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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Apr 13. 2020

 제2편-part 2 준비, 계량

작은 부엌을 위한 홈 베이킹 가이드

 내 생각과 고민을 주절 주절 쓰는 것은 말 많은 나에게 어렵지 않은 일인데,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성 글을 쓰는 것은 참 어렵다. 많은 양의 정보를 주고 싶지만, 정확하고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는 것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쓰다 보면 잔소리하는 기분이 들어서 여러번 고치고 정리하면서도 시간이 지나가고, 추가해야할 정보가 자꾸 생각나 또 한 주가 지나가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이 시리즈는 참으로 오래 걸리고 있다.

 그래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끝까지 열심히 써보려 한다.


베이킹 가이드 목차

제1편  도구: 난이도 별

제2편  재료: part 1 Overview

                 part 2 준비, 계량 

제3편  레시피

제4편  마음 가짐   

*보너스  글루텐 프리 베이킹


 전 세계적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를 비롯해 외출을 줄이며 살아가는 요즘, 시간을 때우고, 시간을 잘 쓰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세계인들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내가 사는 서울에선 사람들이 한 숨 돌린 듯 정상적으로 주말 외출에, 외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니 참 조심성 없고 배려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순 없잖아요~'.  여기서 '그렇다고'는  '내가 질병에 노출되고 나 때문에 누가 병에 걸리고 건강을 해치더라도'를 의미한다. '자영업자들도 살아야죠' 언제부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걱정했다고? 개인적으로,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왔을지 모르는 타인들 때문에, 또 혹시 내가 그로 인해 지금은 무증상 보균자가 되어 또 다른 누군가의 건강을 해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필요하거나 재미 삼아하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지역 사회를 배려하며 오랜 시간 집에 있으면서 베이킹에 대해 새로이 관심을 가지게 된 여러분을 위한 베이킹 가이드의 세 번째 포스팅을 해본다.

 이번 포스팅은 재료에 대한 두 번째 아야기로, 지난 편에서 다룬 재료의 종류와 구입에 대한 조언에 이어 실제 베이킹을 위해 그 재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량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베이킹을 시도는 해봤어도 다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런 말을 한다. '재료 준비가 너무 귀찮다.' '번거롭고 지친다.' 다 맞는 말이다. 요리를 할 때는, 주재료를 제외하고는 지정된 용기에서 꺼내거나 따라내어서, 또는 그때그때 조절하면서 재료를 더한다. 비교적 감과 눈대중에 의지 할 수 있는 것이 요리지만, 베이킹은 재료의 계량과 사용 순서, 믹스하는 방법도 정확해야 한다. 요리처럼 간을 봐가며, 불 조절 해가며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한번 오븐에 들어가면 끝이기 때문에, 애초에 정확하게 잘 설계된 재료 더미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베이킹은 재료와 재료 간의 화학, 물리적 작용, 거기에 가열에 의한 결과를 즐기는 활동이다. 다시 말해 정확히 설계를 하면 기본은 나올 수 있는 것이 베이킹이고 요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과 판단의 연속이다.

 요리 같다 착각하고 무턱대로 순서 없이 눈대중 양으로 베이킹 재료를 다루면 안 되는 이유도, 앞서 말했듯, 베이킹은 과학이며 수정이 안된다는 점 때문이다. 가장 귀찮으면서도 기운 빠지는 재료 준비는, 열심히 해 둘수록 과정과 결과물에 도움이 된다. 실수를 방지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재료 준비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준비

Preparation 의 중요성

재료 준비만 마치면 베이킹의 반은 시작이다.



재료의 온도 맞추기 제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속도를 늘릴 수 없는 것이 차가운 것은 실온으로 맞추는 일이다. 버터는 냉장보관을 해야 하지만 케익 등에서는 거의 항상 실온의 적절히 부드러운 상태로 사용한다. 만들기 최소 반나절 전에는 반드시 레시피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미리 준비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각 재료의 특성을 이해해 준비하는데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이 든다.


버터: 실온 사용 시 최소 90분에서 두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놓는다. 

