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폐업, 임대문의, 동네멋집
근처 카페에 또 임대문의가 붙었다.
이 카페는 꽤 괜찮은 자리에 있지만, 지난 3년간 사장이 4번이나 바뀌었다. 물론 코로나로 운영에 어려움이 분명 많았을 것이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그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사업이 어려워지고, 임대문의 표지를 붙이기까지 비슷한 패턴을 볼 수 있었다.
개업 초기에는 사장들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면 즉시 손님과 눈 맞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밝은 목소리로 메뉴를 안내하기도 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설명도 한다. 주문을 하면 '준비해드리겠습니다'같은 말과 함께 음료 준비가 시작되었다.
오픈빨이라는 한 두 달이 지나가면 조금 달라진다.
우선 손님이 줄었다. 사장의 목소리는 생기를 잃었고, 들어오는 손님과의 눈 맞춤이 늦다. 심지어는 손님이 카운터 앞으로 걸어와도 눈은 다른 곳(휴대폰)을 응시하고 있다. 오래 앉아있었는지 기지개를 켜면서 주문할 때까지 손님에게 말을 건네지 않고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빈 카페에서 사장은 계속 폰만 보고 있다.
빨대나 종이컵 택배 박스가 치워지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곳에 있기 시작한다. 테이블에 음료나 케이크 가루가 제대로 치워지지 않아 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정리되지 않고 비뚤어져 있기도 했다.
얼마 후면 사장의 신발이 구두나 운동화에서 슬리퍼로 바뀌어있다. 양말을 신지 않고 있을 때도 있었다. 한쪽 테이블에서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고 있기도 한다.
사장 친구들은 카페에 자주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카페 내에서 햄버거 세트를 펼쳐 놓고 먹었다. 메뉴는 찌개류로 옮겨가고, 중국음식을 먹는 것도 봤다. 그리고 그릇을 가게 앞에 내놓았다.
마감시간이 점차 불규칙해진다.
일찍 닫는 날들이 늘어나고, 안내문을 문에 붙이고 가게 문을 닫는 날이 가끔 생긴다. 안내문을 붙이지 않고 닫는 날도 생긴다. 그러다 닫혀있는 날이 길어지고, 결국 가게를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다시 임대문의가 붙는다.
공실로 한동안 비워져 있다가, 가게를 보러 사람이 온다. 4명의 사장 중에 2명은 전 사장의 지인이었다. 그렇게 가게(월세)는 다음 사장에게 넘겨지고,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한다.
이렇게 반복되었다. 또 새로 까페가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번 사장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