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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Dec 16. 2019

케익이 필요한 여성을 찾습니다

위로와 축복의 재녀베이크

끝까지 읽어주세요. 글 말미에 꼭 공유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습니다.


 여자라서 겪어야 하는 숙명은 남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짐의 종류보다 그 수가 더 많은 건 나도 여자라서 느끼는 것일까?

 

 어떤 운명의 축복인지는 몰라도 나는, 여자라서 힘들고 여자라서 이건 되고 뭐는 안되고 하는 사회적 세뇌를 비껴갔다. 딸만 있는 가정에서 자란 언니와 나는 아들과 비교당할 일이 없었고 어려서 남자와 차별을 당한다는 개념 자체를 경험하지 못했다. 우리는 비슷하지만 굉장히 다른 성향으로 컸고 잘하는 것, 각자 원하는 것이 달랐으며 서로가 가진 것들을 서로 부러워한 적이 없었다. 각자 다른 방법으로 예쁨 받고 속도 썩혔다. 나 자신을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애착을 가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고 싶어 하지도 않거니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의 존중만 받으면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친 할머니의 노골적인 손자 편애도 나에게 별  어려움이 아니었다. 내가 잘되는걸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오히려 즐거웠다. 이렇게 나는, 사람으로서 나름의 자존감이 상당히 잘 보존된 채로 세상을 살아왔다.

 시간이 흐르고 나와 내 친구들이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비슷하게 잘 뭉쳐있던 집합이, 어린아이가 나뭇가지로 여기저기 헤집어 놓은 개미집처럼 여기저기로 흩어지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여자 친구들의 선택을 보게 되고 그것으로 변화하는 그녀들의 삶까지 배우게 된다. 동시에, 믿을 수 없이 불공평하고 외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아니 알아야 한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말해도 해결되지 않는 아픔이 있다.

 



 우연히 한 노래를 듣게 되었다. 한 여성이 다른 한 여성에게 남기는 음성 메세지와 같은 노래다. 메세지를 받는 여성은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었고 내일 임신 중절 수술을 받으러 간다. 메세지를 남기는 여성은 이 여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 그녀의 결정을 축복하는 것으로 메세지를 마친다.

 이 노래를 경험하고 나서 깊은 슬픔에 빠져 고민했다. 내 주변에 있었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 또는 더 도움이 될 결정을 힘들게 내린 사람으로서, 행복한 축하의 말과, 그녀가 감내해야 했을 고통과 불필요한 죄책감에 대한 위로를 그녀는 어디에서 받았을까. 과연 받았을까. 엄마에게? 언니에게?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실이다. 그 누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는 그 어떤 짐작할 수 없다. 생각보다 불행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다른 자아를 만들어 사는 게 가능한 지금은. 그래서 한 여성으로서 다른 여성을 친절함과 이해로 대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고.


이 노래를 꼭 한 번씩 들어주세요. 시간이 있다면 가사도 읽어주세요. 번역도 해 놓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pq_ieGCzes


Amanda Palmer

<Voicemail for Jill>


Jill, it's Amanda, just waving from London
I know that you're going tomorrow, the hardest decision
And I've been on the side of the phone for a month
And I know you're in hell and you know that I know what you're feeling


Jill, 나 Amanda 야. 런던에서 인사해.

내일 가는 것 알아, 가장 어려운 결정.

지난 한 달 내가 전화 반대편에 있었지.

지옥 같다는 것 알아, 내가 니 기분 안다는 것 너도 알지.


Life's such a bitch, isn't it?
When you have a baby, they throw you a party
And then when you die they get together for a cry


인생은 참 개년 같지?

아기가 생기면, 사람들은 파티를 열어줘.

네가 죽으면 모여서 함께 슬퍼하지.


But no one's gonna celebrate you
No one's gonna bring you cake
And no one's gonna shower you with flowers
The doctor won't congratulate you
No one on that pavement's gonna
Shout at you that your heart also matters


그러나 아무도 너를 축하하지 않을 거고,

케익을 가져다주지 않아.

꽃을 잔뜩 가져다주지도 않을 거고,

의사도 축하해주지 않을 거야.

길에 있는 그 어떤 누구도

너의 마음도 중요하다고 소리쳐 주지 않을 거야.


