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너머의 한 남성이 홀로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고개 숙인 시선이 도착한 곳은 작은 네모 상자 속의 세상이었다. 잠 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만 보아도 눈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세상이 펄 쳐져 있는데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남성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깊었는지 그 남성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다리 한쪽을 꼬 고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저 남성도 나처럼 다리 한쪽을 꼬고 앉아야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고, 나처럼 자세가 흐트러져 있는 것 같았다.
동질감, 그래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동질감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남성의 모습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얼마 전만 해 도 내 곁을 지나가던 행인이 볼 수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남성의 모습을 담아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저기요! 다리를 그렇게 꼬고 앉으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니 어서 다리를 푸세요. 그리고 고개를 오랫동안 숙이고 있으면 거북목이 되는 거 모르세요? 그러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봐 봐요. 그 작은 상자 속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