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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Oct 11. 2019

당근 케익은
무슨 맛이지?

당근 케익 레시피  

 당근 케익에서 당근 맛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면, '그동안 우리가 좋아해 온 당근케익에서 우리는 어떤 맛을 좋아했던 거지?' 생각하게 된다. 식후 입가심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고 시중에 서양 근본의 디저트가 많지 않던 시절에서, 한국은 급작스럽게 새로운 디저트 문화를 맞이했다. 내 기억에 한국의 간식거리는 슈퍼 마켓 과자와 아이스크림, 분식, 군고구마 등에서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에 와플, 토스트, 고구마 케익 등으로 급발진하는 현상을 맞이했다. 특히 그 당시 대학생이 되어 조금 더 주체적인 식생활을 하게 되면서 (모순적으로는 모두가 남들을 따라먹는 문화도 그때 부터 시작이었을까?) 우리의 디저트 세상에 선택지가 더 많아졌다. 없던 것이 갑자기 들어왔다기보다는, 음식과 술의 뒤를 이을까 말까 하던 부가적 식문화의 디저트가 독자적인 식생활의 분류로 자리 잡았다. 바로 이 시기에, 한국에, 아니 가장 빠르게 문화가 침투하는 서울에도 흔치 않았던 당근 케익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그 당시에 당근케익을 유행시켰던 곳은 세시셀라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었다. 파리의 카페를 닮은 아기자기한 외관에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전 처음이었을, 어쩌면 해괴망측한 어감의 당근 케익이라는 메뉴를 팔았다. 지금도 세시셀라는 당근 케익의 명가로 알려져 있다. 

 


 케익에 생크림이 아닌 크림치즈 버터크림이라니! 집에 없으면 커피빈에서 베이글 정도는 시켜야 그나마 집 밖에서 먹을 수 있었던 크림치즈가 케익에 쓰이다니, 많은 이에게 상당히 충격적이었을 것. 거기에 기존에 먹던 바닐라 맛 제누와즈 시트가 아닌, 이국적 향이 풍기는 촉촉하고 무거운 시트. 바로 이 향이 당근케이크 맛을 지배하는 부분이다. 온도로 치자면 따뜻한 계열의 스파이스들, 시나몬, 넛맥, 클로브(정향), 생강등... 마음에 평화를 주는 향과 맛이 우리가 좋아하는 당근 케익의 맛이다. 진지하고 포근한 향에, 적당히 달면서 산도 있는 크림치즈 버터크림의 조화는 마치 실에 매달려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무거운 추처럼 두 가지 극명하게 다른 맛을 오간다. 머리로 생각하면 정말 괴상한 맛인데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분명하다. 

 많은 음식들이 그렇듯 당근 케익도 역시 '부족함'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당근 맛이 나길 원해서 사용되었다기보다는, 설탕이 귀하고 당분이 부족했던 시대에 당근은 케익에 당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설탕이 흔해진 지금, 그냥 당근을 빼도 되지 않나?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갈아진 당근은 케익 반죽 안에서 수분을 공급하며 밀도 있지만 촉촉한 케익이 되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기특한 재료다. 일반적인 버터케익이 오븐에서 팽창하며 윗면이 볼록해지는 반명 당근 케익은 평평하게 구워진다. 갈색 빛깔의 케익 안에 밝고 즐거운 색감을 더해주기도 하고.... 오랜만에 파운드 틀을 사용하고 싶어 만들어본 당근 케익 레시피를 공유한다. 


Carrot Cake with Cream Cheese Icing  당근 케익

Adapted from Posie Harwood's recipe on her blog 600acres.

상기 블로그의 포스팅된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 레시피입니다.


재료

파운드 케익 재료

23cm x 13cm 정도 크기의 파운드 틀 2개 분량 

 226g(1 cup) 무염버터, 부드러운 상태

 148g (3/4 cup) 설탕

 213g (1 cup) 흑설탕

달걀 5개 

1 Tbsp 시나몬

3/4 tsp 넛맥

1/4 tsp 정향 가루

1/2 tsp 생강가루

    생소한 스파이스들 같겠지만 이중 적어도 두어 가지는 사용하면 좋다.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1/4 tsp 소금 

1 1/2 tsp 베이킹파우더

360g(3컵) 중력분

227g(1컵) 사워크림 

1 Tbsp 바닐라 익스트랙트

56g (1/2컵) 잘게 썬 너트 ( 피칸이나 호두 기호에 따라)


크림치즈 글레이즈* 재료

113g 크림치즈** (실온)

113g (1컵) 슈가 파우더 

2 Tbpn 우유( 필요에 따라 더) 

소금 한 꼬집 


*케익 아이싱처럼 전체를 바르기보다는 파운드 위에 얹거나 흘리는 형태. 

**베이킹 시 사용하는 크림치즈, 특히 아이싱이나 글레이즈에 쓰이는 크림치즈는 반드시 블록 형태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있는 통에 담긴 크림치즈는 펴 바르기 좋게 가공되어있고 아이싱을 만들 경우 밀도가 생기지 않고 케이크 옆으로 줄줄 흘러내릴 수 있다. 


케이크 만들기

1. 162도로 오븐 예열, 파운드 틀에 버터칠을 해주거나 베이킹 페이퍼를 깔아준다. 

2. 믹서볼에 버터와 설탕, 그리고 흑설탕을 넣고 일반 비터로 중속 믹스한다. 색이 연해지고 보송보송한 상태가 되도록.(최소 3분) 

3. 달걀을 하나씩 더한다. 하나가 다 섞이면 다음 달걀을 섞는 식으로.

4. 시나몬, 넛맥, 정향, 생강과 소금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밀가루를 더하고 다 섞일 정도까지만 믹스한다. 

5. 사워크림과 바닐라까지 더한 후 섞일 정도로만 믹스한다. (오버 믹스하지 않을 것)

6. 갈아 놓은 당근과 썰은 너트를 넣고 조심스럽게 믹스한다. (마구 휘젓지 말고 당근과 너트류가 골고루 분배되도록 조심스럽게 믹스한다는 의미) 

7. 준비한 파운드 틀에 나누어 담고 45분에서 55분 정도 굽는다. 오븐에 따라 편차가 많으니 45분쯤부터 케익 테스터나 긴 이쑤시개로 케익 중간을 푹 찔러 확인한다. 설익은 반죽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다 된 것.

8. 15분간 식힌 후 틀에서 꺼내 마저 식힌다. 




크림치즈 글레이즈 만들기.

1. 재료를 모두 섞고 원하는 되기가 될 때까지 우유 또는 슈가파우더를 더한다. 

2. 우유나 슈가파우더를 더할 때는 한 번에 조금씩만 섞으며 되기를 조절한다.(나는 상당히 많은 슈가파우더를 더했다는 점 참고)

3. 되직하게 하면 펴 바를 수 있는 정도가 되고 묽게 하면 파운드 위를 글레이즈 하듯 덮을 수 있다. 


완전히 식은 당근 파운드에 글레이즈를 올리고, 글레이즈에 굳기가 생길 때까지 실온이나 냉장고에 둔다. 

먹기 전에는 실온으로 만든다. 3일 내로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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