I'm not sure that you'll get this in time
I don't know if you're checking your voicemail at all
But in case it's the morning
And you're off at the green line and walking through Copley
I want you to stop for a second, I want you to listen
You don't need to offer the right explanation
You don't need to beg for redemption or ask for forgiveness
And you don't need a courtroom inside of your head
Where you're acting as judge and accused and defendant and witness


시간 내로 이 메세지를 네가 들을지는 모르겠어,

원래 음성 메세지를 확인하는지도 모르겠지만.

혹시나 지금 거기가 아침이고,

지하철 녹색선에서 내려 코플리를 통해 걷고 있다면,

잠깐만 멈추길 바라. 이걸 들었으면 좋겠어.

합당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돼.

구원과 용서를 빌지 않아도 돼.

네 자신이 판사가 되고 죄인이 되고 피고와 원고가 되는

네 머릿속의 그 법정도 필요 없어.


It's a strange grief but it's grief
Look at all the women in the street
You know the statistics, Jill
Even though they may not help
Isn't it amazing
How we can never tell
Who is in an identical hell


참 이상한 애도지만 애도이지.

길에 있는 여자들을 봐.

통계는 알지?

그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너무 놀랍지 않니,

저 중 누군가도 너와 같은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우린 절대 알 수가 없지.


No one's gonna celebrate you
No one's gonna bring you cake
And no one's gonna shower you with flowers
The doctor won't congratulate you
No one on that pavement's gonna
Shout at you that your heart also matters


그러나 아무도 너를 축하하지 않을 거고,

케익을 가져다주지 않아.

꽃을 잔뜩 가져다주지도 않을 거고,

의사도 축하해주지 않을 거야.

길에 있는 그 어떤 누구도

너의 마음도 중요하다고 소리쳐 주지 않을 거야.


No one's gonna compliment you
No one's gonna nod their head
And wink in league with what you are pursuing
No one's gonna tie surprise balloons
Onto your desk at work
And no one's gonna ask you how you're doing


아무도 널 칭찬해 주지 않을 거고,

아무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거야.

네가 원하는 것에 대해 한 편이 되어주지도 않을 거야.

아무도 사무실 너의 책상에

깜짝 축하 풍선을 달아놔주지 않을 거고,

그 누구도 네가 괜찮은지 물어보지 않을 거야.



But I'll be back in Boston by next Thursday
Why don't I come over?
I can bring some friends if you want us to come
We can bring you cake and we can bring you flowers
We can bring you wine and we can talk for hours
Ukulele by request
We'll throw you the best
Abortion shower


그렇지만 다음 화요일이면 내가 보스턴에 돌아갈 거야.

내가 갈게.

네가 원한다면 내가 친구들을 데려갈 수 있어.

우리가 케익도 가져가고 풍선도 가져갈게.

와인을 가져갈게 몇 시간이고 수다 떨자.

유쿨레레 신청곡도.

최고의 낙태 샤워 (파티)를 열어줄게.





그래서 찾습니다. 따뜻한 위로, 내 결정에 대한 축하가 필요했지만 그것을 받지 못했던 여성. 원치 않는 임신을 해 어렵게 임신 중절 수술을 해야만 했거나 또는, 원하지 않았던 임신중절을 해야 했던, 홀로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하고 강한 어머니가 되기 위한 격려를 받지 못했던 미혼모, 아이를 가져서 여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해야 했던, 여자이기 때문에 내렸던 모든 결정에 축하, 또는 위로를 받지 못했던 여성들은 저에게 연락 주세요. 당신만을 위한 멋진 축하 케익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축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당신의 이름과 이야기를 들려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불편하다면 케익만 받으셔도 되구요. 저도 낯을 많이 가리고 다정한 성격이 아닙니다. 하지만 케익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초도 드릴게요.



여기로 연락 주셔도 괜찮고요,

https://brunch.co.kr/@jaenyeobake/propose


여기에서 디엠을 보내주셔도 괜찮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jaenyeobake/


이 메세지를 주변에 공유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안타깝습니다. 글을 발행하려고 키워드를 고르는데 추천 키워드에는 물론이거니와, 검색을 해도 임신중절, 낙태, 미혼모 라는 키워드를 검색할 수 없었습니다. 이 글의 핵심이 되는 그야말로 '키워드' 들을 마음대로 검색할수 없다는 것이 답답합니다. 그렇다면 이 글이 필요할지도 모를 그 사람에게 이 글이 어떻게 전해질 수 있을까요? 항상 느껴왔지만 브런치 관계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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