 여유 있게 냉장고에서 꺼내야 하는 재료가 바로 버터. 레시피에서 실온 버터를 사용한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많은 베이킹 레시피가 버터와 설탕을 크리밍 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설탕이 버터를 긁듯이 섞이며 내부에 공기층을 형성해야 하는데, 실온의 부드러운 버터는 저항 없이 섞이며 일정한 공기층을 만들어낸다. 앞서 포스팅한 재료 1편에서 하는 버터의 역할이 여기서 발휘된다. 이 크리밍 과정에서 버터가 차갑고 단단할 경우, 버터를 으깨는 느낌으로 두 재료가 완전히 혼합되지 않은 불규칙적인 형태를 갖게 된다. 우둘투둘한 버터크림, 질긴 케익, 부풀지 않는 파운드 등의 결과가 여기서 나온다.

 버터는 사용하기 최소 90분, 계절에 따라 3시간 이전에도 냉장고에서 꺼내 놓는다. 2센티 정도의 큐브로 커팅해 널찍한 접시에 펼쳐두면 더 빨리 실온이 된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부드럽게 자국이 남는 정도, 또는 18도~20도 정도의 온도면 된다. 액화가 된 버터는 사용할 수 없다. 즉, 온도를 높이기 위해 버터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도 안된다. 액화 상태가 되면 역시 믹스되지 않고 분리될 수 있다.

단 스콘이나 파이 크러스트 등 차가운  버터가 필요한 경우에는 냉장 상태에서 바로 쓰되, 사용 전 잠시 냉동실 보관도 좋다.


달걀: 미리 실온으로 꺼내 놓지 못했다면 뜨거운 수돗물을 받아 달걀을 담가 놓는다.

 달걀 역시 다른 재료와 온도 맞춤이 중요한 재료다. 따뜻한 버터와 차가운 달걀이 만나거나 그 반대로 된 상황에서, 잘 믹스되지 않고 달걀이 스크램블 되어 재료와 분리된다. 이것을 달걀이 ' curdled' 된다고 한다.




오븐 켜기

재료를 계량하고 준비 하기전 해여하는 기본적인 일은 레시피상의 온도로 오븐을 예열하는 것이다. 눈 깜빡이듯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필수적인 준비. 오븐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고 레시피대로 하는데도 결과가 마음에 안든다면 오븐 온도계를 사용하자. 생각보다 오븐의 온도는 제멋대로다.



재료에 따른 준비 

밀가루, 슈가 파우더 : 체 쳐야 하다면 미리 해놓기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는 과정이니 무조건 미리 하자.


초콜릿: 잘게 잘라야 한다면 미리 잘라 놓는다.

 초콜릿을 중탕한다면 어떤 경우에는 실온으로 식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레시피에 따라 미리 해야 하는 부분인지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너트류: 미리 잘게 자르거나 레시피에 따라 프라이팬 등에 살짝 구워준다.





계량

준비의 90%는 계량


 올바른 계량의 중요성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베이킹은 배합과 비율, 그리고 온도의 과학이다. 앞서 말했듯, 요리는 간을 보며 수정과 보완이 가능하지만, 베이킹은 한번 온도를 가하면 수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처음 해보는 레시피는 최대한 정확하게 따르며 재료 배합에 익숙해지면 이런저런 수정을 해보며 실험해보는 것이 좋다.

 베이킹의 레시피는 물론 개발한 사람의 취향과 목표에 맞춰 만들어지지만, 기본적인 베이스가 되는 비율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다. 눈대중으로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넣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자. 자꾸만 내 눈과 감각에 편한 대로 넣어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 나는 바보다, 나는 틀리고 또 틀렸다. 나는 무지하다.'라고 되뇌자.

 이 세상에 쿠키가 있고 케익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성실한 베이커들이 계량에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휴, 이 정도로 강조해도 모자란 느낌....

 베이킹을 하고는 싶은데 준비와 계량이 너무 힘들고 번거롭다는 사람들의 말은, 등산을 하고 싶은데 산 근처까지 가기가 너무 귀찮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재료 준비는 베이킹의 일부임을 기억하자.


