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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스트 May 26. 2022

1 때문에 99를 버릴 수는 없다.

가난, 절약, 투자

   “두득”

   오른손 가운데 세 손가락이 이 패드를 뚫어버렸다. 빨래를 하기 위해 무심결에 잡아당겼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질감과 촉감이 좋아서 그동안 만족하며 잘 쓰고 있던 것이었는데, 구멍이 나버려서 무척 속이 상했다. 그러고 보니 이 패드를 8년이나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야 여기저기 색이 조금씩 바래고 낡은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사용상 문제가 없고, 뚫린 부분도 아마 전체의 1/100도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패드를 수선하여 쓰기로 했다.


   출근길에 사무실에서 가까운 수선집에 들렀다. 수선집 사장님은 비슷한 천이 없다며 난감해하셨지만, 나는 상관없으니 견고하게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퇴근길에 찾아 집에서 와이프에게 보여줬더니, 재미있다며 깔깔 웃는다.



   사실 어렸을 적 만화나 TV 프로그램에서 등장 인물의 가난한 형편을 묘사할 때 이불이나 옷에 천조각을 덧대어 꿰맨 것을 보곤 했는데, 우리가 쓰는 이불이 이렇다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고 1 때문에 99를 버릴 수는 없었다.

   버리면 쓰레기가 될 것이고, 새것을 사면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한다. 사용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선하여 지금도 잘 쓰고 있다.



   경량 패딩은 맨 아래 똑딱이 단추가 건조기 속에서 터져서 수선 스티커로 막아서 사용 중이었다. 최근에는 소매가 날카로운 것에 베였는지 깃털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수선 스티커로 깃털의 탈출을 막았다.


   자세히 보지 않는 한 표시도 잘 나지 않을뿐더러, 경량 패딩으로서의 기능 역시 변함이 없다. (물론 맨 아래 단추를 잠그지는 못하지만) 이런 것에 무덤덤한 내 성격도 한몫을 한다.


   새것을 산다 해도 큰돈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비싼 옷은 걸치지도 않는다. 새로 하나 산다고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안 써도 될 돈을 쓰는 것은 너무 아깝다. 나는 자산을 꾸준히 모아가는 것이 소비보다 더 즐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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