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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연 May 09. 2020

제3편  레시피, 마음가짐

작은 부엌을 위한 홈 베이킹 가이드

베이킹 가이드 목차

제1편  도구: 난이도 별

제2편  재료: part 1 Overview

                 part 2 준비계량 

제3편  레시피, 마음가짐

*보너스  글루텐 프리 베이킹


 베이킹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재료와 도구가 다 갖춰졌지만 좋은 레시피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좋은 레시피를 찾는 방법은? 베이킹을 시작하는 사람은 여기서 아주 막막해질 수 있다. 서점에 가서 찾아봐도 다 거기서 거기 같고, 내 취향에 맞을지도 모르겠고. 어디까지 따라 해야 하고 어디에서 재량을 발휘해야 할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홈베이커 들을 위한, 재녀베이크의 엉성하지만 진심 어린 레시피 가이드가 여기에 있다. 

  많고 많은 이 세상의 레시피. 네이버에서 '레시피'를 검색하면 총 4,169,555건의 블로그 검색 결과가 나온다. 한국은 홈 베이킹 불모지이나 마찬가지이니 저 중에서 케이크 레시피의 비율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블로그 포스팅만 400만 건이 넘는다는 건 처음 레시피를 찾아야 하는 사람에게 참 무시무시한 숫자이겠다. 인터넷뿐인가, 교보문고에만 가도 국내외 쿡북으로 이루어진 섹션이 나름 갖춰져 있고, 아마존에서 쿡북을 검색하면 80,000건의 결과가 나온다. 이 많은 레시피 중 나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고, 판단하고, 읽고, 따르는 방법과 더불어 홈 베이킹을 하면서 항상 지녀야 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한 개인적인 조언들도 함께 소개한다.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것: 저는 미국, 유럽 베이킹 사회에서 나온 정보와 책들만 가지고 베이킹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는 정보도 모두 그것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레시피는 제 입맛에 맞지 않습니다. 또 제 경험상 한국식 레시피는 일부는 '대충'이거나 또 다른 일부는 '지나치게 속박' 하는 레시피라고 느껴서 애초부터 국내 정보에 의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브런치를 찾는 분들은 저처럼 더 달고, 진하고, 과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는 전제하에 모든 정보를 드리고 있어요. 그런 분들이라면 더더욱, 어렵더라도 미국과 유럽에서 출판되는 원서 쿡북, 또는 블로그의 레시피를 이용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이 글을 통해 드리려는 도움을 100% 얻어가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시피 찾기



 경험이 없는 홈 베이커들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정보에 많은 의지를 하는데, 국내 블로그에 실려 있는 많은 레시피들을 보면 상당히 정보의 전달에 있어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포스팅을 하는데 이의를 두고 써진 레시피가 많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유입을 늘리기 위해 검색에 최적화된 어휘와 자극적으로 '초 간단' 함을 강조한 제목들 까지, 판단력이 없는 초보들이 혼란에 빠지기 딱 좋은 것이 인터넷 레시피의 세계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지나치게 편향된 디저트 종류로 인해 새로 홈 베이킹을 시작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니 남들이 다 하는 베이킹을 하게 되고, 주류 아이템은 더 주류가 되고 만다는 점이다. 마들렌, 마카롱, 휘낭시에, 생크림 딸기 케익, 다쿠아즈, 미국에서 흘러 들어온 유행 아이템 바스크 치즈 케익. 거기에 정체와 국적(아마 일본과 한국의 조합) 불명의 망측한 조합들이 사람들을 유인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나를 위한, 내가 사랑하는 베이킹을 할 수 있을까?  


 1. 끊임없는 관심- 소셜 미디어, 블로그, 푸드 미디어, 꾸준한 knowledge 업데이트

  취미로 배우는 것도 학원, 과외, 클래스를 통해 속전속결로 끝내고, 즐거우라고 하는 일도 자격증 따기 식으로 하는 많은 사람들의 소위 '종특'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자기 자신만의 지혜'가 가진 힘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의 보상으로 돌아온다. 급하게 꾀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경험을 통해 자기 노하우와 지식을 일구자. 

