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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Feb 14. 2020

영어 교육만으로 부족하다

트레이닝/훈련을 받아야 한다

상담 회기 중에 내담자에 따라서 심리 교육(psycho-education)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심리 교육은 교육으로만 끝나서는 안 됩니다. 트레이닝이 되어야 합니다. 단지 이해뿐만 아니라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훈련되어야 합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영어 트레이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education)과 트레이닝은 다릅니다. 이 차이점은 Scott Geller 의 The Psychology of Self Motivation 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영어 습득과는 별개로 추천합니다.) 그는 청중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College! Higher education! Then you go to industry. What do you call it? training! You have a training department. There must be a difference. Well, you know the difference. Do you want your kids to have sex education or sex training?”

(... 대학교! 고등교육이죠! 그다음에는 직장을 갑니다. 그럼 뭐라고 하나요? 트레이닝이라고 하죠! 직장에는 트레이닝 부서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교육과 트레이닝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알고 있을 거예요. 여러분의 아이들이 성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습니까? 아니면 성 트레이닝을 받았으면 좋겠습니까?)


교육이라는 단어 자체가 서양 언어를 번역한 것이니 좀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education의 정의를 알아보도록 하죠. the process of receiving or giving systematic instruction, especially at school or university (조직화된 지침을 주고받는 과정, 특별히 학교나 대학에서 이루어짐) 교육은 체계적인 가르침, 지침을 주거나 받는 과정입니다. 교육과는 달리 트레이닝은 the action of teaching a person/animal a particular skill or type of behavior. (특정한 기술이나 태도를 가르치는 행위) 즉, 기술이나 태도를 가르쳐 습득하게 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교육은 지적인 이해과정을 말합니다. 외국어 교육을 예로 들었을 때, 단어가 우리말로 어떤 의미이고,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며, 문법이 무엇이고 등에 대한 교육을 말합니다. 외국어로써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교육에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트레이닝, 즉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의사소통이라는 목표가 있다면, 영어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기술을 습득해서 일상 혹은 업무 중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방법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하지만 트레이닝 과정, 사람들을 만나서 실제로 사용해보는 트레이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원어민이든지, 영어를 사용하는 모임이든지 가서 실제로 영어를 써보고 해봐야 합니다.


교육과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셨죠?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보통 상담을 위해서 내담자가 방문을 하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평가를 합니다. 어떤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배경은 무엇인지, 내담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정확하게 진단해야만이 치료 목표와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진단은 치료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 위한 일종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치료 목표와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만이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신장애(mental disorders)의 구체적인 평가 및 진단처럼,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중요합니다. 평가는 세밀하고 정확해야 한다. 단지 상중하 레벨로 자신의 영어 실력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으로 나누고 자신의 실력이 각 영역에서 어느 정도 인지 평가해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읽어서 문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훈련이 잘 되어 있는데, 듣는 것은 아무리 들어도 영 귀에 안 들어오는 실력이라든지, 스스로 지문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같은 지문을 다른 사람이 읽으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든지... 각 영역에서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어 실력에 대한 자세한 평가와 진단이 이루어졌다면, 목표를 세웁니다. 저는 뉴욕에서 십 년을 살았습니다.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받은 한국 영어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한국 영어 교육의 목표는 시험을 잘 보아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엄연히 수능과 내신 성적, 입사를 위한 토익, 오픽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목표에는 외재적 목표(external goal)와 내재적 목표(internal goal)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부에서 정한 (다른 과목에 대한 교육도 마찬가지겠지만) 목표가 외재적 목표입니다. 영어를 교육 받음으로써 보다 국제적인 인재, 국제 시민이 되기 위해서라고 교육부에서 말하죠. 반면, 내재적인 목표는 영어 교육을 받는 모든 대상자/혹은 관련자들이 생각하는 내면적 목표를 말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내재적 목표는 훌륭한 영어 교육을 받고 점수를 잘 받아 좋은 대학에 혹은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입니다.


언어의 본질을 파악한다면 이 내재적 목표는 영어 교육과 트레이닝에 있어서 어긋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는 도구입니다.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이유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어 영역 몇 점을 맞는 것이 도달해야 할 목표로 설정이 되어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하면 "영어를 잘하는 거야"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잘못된 목표로 좌표가 되어있으니, 외국어 영역 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영어 때문에 다시 고생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정말 저도 개고생 했습니다.)


영어를 습득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는 “의사소통”입니다. 단순히 만나서 혹은 전화로, 이-메일 등 직접적인 대화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생각해보는 것도 의사소통이고, 글을 써서 간접적으로 독자와 대화하는 것도 의사소통이고, 영화를 보면서 극 중 배우들의 대사, 연기, 감정을 이해하는 것 모두 의사소통이다. 이렇게 보면 세상에서 의사소통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개통령이신 강형욱 씨도 어떻게 강아지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시지 않나요.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습득하는 겁니다. 이렇게 ‘의사소통’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면 영어를 습득하는 일이 즐거워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의사소통을 통해서 내가 모르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거든요. 성취감도 조금씩 생길 것입니다. 흥미가 생기고 동기도 생깁니다. 영어를 배우면 ‘네이버’ 검색 창에 머무는 것을 넘어서 ‘google it’ (구글에 검색해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의사소통이라는 장기적 목표로 방향을 두었다면 개개인의 목표(personal goal)를 설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는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회사에서 이메일 혹은 회사 미팅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여행을 가서 예약이라든지, 다른 여행객을 만나서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어떤 사람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논문검색이라든지 숙제를 하기 위해서 영어 습득을 하려고 합니다.  


개인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다면 이제 계획을 세워봅시다. 이 계획 역시 “영어공부 하루 한 시간”이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한 시간 안에 무엇을 할 것인지 세부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테드 토크 자막 없이 듣기 10분, 영어 자막을 가지고 듣기 10분, 영어 자막을 인쇄해서 읽기 20분, 영어 자막을 가지고 다시 듣기 10분, 영어 자막 없이 듣기 10분 등 이렇게 1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무엇(Task)을 어떻게(how)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와 계획이 정리되었다면 방법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이미 서적,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수많은 방법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잘 정리되고 엄선된 자료를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입니다. 저마다 배움의 방법은 다르기 때문에 "이 방법이 최고야. 아니야, 저 방법이 최고야."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은 없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잘 찾아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미드/영드 쉐도잉을 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유튜브 영어 교육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영어를 습득하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한 가지를 꾸준히 하면 됩니다.


요즘 몸 만드는 열풍이 불면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연습을 혼자 하다 보면 잘못된 자세와 습관으로 몸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트니스 운동을 제대로 하려면 개인 트레이닝을 어느 정도 받은 후에 혼자 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연습을 하면서도 때때로 개인 트레이닝도 필요합니다. 영어 습득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을 받되, 실제 사람을 만나서 영어로 대화를 해 보고, 이메일을 써보고, 글을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하면서 잘못된 문법이나 표현을 고쳐줄 수 있는 트레이닝도 필요합니다. 단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교육을 열심히 받았다고 해서 그냥 된다면, 트레이닝은 필요 없겠지만 우리 같은 범인들은 보통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어 트레이닝, 꼭 받기를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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