재료의 종류

 베이킹을 하면 다루게 되는 기본적인 재료들은 고체류와 액체류가 있다. 고체류 중에서도 가루 류엔 밀가루, 전분, 쌀가루 등, 또 당류에는 백설탕, 황설탕, 흑설탕 등이 있다.(사실상 설탕류는 사용하는 형태가 건 재료 같지만 본질적 특성은 액체류다) 이외 필링이나 텍스처를 위해 사용하는 초콜릿, 너트류, 코코넛 가루와 중요한 맛 요소인 소금 등이 있다. 액체류에는 달걀 부터 시작해 우유, 크림, 사워크림 같은 유제품부터, 액체 상태의 당류인 꿀, 물엿, 메이플 시럽 등이 있다. 고체와 액체를 오가는 버터 까지.

 레브닝 역할을 하는 베이킹 소다와 베이킹파우더, 이스트 등과 때때로 사용하는 레몬즙등 사실 앉은자리에서 다 생각하기에도 어려운 많은 재료들이 있다. 다양한 재료를 접하면서 계량하고 준비하는 방식도 알아야 일관성 있고 특히나 효율적인 베이킹을 할 수 있다.


계량 방식 (중량과 부피)

계량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초보 베이커들이 선호하는 부피 계량, 즉 컵과 소품으로만 계량하는 방방 법, 그리고 더 정확한 계량을 위해 전자저울을 이용해 중량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베이킹 초기에는 전자저울을 구비하고 있는 경우가 흔치는 않아서 대체적으로 컵을 이용해 계량하곤 하는데 사실 이 방법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쿠키는 쿠키가 되고 머핀은 머핀으로 완성된다. 그러나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결과물을 원한다면 저울이 필요하다. 재료를 부피로 계량할 경우, 담는 방식에 따라 재료가 컵에 담기는 양이 매번 달라질 수 있다. 밀가루를 떠서 담는 경우와 밀가루를 꾹꾹 눌러 담는 방식 사이에서 양 차이가 나버린다. 또 너트류는 크기와 모양이 불규칙적이어서 같은 컵으로 담아도 매번 다른 양을 계량하게 된다. 특히 버터는 중량 계량을 하는 것이 쉬운데, 녹이지 않는 이상 컵 안에 꽉 차면서 부족하지 않게 버터를 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베이킹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전자저울을 사용하도록 하자. 베이킹파우더 소금 등 소량이 들어가는 재료는 스푼으로 계량한다.


가루류 - 밀가루, 쌀가루, 전분, 아몬드가루

 가루의 경우 입자의 굵기나 수분기 등이 상이하고 계량컵에 담는 방식도 달라 무조건 저울 계량을 추천하지만, 컵으로 계량해야 한다면 반드시, 퍼 담는 것인지, 꾹꾹 눌러 담는 것인지, 컵에 담은 뒤 칼등 등으로 수평을 깨끗하게 맞추는지 등을 레시피에서 확인해야 한다. 설탕은 특히 더 입자에 차이가 커서 주의해야 한다. 보통 흑설탕의 경우 몰라세스 함유량으로 수분기가 많아져 꾹 눌러야 정량이 담긴다.


기타 건 재료류 - 너트, 건과일, 초콜릿, 코코넛가루 등

 가루보다는 입자가 크고 그 입자마다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컵에 꽉 담기지 않는 재료의 경우엔 특히나 중량 계량이 필요하다.


액체류 - 우유, 크림, 메이플 시럽, 꿀, 메이플 시럽, 옥수수 시럽 등

 우유처럼 완전한 액체 상태의 재료는 컵 계량을 해도 무관하다. 단 컵을 꽉 채우려다 재료를 흘리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 시럽의 경우 계량컵에 담다 컨트롤 부족으로 흘러넘치지 않게 또 주의하자.


버터, 크림치즈

 버터는 고체 상태 일 때 계량컵에 꽉 담아 계량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무조건 중량 계량을 추천한다.


베이킹 소다, 베이킹파우더, 소금, 스파이스(시나몬, 넛맥, 클로브 등)

 한 두 스푼 같이 소량이 필요한 재료는 스푼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저울 계량 시 자주 할 수 있는 실수:  무게를 잴 때 재료가 담긴 볼이나 접시의 무게를 빼야 하다. 대부분의 전자저울에 있는 0점 맞춤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우선 볼을 올리고 0으로 무게를 맞춘 후 재료를 담으면 된다. 실수로 0점 맞춤을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볼 무게를 미리 재서 기록해 놓는 방법도 있는데, 그 보다는 0점 맞춤 기능을 숨 쉬듯 내 버릇으로 만드는 편이 낫다.