  이런 지식은 딱 정해진 단계와 커리큘럼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경험치가 있는 사람들의 지식은 개개인마다 다른 모양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우선 제일 정확하고 정보가 많다는 웹사이트에서 시작했다. 거기서 디저트와 베이킹을 전담하는 페이스트리 셰프의 책을 샀는데, 물론 미국인이라 실제로 그 사람이 만든 디저트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베스트셀러 책을 쓰고 그 책으로 최고 상을 받은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 그 당시엔 가지고 있던 한 두 권의 책으로 '이것만 있어도 되겠다' 생각했었다. 지금은 베이킹 책 20권 이상으로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채워야 할 것도 더 찾게 된다.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외국 블로그를 통해 엄청나게 큰 베이킹 커뮤니티를 발견했다. 여기서 '커뮤니티'라 함은 프리첼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같은 개념이 아니라, 공통된 관심사나 사업 아이템을 가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연대와 사회를 말한다. 지역 사회도 일종의 커뮤니티다. 인스타그램 덕분에 전 세계는 경계 없이 서로의 디저트와 그것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 덕에 나는 좋은 책을 포함해 내가 가진 정보의 90% 이상을 얻었다. (나머지는 직접적 경험) 

 나는 내 생각에도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항상 베이킹 정보를 찾아다니고 있다. 생활의 상당한 부분을 베이킹 재료를 찾고 레시피를 고르고 베이킹 시간표를 찌는 데 사용하는데,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운동에 대한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오래 해야 하는 것과 똑같이 베이킹도 자주 하고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인스타그램도 추가적 계정을 만들어 전 세계 베이커와 쿠킹 플랫폼 계정을 팔로우하고 관심 있는 것은 저장하는 것을 습관화할 것을 추천한다. 


2. 온라인 

 인스타그램과 각종 블로그 등의 베이킹 커뮤니티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다니다 보면 어느 정도 어떤 쿡북이 정말 좋은지, 어떤 테크닉이 유행하는지, 지금은 어떤 시즌 인지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홈베이킹 세상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베이커들은 대부분 레시피를 올리는 블로그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만든 디저트에 대한 레시피 포스팅을 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것을 알리는 아이템 사진을 포스팅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요즘은 티비에 나오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유명해지면 쿡북을 낼 수 있는 세상이다. 블로거에서 시작해 베스트 셀러 까지 되는 세상이고 인스타그램으로 책 출판을 알리고 홍보한다. 출판이 3개월도 더 남은 책을 보지도 않고, 그동안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활동만을 보고 예약 구매하는 것도 흔하다. 소셜 미디어를 최대한 이용하되 이를 통해 자기에게 맞는 레시피를 찾을 줄 아는 눈을 기르자. 생각보다 상세하고 친절하게 각종 블로그에 나와 있으니 최대한 이용해 보고 결과가 좋았다면, 그 베이커가 출판한 쿡북을 구매하는 것으로 서포트를 해주자. 이건 또 굉장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인데, 공짜로 정보를 얻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많은 노력을 들여 만든 레시피와 이미지, 포스팅을 즐거움과 정보를 얻고 거기에 고맙고 좋다는 댓글과 좋아요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스처다. 블로거가 자신의 활동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등의 모금을 원하다면 기꺼이 참여하는 성숙한 자세를 가지는 것을 본인에게도 적용해 보길 바란다. 남들이 하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내가 얻은 정보가 있으니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 넘쳐나는 헛 정보의 세계에서 더 좋은 훌륭한 정보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서포트하는 훌륭한 자세다. 

 




 

3. 쿡북 

내가 왜 베이킹 쿡북을 좋아하는지에 대하여

온라인 레시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누군가가 한 번은 온라인, 유튜브에 레시피도 많은데 왜 쿡북을 사서 보는 것이며 어떤 면이 더 좋냐고 물었는데, 순간적으로는 '베이킹도 안 하면서 왜 시비지?' 하고 기분이 나빴다가 사실 나도 내가 왜 책을 좋아하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고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책을 사는 것으로 내가 좋아하는 블로거/ 베이커를 후원하고, 또 돈이 아깝지 않게 사용하기도 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새 책을 사면 소설책을 읽듯 여러 가지 레시피를 정독하며 이번 주말엔 뭘 새롭게 만들어볼까 설레어하기도 한다. 새 쿡북 속 새로운 레시피들은 나에게 potential과 아직 나도 모르는 나의 즐거운 주말을 의미한다. 그것들이 아름다운 디저트 사진들과 개인적 경험들을 정성 들여 바인딩 돈 책의 형태로 나와 항상 함께 한다는 것이 정말 좋다. 

한 권의 쿡북을 이용해 베이킹을 하면 작가의 결을 이해하며 서로 다른 아이템이어도 흐름이 있고 조화로운 베이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쿡북에는 기본 커드나 버터크림, 마스터 스콘 반죽이나 빵 도우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거기서 변주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한 기본 레시피가 저 필링에 잘 맞을까 하는 고민을 덜어준다. 

