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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Jun 22. 2024

사라진 우리 동네 누드비치

   누드비치에서는 대개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태닝을 즐기기 위함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태닝보다 더 즐거웠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벌거벗고 누워' 바람을 느끼거나 비를 맞는 거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더더욱 나는 꼭 비를 맞으러 누드비치에 가곤 했다. 


https://brunch.co.kr/@jaemist/231


   하지만 일은 별안간 벌어진다고 했던가?

   갑자기 우리 동네 누드비치가 사라졌다. 도심 외곽 스파 옥상에 위치한 노천탕인 나의 누드비치는 주인의 변심(?)으로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단다. 탕에서 노천탕으로 나가는 문은 자물쇠로 묶여있다.


   나는 술담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드는 골프 같은 취미도 없다. 정신을 쏙 빼놓는 게임도 하지 않고, 음악 구독도 하지 않는다. 나의 그나마 돈을 아끼지 않는 취미가 있다면 스파 정기권(20장 18만 원)이다.


   어느 날 노천탕이 폐쇄되었을 때 나의 정기권은 16장이나 남아 있었다. 나는 노천탕이 아니면 이곳에 올 이유가 없기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장당 9,000원씩 16장 그러니까 나는 144,000원을 손해 보게 생겼다. 이 정기권은 환불도 안된다. 


드디어!


   그리고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더더욱 화가 난다.


   그래도 뭐 할 수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나 같은 소수의 취향은 채산성이 안 맞긴 하다. 


   어쨌든 남은 16장을 꾸역꾸역 다 쓰긴 했다. 

   매번 갈 때마다 자물쇠로 잠긴 문을 바라보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목욕탕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곳은 온탕은 너~무 미지근하고, 열탕은 너~무 뜨거워서 애매했다. 이제 옮겨야지. (맞다. 삐졌다.)


   아마도 내가 사는 동네에 진짜 누드비치가 있다면 만날 드나들었을 거다. 가만히 누워 산들산들 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 정말 좋기 때문이다. 그렇게 누워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좋다.

   나중에 생활비 저렴한 유럽 어딘가로 이주를 해야 하나? ㅋㅋㅋ 중정 있는 집을 짓는 게 더 빠를 수도.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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