계량한 재료 담고 배열하기, Mise en place

 좋은 레시피는 언제나 사용 순서에 따라 재료를 나열한다. 처음부터 함께 믹스되는 재료끼리 묶고, 필요한 순서에 따라 사용자를 위해 표기하는 것이 정상이다.

 레시피에서 일러주는 대로 중량 또는 부피에 맞춰 계량을 하되 귀찮아도 재료별로 크고 작은 (bowl) 준비해 담는다. 리스트에 있는 대로 재료를 담았으면 순서대로 배열해 mise en place (  라스)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Mise en place , 무언가를 조리하기  재료를 바로 사용할  있게 준비해 효율적인 위치에 배열  놓는 것을 말하는데,  mise en place  베이킹 과정에 주는 도움은 경험해본 자만이   있다. 재료 준비가 힘들고 오래 걸린다고 해서 일단 시작을 했다가는 믹싱 볼과 레시피를 오가며 버터를 꺼냈다가, 설탕을 찾다가, 베이킹 소다가 보이지 않아 시간을 보내지 않아 결국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익숙한 레시피로 베이킹을 할 때, 몇몇 가지 재료는 곧장 한 믹서 볼로 들어간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잠시의 편안함을 위해 따로 계량해 담지 않고 바로 담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다가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생각이 안 나거나, 중복으로 넣을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난다. 다양한 사이즈의 볼을 구비 해 놓고 눈 앞에 보이게 배열하는 것이 실수 없는 베이킹의 시작이다.



재료를 미리 준비해놓지 않고 무작위로 그때그때 재료를 찾아가며 하면, 중요한 재료를 건너뛰거나 중복으로 사용하는 일이 생기므로 반드시 기억하자, MISE EN PLACE!

 


별도 재료

케익 사이에 레이어 하는 커드나 쨈, 파이 필링 같은 경우 다른 것들과 동시에 만들기가 어려우니 전날이나 반나절 전에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도구 준비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포스팅에서 다뤘던 도구들 중 아무래도 베이킹을 하면서 가장 많이 다루어야 할 도구가 바로 다양한 팬이 아닐까 싶다. 원형의 기본 케익 팬, 머핀 팬, 파우드 팬, 그리고 쿠키 시트 등. 만드는 아이템에 따라 도구 준비에도 따라오는 사항들이 있다.



팬(pans)

 파운드, 케익, 번트 팬은 항상 버터칠을 한다. 파운드와 케익 팬에 경우, 다 구워진 후 팬에서 꺼낼 때 늘러 붙는 부분 없이 깨끗하고 안전하게 꺼내기 위해 버티 칠을 한 후 모양에 맞게 자른 베이킹 페이퍼를 붙이고 그 위에 다시 한번 버터 칠을 해준다. 베이킹 페이퍼는 그렇게 하면 거의 대부분 깨끗하게 떨어져 나온다. 베이킹 페이퍼는 자주 사용하는 팬 모양과 크기에 맞춰 잘라 놓으면 혹시나 베이킹 페이퍼가 없다면 버터칠을 하고 밀가루를 얇게 둘러 준다. 소량을 흩뿌린 뒤 팬을 이리저리 굴리고 퉁퉁 쳐가며 골고루 밀가루가 묻을 수 있게 해 준다. 초콜릿 반죽을 담을 경우에는 코코아 파우더로 하는 것이 좋다.

 쿠키나 스콘을 굽는 경우 쿠키 시트에 간단하게 베이킹 페이퍼를 올리거나 오븐용 실리콘 매트를 깔기도 한다.

 영어 레시피에서는 grease the pan and line with parchment paper, 또는 butter the pan 등으로 표현한다.



믹서(mixer, attachement)

믹스하는 반죽에 따라 믹서 날이 기본 날인지 휘퍼인디 레시피를 확인해야 한다.


소도구

 베이킹을 자주 할수록, 레시피에는 나와 있지 않는 작은 것에 대한 준비에 더 익숙해진다. 재료를 담는 작은 볼, 레시피에는 없어도 반죽을 긁어모을 때 필수적인 실리콘 스패출라, 반죽을 끊거 자르거나 모아 담을 때 쓰는 벤치 스크래이퍼, 버터크림으로 케익 장식을 할 때 쓰는 크고 작은 스패출라 등 도구들은 성향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 혹시나 누군가의 조언으로 시도해 본 작업 방식과 도구 사용이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면 다른 방식을 시도해봐도 좋다. 같은 결과물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갈 수 있고 효율성만 있다면 맞고 틀리고는 없다.  