또 책에는 한 베이커가 전하는 중요한 노하우와 개인적인 생각과 조언들이 레시피만큼 가득하다. 초보의 경우에는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책이나 블로그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거기서 편해지면 또 다른 레시피를 시도해보고 책을 사보는 등으로 레퍼토리와 경험을 늘려가면 된다.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모든 것에는 각자의 취향이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라도 경험 없는 왕 초보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 것에 대한 나도 취향이 있다'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 않은가? 우선 좋아하는 아이템을 골라 베이킹을 하다 보면 열 번, 이십 번 후엔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아주 희미하게 느껴진다. 쿠키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가 경험을 통해 파이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자주 찾게 되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겨나고, 계속해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주는 레시피를 제공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 사람을 책을 사는 식으로 당신의 레퍼토리를 시작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좋은 방법은 'James Beard Awards'  올해의 베이킹 쿡북을 수상한 책에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고르는 것이다. 베이킹 쿡북 수상자나 후보들을 잘 살펴보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골라 구매한 후, 마음에 드는 레시피부터 하나씩 만들어 나가 보는 것이다.  그래도 책을 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소셜 미디어와 블로그, 웹사이트 등을 통해 작가의 레시피를 구해 샘플링해 보면 된다. 대부분 책이 나오면 동료 유명 베이커, 블로거들에게 나눠주고 레시피를 골라 베이킹을 하고 그것에 대해 포스팅하게 하는 식으로 서로를 돕는다. 그래서 어떤 계정에서 다른 베이커의 정보를 얻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확신을 얻을 수도 있다.  


레시피 선택하기

 레시피 찾기의 과정은, 물론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쿠키를 만들고 싶은지, 아니면 친구를 위한 생일 케익을 만들고 싶은지를 정한다. 쿠키라고 한다면, 초콜릿이 들어간 것? 아니면 프랑스 느낌의 버터 풍미가 있는 쿠키? 쿠키를 정했다면 그런 쿠키를 잘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보거나 찾아보고 (이 부분은 확실히 아이쇼핑을 미리 해 놓거나 경험이 많을수록 쉽다), 다양한 레시피를 읽어본다. 그러다 보면 확신이 서거나, 만들어보고 싶어 지는 레시피가 보인다. 평소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지런히 저장하며 지내다 보면 무얼 만들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만들게 너무 많아져서 문제다. 

 베이킹은 하고 싶은데 정확히 만들고 싶은 아이템이 없다면? 여기서 쿡북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잡지를 볼 때, 아 내가 좋아하는 옷이 몇 페이지에 나오겠지?라고 눈에 불을 켜고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향해 계획 없이 하는 행동들, 쿡북을 보면서도 할 수 있다. 그날 손이 가는 베이킹 쿡북의 페이지를 가볍게 넘겨가며 눈에 띄는 레시피 몇 개를 골라 읽어보고 선택하는 재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대한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는 것은 조금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새 쿡북이 생기면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며 미래에 만들고 싶은 레시피에 책갈피로 표시를 해놓곤 한다. 



 좋은 레시피 선택


 

일단 마음에 들고 맛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레시피가 좋은 레시피이겠다만, 결과는 베이커의 숙련도와 재료의 상이함에 의해 크게 달라지니, 결과 보단 어떻게 쓰이고 정보를 전달하는지가 먼저다. 

 순서대로 정보 나열만 할 것이 아니라, 누가 읽어도 오해나 혼란의 여지가 없도록 쓰여야 한다. 재료의 양은 반드시 부피와 질량이 모두 표기되어있어야 하고 재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많을수록 좋다. 

 기본기를 상세하게 안내해 주는 레시피를 찾아보자. 크리밍의 중요성이나, 재료와 믹스 온도에 대한 안내등이 있다면 그 레시피 작가는 분명 많은 고민을 하여 그 레시피를 작성했을 것이다.  

 초보 베이커는 대체적으로 자기 방식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비교적 상세한 레시피를 참고하는 것이 좋은데, 그렇다고 항상 레시피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점도 기억하자. 열심히 베이킹하다 보면 쑥떡 레시피를 가지고도 찰떡을 만들어내는 날이 분명 온다! 


 취향 따라 아이템 따라 개개인의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제공하는 베이커나 업체들이 있다. 한번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발견하면 해당 베이커의 레시피를 여러 가지 만들어 보도록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향과 작업 방식이 생겨나면서 뭐가 싫은지도 알게 된다. 하지만 역시 한 가지 소스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금물. 좋아하는 레시피 작가나 업체의 레시피를 사용해 봤는데 괜찮다 싶어 몇 번이고 그것만 만들다 결국 다른 가능성의 기회를 놓치게 되고, 자주 하는 경험 이외의 다양한 경험은 할 수 없게 된다. 

