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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재모 Dec 23. 2023

렌즈 후드나 선쉐이드 없이 촬영하는 바보

플레어(flare) 현상의 문제



렌즈 후드나 선쉐이드 없이 촬영하는 바보...라고 썼지만, 정확히 말하면 무지한 것. 


이제 영상을 만드는 일은 충분히 오래, 제대로 깊이 공부하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되다 보니, 기본이 되는, 광학(optics)에 대한 아주 최소한의 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촬영하는 사람들이 쉽게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플레어(flare)’ 현상의 문제.


플레어 현상은 렌즈 표면에 광선(빛)이 직접 닿을 때 발생한다.

표면 렌즈를 통과한 빛이 안쪽에 있는 렌즈를 전부 통과하지 못하고, 일부가 반사되어 렌즈 유리와 유리 사이에서 난반사를 일으킬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플레어 현상이 발생하면 이미지에 둥근 모양의 빛 테두리가 나타나고(의도적인 표현상의 목적으로 이 효과를 만드는 경우는 제외),  밝은 광선이 렌즈 표면으로 직접 들어오면서 이미지의 일부에 과다 노출이 발생해서, 특정 영역의 디테일이 손실될 수도 있다.

또한 비디오 신호에서 블랙 레벨이 상승해서 화면은 전반적으로 뿌옇게 된다. (이미지 전체의 콘트라스트를 감소시켜 또렷하고 선명한 영상을 얻지 못하게 된다.)

즉, 장면별로 일관성 없는 영상을 얻게 되고, 신호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블랙 기준점이 틀어지면서 ‘나쁜 품질’의 영상을 얻게 된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렌즈의 투광률을 높이고 미광(stray light)을 억제하기 위해서 렌즈 유리 표면에 특수 난반사 방지 코칭(anti-flare coating) 처리를 하지만, 개당 몇 천만 원대의 최고급 렌즈들도 이런 난반사를 완벽하게 막지는 못한다. (하물며 고작 몇 백만 원대 저렴한 렌즈들은 그 품질과 성능이 어떠하겠는가?)


문제는 직사광선이 강한 야외에서만 이 플레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광이 없는 실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력 뛰어난 조명팀과 일을 한 번 해보면, 그들이 보이지 않는 난광과 반사광을 끊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놀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플레어 현상은 렌즈 표면에 직접 닿는 광선이 없는 환경에서도 여전히 발생할 수 있으며, 

화면상에서 육안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웨이브폼 모니터로는 확인할 수 있으며, 모든 조건에서 미세하게 항상 발생할 수 있는 광학적 오류이다. (그래서 스튜디오 촬영이나 중계촬영에서는 비디오 엔지니어가 CCU에 있는 플레어 기능으로 복수의 카메라 영상신호를 각각 따로 조정하는 일을 한다.)


이러한 플레어 문제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렌즈에 후드나 선쉐이드를 씌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렌즈 후드나 선쉐이드는 언제 사용해야 하는가?  정답은 ‘항상’이다. 

이는 촬영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최소한의 ‘기본’에 해당하는 일이다.


실내인데 뭐 상관없겠지, 귀찮고 번거로운데... 하면서 후드나 선쉐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저는 기본도 모르는 사람입니다’하고 써 붙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비싸고 복잡한 장비 쓴다고 저절로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장비로 중요한 촬영을 할 때는 이런 후드나 선쉐이드 만으로도 부족해서 ‘매트(matte)’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매트박스(Matte Box)가 무엇인지, 그것을 왜 쓰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에 관한 얘기는 다음 글에...


(후드나 선쉐이드 사용의 부차적인 효과로, 외부의 충격이나 위험으로부터 렌즈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이것은 나도 경험해 본 바인데, 사용하던 DSLR 카메라를 조수가 떨어뜨리면서 렌즈부터 땅에 떨어졌는데, 다행히 플라스틱 후드가 깨지고 렌즈는 무사했던 적이 있다. 몇 만 원으로 몇 백만 원을 아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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