 케익을 굽다가 익은 정도를 확인하고 싶을 때 쓰는 케익 테스터는, 제과 제빵 도구 파는 곳에도 있지만 사실 거기서 파는 금속 소재보다는, 슈퍼에서도 파는 산적 꼬치용 대나무 꼬지가 더 좋다. 익지 않은 케이크 부스러기가 더 잘 붙어 딸려 올라오기 때문.

머랭, 커드를 만들 때나 초콜릿 중탕을 해야 할 때, 종종 온도를 재야 하는데, 이럴 때 빠르게 온도를 알려주는 전자 온도계가 있으면 좋다.

 케이크는 물론이고 특히 쿠키를 구울 때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팬을 올려놓은 넉넉한 크기의 식힘망이 있으면 좋다. 아무 표면에나 올려놓았다가 식탁이나 부엌 카운터가 상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뜨거운 팬을 식힘망 위에 올려놓으면 열기가 아래로도 잘 빠져나가며 구운 제품이 더 빨리 식는다.

 이런 소도구들은 사실 재료나 도구를 준비할 때 우선적으로 생각나지 않는데, 역시 개인의 경험과 선호도에 따라 중요도가 커지고 자연스럽게 손이 쉬이 닿는 곳에 또는 잘 생각나는 장소에 정리해 두면 좋다.


 앞치마

  더러워져도 되는 아무 옷이나 입고 집에서 베이킹을 하는 것에도 문제는 없다. 허나, 앞치마가 주는 메리트는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베이킹을 하면서 티셔츠에 손을 대충 슥슥 닦는 경우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잦다. 어느샌가 축축하게 젖어 있거나, 여기저기 초콜릿이 묻은 실내복을 입고 있으면 사실 찝찝하기도 하고 정신도 사나워지게 마련이다. 이럴 때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면 자신 있게 손을 닦고, 앞치마 주머니에 있던 마른 리넨으로 작업대를 빠르게 닦아 줄 수도 있다. 너무 무겁지 않고 마음에 드는 앞치마 하나 정도는 구비해두는 게 좋다.

 

타이머

 오븐에 반죽을 넣기 전에 꼭 미리 준비하자!

 


끝없이 나열해 놓은 팁들은 몇 번이고 읽고 들어도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중요성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로 케익을 만들 경우를 시나리오로 재료의 준비 과정을 살펴보자.


 이번 주에 있을 친구의 생일 파티를 위해 케익을 만들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 생일 파티에 가지러 가기로 한 케익을 만들기 위해 목요일 수요일 정도부터 계획한다. 케이크는 클래식한 옐로 케이크에 버터크림으로 장식을 하고 시트 사이사이에 레몬 커드를 레이어 하기로 했다. 

 이 경우에 신경 써야 하는 세 가지 요소는 순서대로, 케익 시트, 레몬 커드, 버터크림이다. 기본적으로 밀가루, 버터, 설탕은 있으니 집에 가는 길에 사야 할 재료는 커드를 위한 레몬 몇 개. 집에 달걀이 있긴 하지만 스위스 머랭 버터크림을 만들어야 하니 흰자가 부족하지 않기 위해, 혹시 몰라 달걀도 구입했다.

 집에 가서 레몬커드 레시피를 다시 찾아보니 냉장하여 식히는 과정에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금요일 저녁에 레몬 커드를 미리 만들어 놓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커드는 어느 정도 식힌 후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시트를 미리 구워 식혀 놓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늦어 이웃에게 믹서 소음이 방해될까 기다렸다가 내일 오전부터 하기로 한다. 자기 전에 우선 레시피를 읽어야겠다. 버터와 달걀은 물론 실온이니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꺼내 놓아야 한다.