 한동안 Stella Parks의 책에 있는 브라우니가 좋아서 그 레시피만 주야장천 만들어오다가 사실 이게 100%는 아니다는 깊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여기저기 조사해 찾아낸 한 의외의 레시피로 새로운 브라우니를 만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브라우니 베이킹의 유레카를 여기서 맛보았다. 결국 다시 '이 레시피로 정착해야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말지만.... 레시피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좋다고들 하는 레시피가 대체적으로 괜찮은 편이니 후기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게 좋겠다. 

 초콜릿 케익 레시피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더 맛있고 멋진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새로운 레시피에는 언제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레시피의 구성


레시피는 재료(ingredients)와 방법(method) 그리고 참고 사항(bakers note) 주로 이 세 가지로 구성되어있다. 재료만 나열해 놓고 레시피라며 주던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절대 그것을 레시피라고 부르거나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그 외에 베이킹 시 재료에 대한 참고 사항이나,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중요한 사항들을 따로 기입하는 부분을 bakers note 또는 notes라고 부른다.

 재료는 많이 들어가는 순서가 아닌, 사용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 때에는 가장 먼저 버터와 설탕을 크리밍 하기 때문에 보통 레시피에서도 그 둘이 먼저 보이고 그다음에 들어가는 달걀, 바닐라, 밀가루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방법은 역시나 오븐을 예열하는 것으로 시작해, 처음 믹스하는 순서대로 쓰여있는데 개인 적으로는 보관 방법이나, 대략적 보관 기한 같은 것으로 마무리하는 레시피를 좋아하는 편이다.

 레시피나 시작이나 말미에 재료에 대한 중요한 지시 사항을 추가적으로 표기하는데 대부분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된다. 





레시피의 사용



레시피는 단순히 내 앞에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베이킹 좀 해볼까 하고 그제야 레시피를 본다고 해서 베이킹을 시작할 수 없다는 얘기. 글을 읽을 줄 안다고 레시피를 다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좋은 레시피를 아깝지 않게 활용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1. 토요일에 케익을 굽고 싶다면 레시피는 적어도 화요일에 읽어보자. 특히 재료 리스트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아무리 기본적인 아이템이라고 해도 분명 준비해야 할 것은 있다. 특별한 재료가 있거나, 버터를 미리 꺼내 실온으로 맞춰야 한다던가, 또 하루 전에 손질하거나 만들어 놓아야 하는 부수 재료가 있을 수도 있다. 설탕, 밀가루, 휘핑크림 같이 쉽게 집 앞 슈퍼 마켓에서 살 수 있는 재료도 있지만, 사워크림이라던가, 구체적인 카카오 함량의 초콜릿, 각종 퓌레, 또는 코코넛 등 당장 구할 수 없는 재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에 재료가 없으면 허무하기도 하지만 어떤 디저트를 만들기로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에 찬물이 끼얹어지며 상당히 막막해지거나 패닉 하게 될 수도 있다. 당장 마음에 드는 다른 레시피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베이킹 데이 이틀 전에는 방법 부분도 한 번쯤 읽어 보도록 한다. 레몬커드나 크렘 파티시에, 푸딩 등은 하루 전에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오늘 중에 다 될 줄 알았는데 레시피에 '하룻밤 냉장한다'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참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재료부터 방법까지 집중해서 미리 읽어 놓으면 어느 정도의 예습이 되어, 실제 베이킹을 할 때 허둥지둥 하다가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당황할 일도 덜 생긴다. 혹시나 연설이나 발표를 해야 할 때, 토시 하나 빼지 않고 외우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흐름 파악은 해놓고 나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리 레시피를 읽어보며 베이킹하는 날을 준비하는 것에는 이런 재료의 준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설레고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 준다는 점이 있다. 




2. 재료 리스트를 보며 차근차근 재료를 준비하고 계량한다. 자세한 내용은 제2편  재료: part 2 준비계량 참고. 담은 재료는 순서대로 배치하고 달걀을 따뜻한 물에 담가놓아야 한다면 그렇게 한다. 방법을 읽어 보았을 때 필요하다고 쓰여있거나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도구도 미리 꺼내놓고 여분의 볼, 접시 등도 꺼낸다. 스위스 머랭을 만든다면 미리 냄비에 물도 받아 놓고 가스 레인지를 켜는 것도 좋겠다. 



