늦은 저녁, 아이를 재우(는데 성공하)고, 나는 집 앞 편의점으로 미친 듯이 전력질주를 했다. 잠깐 사이에 아이가 혹시나 깰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담배 한 대 피워보겠다고 일행을 떠나 백화점 밖을 수시로 나와야 하고, 그깟 맥주가 간절해서 어린애를 두고 미친 듯이 내달리면서 이 술과 담배에 대해 다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술과 담배는 어른이 되면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의 상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없으면 안 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이게 원하던 자유일까?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기나 하는 질 낮은 쾌락에 속박이나 당하는 인생이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다 담배 한 대, 6년이 지나도 가끔은 술 한잔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정말 징글징글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술담배를 멀리하는 것은 술담배에 찌든 몸이 망가진 건 둘째 치고, '시간을 되돌릴 수 없음'에 크게 한탄만 하며 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탁 내려놓으면 인생이 편해지는 걸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술, 담배를 시작으로 내 삶을 좀먹는 사소한 19가지를 멀리하고 있다.


   이른바 "나의 바람직한 19금 라이프"다.ㅋㅋ


   아이들에게는 '해도 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확실히 정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기억하기 쉬운 간단한 규칙은 지키기도 쉽기 때문이다. (성인인 나도 이게 더 쉽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할 것'만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사실 그 기본을 지키는 것도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양산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하지 않을 19가지를 정하고 이것만은 안 하려고 한다. 나는 이 정도만 지켜도 만족한다. (O : 잘 지키고 있음)

 

1/ 술 O

2/ 담배 O

3/ 야식 O

4/ 정오 이후 커피 O


5/ 당류 O

6/ 식후 2시간 내로 눕기 O

7/ 비만 O

8/ 자외선(시력) O

9/ 일 30분 이상 폰사용(시력)

10/ 이어폰(청력) O


11/ 골프 O

12/ 명품 O

13/ 필요하지 않은 물건 O


14/ SNS O

15/ 허례허식 O

16/ 남의 인생에 끼어들기


17/ 가난한 사고 O

18/ 두려움


19/ 낮은 수준에 중독되기



몸에 나쁜 걸 하면서, 건강하고 싶고

돈 낭비하면서, 일은 하기 싫고

쓸데없는 말 하면서, 갈등은 싫고

남과 비교하면서, 행복하고 싶고

낮은 수준에 중독되어 있으면서, 높은 수준으로 살길 원한다.


건강하고 싶으면, 몸에 나쁜 걸 안 하면 되고

일하기 싫으면, 돈 낭비 안 하면 되고

갈등을 피하고 싶으면, 말조심하면 되고

행복하고 싶으면, 비교하지 않으면 되고

높은 수준으로 살고 싶다면, 낮은 수준에 중독되지 않으면 된다.


욕망과 이상을 동시에 가질 순 없다.

놓아버리면 그만인데 왜 그리 어려울까?


밑줄 친 것들은 아직 잘 안 놓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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