 토요일 오전, 물론 저녁 파티지만 이른 시간부터 조금은 분주한 기분이 든다. 8시에 버터를 계량해 큐브 하다 생각해보니 이따 버터크림에도 상온 버터가 필요할 것이라, 레시피를 확인해 보고 필요한 만큼 또 꺼내 놓았다. 버터크림의 경우 이 실온 상태가 더더욱 중요해 이렇게 해놓는 것이 안전하다. 버터크림을 만들 때  두 스푼씩 천천히 넣어햐 하는 것을 대비 해역 시 이 버터도 작은 사이즈로 큐브 해 놓았다.

 레시피를 다시 보니 밀가루도 체처야 한다고 해서 계량한 후 체를 치고, 다시 한번 무게를 재보는데 다행히 체치면서 줄지 않았다.  설탕을 계량하고 베이킹 소다, 베이킹파우더, 소금 또 작은 소스 그릇 등에 담아 놓았다. 정말 귀찮지만 또 안 하면 안 되는 케익 팬 버터칠. 케익 팬에 페이스트리 브러시로 구석구석 칠을 해주고 사이즈대로 자른 종이를 깔고 다시 한번 꼼꼼하게 버터 칠을 하고 시간을 보니 믹서를 사용해도 될 것 같아 케익 시트 만들기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냉장고에서 달걀을 미리 꺼내지 않았다. 매번 하는 실수지만, 뜨거운 수돗물을 받아 길게는 5분 정도만 담가놔도 실온을 맞출 수 있으니 지체하기 않고 물을 받는다. 시트가 완성되고 실온에서 식히는 동안 스위스 머랭 버터크림을 만들기 시작했다. 달걀흰자, 설탕, 바닐라, 그리고 달걀흰자와 설탕을 필요한 온도까지 녹여 데운 후, 고속 휘핑으로 머랭을 만드는데 온도가 빨리 내려가지 않는 것이 걱정되어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팩으로 믹서 볼을 여기저기 문질러 주었다. 다행히 온도가 떨어졌고  바닐라를 넣고 잠시 믹스 한 뒤, 휘퍼에서 일반 믹서 부품으로 교체한 후 속도를 낮춰 믹스하며 버터를 한 조각씩 넣고 믹스해 버터크림을 완성했다. 그 사이 완전히 식을 줄 알았던 케익 시트에 약간의 온기가 있어 잠시 냉동실에 넣어 놓는다. 그 사이에 색소 몇 가지를 사용해 나눠 놓은 버터크림에 색을 만들어 주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지금 할 수 있는 설거지를 미리 해 놓는다. 식은 케이크 시트와 어제저녁 만들어 놓은 레본 커드를 꺼내 케익을 쌓고 버터크림으로 장식 마무리. 사진은 못 찍었다.

 

  이렇게 봐서는 사실 많이 정신이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 베이킹은 정신없는 활동이다. 허나 완전한 혼돈이라기 보단, 다이내믹한 산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가벼운 옷차림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서 시장을 가는 길. 편안한 온도와 적당한 볕 아래를 걷는데 길을 가다 아는 사람을 만난다. 그러던 중 갑자기 길 건너편에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인사를 해온다. 처음에 만난 아는 사람의 개가 갑자기 줄을 끊고 도망가 주인이 헐레벌떡 따라가는 것을 지켜보는데 길 건너편에 있던 친구가 내 옆에 와있는 것을 인지한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가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강한 바람이 불고 공기가 스산해지지만 익숙한 길이고 걱정할 것은 없다. 손에 쥐고 있던 시장바구니는 손에서 놓칠 뻔했지만 순간적 반사 신경덕에 반대 손으로 캐치하고 가던 길을 가는데 후두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다행히 다리 밑으로 가던 중이라 잠시 비를 피한다.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뭐 오랜만에 오는 비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지루하지 않게 시간이 지나간다. 도망갔던 그 개는 어떻게 됐을까? 비가 그쳐서 서둘러 시장으로 향한다.

개를 놓쳐서 당황했던 그 사람을 다시 시장에서 만났다. 개를 쫒아서 시장까지 온 것이다. 다행히 개는 아무렇지 않게 해맑은 표정으로, 바로 앞 베이커리에서 방금 나온 크라상을 보여 입맛을 다시고 있다. 시장을 봐서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니 한 두 가지 시장에서 깜빡한 것이 있지만 저녁을 차리는 데는 별 문제없을 것 같다. 다음에 잊지 않고 그것들을 사야겠다. 뭔가 좀 정신없는 산책 같았지만, 별 탈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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