3. 실제로 베이킹 하기. 

베이킹은 요리와 아주 많이 다르다.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큰 실수가 벌어진다. 요리는 여기저기 손 보고 간  맞춰 가며 할 수 있지만, 베이킹은 재료 간의 믹스를 통한 물리, 화학작용과 열을 가하며 팽창시키는 등의 방식을 이용하는 기술 이기 때문에, 한번 믹스하여 오븐에 넣으면 그것으로 결과가 어느 정도 판가름 난다, 한번 잘 못 짚은 케이크 반죽의 되기는 대충 밀가루를 더 넣는다고 회생되지 않는다.

 지방과 설탕의 비율, 섞는 방법, 온도 조절 등 모든 것은 작가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구를 거쳐 만들어진 '이상적인' 배합이다. 이 철저한 공식을 흩트려본다고 해서 놀랍고 새로운 맛이 나오는 일은 흔치 않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처음, 아니 5회 정도까지는 레시피를 그대로 토씨 하나 클리지 않게 따르자! 개인적인 변주는 나중에.

 Read between the words. 행간을 읽자.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이다 보면 알겠지만, 더 강한 믹스로 글루텐을 강화시켜야 하는 제품이 있는 반면, 정말 대충 섞어야 더 결과물이 잘 나오는 제품이 따로 있다. ' 재료가 섞일 정도로만 믹스한다'라고 하면, 실제 재료가 딱 다 섞을 정도 또는 밀가루 날림이 딱 없어졌을 정도로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쿠키 같은 경우 버터와 설탕에 건 재료를 넣고 믹스할 때 너무 오래 혼합하면 질감이 뻑뻑해질 수 있다. 쿠키에서는 많이 필요하지 않은 글루텐이 강화되어 재료들이 입안에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씹어먹어야만 하는 쿠키가 된다. 다양한 레시피를 이용하다 보면 방법 부분에서 종종 이유 설명 없이 이런 다른 믹스 방법이나 온도 설정 방식 등을 마주하게 된다. 더 많은 경험치는 행간을 더 또렷하게 해준다. 



4. 자신에게 편한 도구로 레시피를 볼 것을 추천한다. 만약 책을 펼쳐 놓고 하는 것이 좋다면 그렇게 하고, 전자책을 이용해 아이패드로 하거나, 랩탑을 이용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쿡북을 이용한다면 페이지를 더럽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책을 더럽혀 가며 베이킹한다. 정신없는 믹싱 과정에서 페이지 한 장 한 장 신성하게 다룰 여력은 없다. 더 좋아하고 맛있는 제품의 레시피 페이지 일 수록 굉장히 많은 때가 타 있을 것이다. 그 페이지를 작가에게 보여준 다면 굉장히 좋아할지도. 


5.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이미 책에 나와 있는 레시피에 대해 물어본다고 해서 '아니 책에 있는데도 모른단 말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외국의 쿡북 작가들에게도 종종 메시지를 보내 대체 재료와 방식에 대한 질문을 하곤 하는데, 그들은 언제나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 여러분이 했던 고민과 실수들은, 그 어떤 유명한 셰프도 한때 다 경험해 봤다. 






베이킹 마음 가짐


개인적 경험을 통해 얻게 된 마음 가짐 들은 사실 설명을 해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독자들께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아래와 같은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 

1. 작가를 믿고 100% 따르되, 추종하지 말 것 

2. 처음일수록 나의 판단은 미루되, 경험을 통해 과정을 스트림라인, 효율성 강화. 변주는 나중에. 

3. 항상 의심하되 망설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항상 의심...

4. 내 삶의 스케줄을 베이킹을 위해 바꿀 것. 

5. 경험이 결과를 개선시킨다. 

6. 설거지는 바로바로. 

7. 포장하고 전달하기 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8. 내 입맛에 맛있다고 남들도 다 맛있는 것은 아니다. 또 동시에 생각보다 사람들은 맛을 모르며 디저트에 관심이 없다. 자기만족과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의 발란스를 잘 찾아가자.  

9. 남에게 보여주려고 베이킹을 해서는 안된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여러분에게 주고 싶은 또 한 가지 중요한 조언은, 한국에서 유행하고 누구나 다 하는 디저트에 자꾸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왔다고 더 중요하고 고급스러운 게 아니고, 일본에서 한다고 더 수준 높은 것이 아니다. 

 프랑스 제과가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이상하게 변질된 제과에 기반한 한국의 디저트를 전부로 알고 살아오는 우리에겐 그것보다 더 좋은, 훌륭한 디저트를 경험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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